평지칼럼(20260611) 강춘근 목사(한국성결교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45년의 여정과 연대의 걸음>
2026년, 6월 24-26일 나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바다 길을 건너 간다. 이번 여정은 단순한 해외 방문이나 행사 참여가 아니다. 지난 45년 동안 이어온 통일운동과 통일선교의 삶이 하나의 결실로 이어지는,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여는 의미 있는 걸음이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서 논의되는 미 하원의 종전법안에 대한 지지와 연대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중요한 신앙적·역사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나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1982년 대학 1학년 시절, 함석헌 선생의『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으며 시작되었다. 그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민족의 아픔과 미래를 향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었고, 나는 그 속에서 ‘분단은 끝나야 한다’는 분명한 소명을 발견했었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며 신학대학원에 공부하면서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1993년 모퉁이돌선교회를 통해 북한이탈주민 선교 사역과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1997년부터 북한인권시민연합 아카데미(이사장 윤현 목사)에 참여하며 북한 인권과 북향민 문제를 깊이 배워가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98년 나는 교회를 개척하며 “한국에서 이스라엘까지 평화의 복음을!”이라는 비전과 함께 사역을 시작하였다. 통일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화해와 회복의 역사라는 믿음이 내 사역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2005년 북향민 청소년들의 사회적응력 향상을 위한 돌봄 방안이라 주제와 내용으로 백석대학교에서 통일수업을 진행하며 남북한 사회통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2006년에는 북향민 여성과 결혼함으로써 통일의 문제가 더 이상 사역의 대상이 아니라 삶 자체가 되는 전환을 맞이했다.
2007년 시작된 통일선교 기도회는 나의 사역에 통일선교에 대한 영적인 깊이를 더해주었다. 통일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하나님의 역사라는 확신 속에서, 기도는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며 나는 시민사회와 공적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하게 되었다. 인천 시민사회에서의 통일운동 참여, 통일민주협의회 공동대표, 통일교육 전문강사 활동, 통일교육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으로서의 역할은 통일이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특히 2019년 통일교육복지센터를 설립한 것은 통일교육과 복지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통일은 준비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미래이며, 교육은 그 준비의 핵심이다. 나는 학교와 사회 현장에서 교육과 체험 현장 그리고 강의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나누어 왔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45년의 여정을 지나, 이제 나는 2026년 미국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미 하원의 종전법안은 단순한 외교적 선언을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정한 평화는 완성될 수 없다. 종전선언은 전쟁의 종료를 넘어, 적대와 불신의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관계를 여는 출발점이다.
나는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연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통일은 한 개인이나 한 국가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국제사회와의 협력,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나라이며, 미 의회의 종전법안 논의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의 신호다. 나는 이 자리에서 한국 교회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아, 평화를 향한 지지와 협력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또 이번 참여는 나 개인의 사역을 넘어, 북향민들과 함께하는 연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들의 아픔과 눈물, 그리고 희망을 기억하며,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미주사회와 나누고자 한다. 통일은 단지 국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이며, 인간의 존엄과 회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45년은 끊임없는 도전과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한 걸음씩 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이제 나는 또 하나의 전환점 앞에 서 있다. 2026년의 이 걸음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현실이다. 나는 그 현실을 향해,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