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강쇠 공원 변강쇠 수작 보소
-윤동재
<변강쇠전>을 찾는 이가 없고
옹녀는 힘밖에 쓸 줄 모르는 변강쇠보다는
세련된 말솜씨와
주머니 넉넉한 놈을 따라 가버렸단다
남원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길
남원시 산내면 변강쇠 백장공원
갑갑해 견딜 수 없어
<변강쇠전>에서 나온 변강쇠
자기 심볼을
나무로 만들어놓고
찾아오는 놈 가운데
만지거나 말을 붙이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놈들에게
죄값을 받고 있단다
나는 그걸 모르고
그걸 한 번 쓰다듬어 봤더니
변강쇠가 갑자기 나타나
왜 남의 그걸 만지느냐고
성폭력이라고
만진 게 아니라
물건이 커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았을 뿐
그건 성희롱이라고
이실직고하건대 실은
만지지도 물어보지도 않았다 하니
성무시란다
라면 한 그릇 사 먹게 라면값이면
없던 일로 하겠단다
매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고
매운 컵라면과 보온병을 꺼내
매운 컵라면 뚜껑을 열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서
1분이면 오케이
얼른 차 세워 둔 데로 와서
변강쇠가 어디로 가나 봤더니
뚜껑을 제대로 덮지 않았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매운 컵라면을 들고
먼지 켜켜이 쌓인 <변강쇠전>으로 도로 들어간다
에이, 저것 먹고 힘쓰겠나
무슨 힘을 쓰나
힘쓰는 일밖에 모르는 녀석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세련된 말솜씨도 없는 변강쇠
책 속으로 들어간다한들
변강쇠는 언제까지 무사할까
인기 없는 책은
도서관에서도
서점에서도
하물며 어느 집 구석에서도
바로 내다 버려지는 세상
<변강쇠전>이라고 온전할까
변강쇠 백장공원
지리산에서 내려온
차고 매운바람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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