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기행시]<보광사 분홍 꽃등>보광사의 요사채와 만세루 보광산 소나무 불탔는데 올해 보니 극락전 뒤 소나무 시커멓게 불탄 자리 나무
작성자푸른솔작성시간26.04.13조회수256 목록 댓글 1보광사 분홍 꽃등
-윤동재
청송 촌로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던 불씨
몸소 겪은 한국전쟁 때 날아다니던 포탄보다
더 무서웠다던
지난해 청송 산불로
보광사의 요사채와 만세루
보광산 소나무 불탔는데
올해 보니
극락전 뒤 소나무 시커멓게 불탄 자리
나무 한 그루
분홍꽃을
송이송이 피웠습니다
수천수만 꽃등을 달았습니다
홀로
분홍빛
환히
새봄 절집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밤낮
부처님은 중요한 말씀
예나
지금이나
꼭
꽃을 들어 보이는 걸까
꽃을 들어보여도
또 다른 가섭존자 이리 많을까
극락전 뒤 분홍꽃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
자세히 보면
부처님이 분홍꽃을
아니 분홍 꽃등을 들고 계신 것 같다
주지 스님께
분홍 꽃등을 가리키며
저 나무 이름은 뭐예요 하니
주지 스님이
이름 없이 지내고 싶다며
이름을 부르지도 말고
이름을 알려고 하지도 말라고
나무가 늘 부탁한다 한다
새봄 주지 스님께 인사도 드리고
올해 농사 잘 되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힘 좀 써 달라고 왔다가,
말없이 꽃을 들어 보여주신
꽃등을 들어 보여주신
부처님의 크신 위로
부처님의 웅숭깊은 뜻
남들과 달리
한참이나
뒤늦게 알았습니다
겨우겨우
또, 꽃등을 피워 어둠을 밝히고
세상 구석구석 밝히기만 하면 됐지
이름 없이 살겠다는
분홍 꽃등을 든 꽃나무의 바람
이름 없이 살다 가신
숱한 선사들의 고귀한 삶
하나하나
두세 박자 늦게 또박또박
떠올렸습니다
부처님 마음
늘 뒤늦게야
겨우겨우 아는
그저 이름 내기에 급급한
못난 나도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뜻
진작 알고
이름 없이 살게 될까
이름을 버리게 될까
언제쯤일까
언제쯤일까
#보광사 #꽃등 #청송 #산불 #한국전쟁 #꽃 #부처님 #가섭존자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