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바가지
-윤동재
청송 큰집에 가면 밥때,
사랑방에는 할머니 밥상 따로
큰아버지 밥상 따로
사촌 형과 내 밥상 따로
안방에서는 사촌 누나와
사촌 형수가
숟가락을 달그락거렸다
밥을 다 먹고
마당에 나가 놀려다
고개 돌려
부엌을 보면
큰어머니가 늘
가마솥 앞에 쪼그려
박바가지에 눌은밥 긁어 담아
뚝배기 된장
혼자 떠 넣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추석 성묘 때마다
큰어머니 산소에는
사과도 더 굵은 것
대추도 더 굵은 것으로 놓아드렸다
절하며
그것마저
할머니 큰아버지께
옮겨드리는 건 아닐까
사촌 형의 어깨 너머로
실눈을 뜨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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