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수쇼>
평소 보리굴비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주문이 망설여졌으나 동행이 자신 있게 주문하는 바람에 맛보게 되었다. 약간 긴장을 하며 기다리는데 식탁을 장식하는 찬들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나온 주인공은 외양부터 내 긴장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부드럽고 통통하고 자자근 적당히 기름진 육질, 풍성한 식감이 눈으로도 감지되며 군침이 가득 돌았다. 군침의 기대 이상으로 굴비는 간도 식감도 척척 앵겨들었다.
1.식당대강
상호 : 다잡수쇼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28
전화 :
주요음식 : 한정식
2. 먹은날: 2026.6.2.화 점심
먹은음식 : 보리굴비정식
3. 맛보기
주인공이 너무 멋지다. 역시 전주가 하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리굴비, 다른 식당에서는 시커멓고 쪄든 기름이 마른 살집에 골을 타고 흘러서 자칫 젓가락에 갈색 기름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 큼큼하게 냄새도 나는 경우가 있어 항상 주문이 조심스러웠었다.
이곳 굴비는 통통하고 뽀얗고 윤기 자르르 배여 군침을 절로 돌게 한다. 입속에 도는 군침은 먹을 준비가 끝났다는 것, 위에서는 안되는 소화가 침의 디아스타제로만 가능하여 입안에서만 소화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군침이다. 입이 나는 먹을 준비가 끝났어, 하고 보내는 신호, 군침이 보람있게 삼삼하고 부드럽고 풍성한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식당 이름도 재미있다. 전주 억양으로 읽으면 오히려 정다운 어감이 문자로만은 투박하고 남성적이다. 한상 내온 아낙네가 '다- 잡수쇼' 하면 체면 차리지 말고, 다른 사람 생각도 말고 충분히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는 인정의 표현이지만, 앙상한 문자로 접하니 중년 아재의 협박같이도 보인다. 하지만 전주 사람들은 안다. '다 잡수'라는 말속에 든 문화적 함의를.
배고픈 시절에 밥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혼자 맘대로 다 먹어버릴 수 없었던 빈한과 그럼에도 많이 먹으라고 최대한 맛있게 많이 차려내온 주인 아주머니의 정성과 인심을 말이다. 이제는 다잡수쇼가 아닌, 조금만 드쇼가 더 어울릴 시대가 되었으나 그 말에 담긴 인정과 손맛은 기억할 일이다.
다양한 찬은 다 제맛을 물고 있다. 맛과 식감과 간이 서운한 음식이 거의 없다. 최상의 음식이 진열된 밥상 앞에서는 누구나 귀족이 된다. 약간의 돈과 시간과 눈이 있으면 누구나 되는 귀족, 생래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니 선택 가능한 순간의 신분이다. 누구나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니 눈치볼일 없이 누릴 수 있다.
눈으로 다시 봐도 군침이 돈다.
봉싯 산같이 올라온 계란찜 높은 봉우리는 입맛을 돋구면서 조리법을 배우고 싶게 한다. 계란이 밀도도 맛도 실하다. 쫀득한 맛에 간도 맞는다. 거품으로 쪼그라드는 허상이 아니고 진득하게 영양을 채우는 음식이 되어주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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