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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호미 선禪>평생 청송 군청 산림과에서 일하며 산불을 미리 막기 위해 산등성이를

작성자푸른솔|작성시간26.06.10|조회수166 목록 댓글 0

호미 선禪

-윤동재

 

 

평생 청송 군청 산림과에서 일하며

산불을 미리 막기 위해

산등성이를 누비던 때였다

 

깊은 골짜기 움막 같은 절집에서

만난 늙은 스님

 

갈 때마다 스님은

손바닥보다 작은 밭을

호미로 매고 있었다

 

호미 들고 맨발로 밟고 다녀도

흙 한 점 묻지 않을 만큼 깨끗한 밭을

매고, 또 매고 있었다

 

풀도 없는데 왜 그러고 계십니까, 하자

스님은 먼 구름만 쳐다보며 툭 던지기를

 

풀이 없으니 매는 것이지요

자란 뒤엔 이미 늦습니다

번뇌도 뿌리내린 다음엔

잡을수록 끌려다닐 뿐

날마다 빈 밭을 긁고 고르면

싹조차 트지 못하는 법

 

퇴임을 앞두고

다시 찾아갔을 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움막도, 스님도, 호미도

바람이 되어 일렁일 뿐이었다

 

때로 생각하느니

나는 산등성이를 누비며

산불 선을 했구나

가사도 걸치지 않은 중노릇으로

나라의 공양을 받고 있었구나

 

#호미 선 #호미 #풀 #번뇌 #산불 선 #중노릇 #나라의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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