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선禪
-윤동재
평생 청송 군청 산림과에서 일하며
산불을 미리 막기 위해
산등성이를 누비던 때였다
깊은 골짜기 움막 같은 절집에서
만난 늙은 스님
갈 때마다 스님은
손바닥보다 작은 밭을
호미로 매고 있었다
호미 들고 맨발로 밟고 다녀도
흙 한 점 묻지 않을 만큼 깨끗한 밭을
매고, 또 매고 있었다
풀도 없는데 왜 그러고 계십니까, 하자
스님은 먼 구름만 쳐다보며 툭 던지기를
풀이 없으니 매는 것이지요
자란 뒤엔 이미 늦습니다
번뇌도 뿌리내린 다음엔
잡을수록 끌려다닐 뿐
날마다 빈 밭을 긁고 고르면
싹조차 트지 못하는 법
퇴임을 앞두고
다시 찾아갔을 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움막도, 스님도, 호미도
바람이 되어 일렁일 뿐이었다
때로 생각하느니
나는 산등성이를 누비며
산불 선을 했구나
가사도 걸치지 않은 중노릇으로
나라의 공양을 받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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