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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참 진眞>강원도 깊은 산속 외딴 오두막 흙벽에 오직 한 글자

작성자푸른솔|작성시간26.06.12|조회수84 목록 댓글 0

참 진眞

-윤동재

 

 

강원도 깊은 산속

외딴 오두막

흙벽에 오직 한 글자

참 진眞

 

붙여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올려다보는

사내를 만난 적이 있다

 

젊은 날 과거장

답안지를 채우던 붓끝에서

참 진眞 한 글자가

왕희지의 필체로 태어났다고

 

장원급제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서성書聖의 숨결이 깃든

그 한 글자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그를 쫓아냈고

사내는 한마디 변명도 없이

사흘 걸어도

해가 보이지 않는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

 

화전 일구어 감자 심고

조를 거두어 먹으며

다시는 붓을 잡지 않고

답안지에서 떼낸 참 진眞 자

흙벽에 붙여두고

혼자 흐뭇해했다

 

어느 날 꿈속에 왕희지가 나타났다

이건 내 글씨지

자네 글씨가 아니야

서툴러도 자기 글씨를 써야지

 

그가 보는 앞에서

참 진眞 자를 떼어버렸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흙벽은 정말 텅 비어 있었다

 

사내는 급히 먹을 갈아

참 진眞 자를 다시 썼다

글자는 붙지 않고

자꾸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붓을 놓고 있는 동안

숨결마저 달아났다고

참 진眞 자가

사내에게 일러주었다

그는 그대로

뻐덕뻐덕 굳어버렸다

 

그날 그 방에서

나도 같이 듣다가

등골이 오싹했다

 

# 진眞  #왕희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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