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윤동재
사과 적과가 본격 시작되기 전 빈틈을 타
밭의 농작물 찌꺼기를
손수레로 내갈 때
필리피노가 물었다
테이크아웃?
나는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밭에서 처음 통한 한마디
테이크아웃!
필리핀 바탕가스에서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테이크아웃
사월에 와 십일월이면 돌아가는 몸
필리핀의 봄과 여름과 가을을,
그 세 철을 통째로 떼어 들고 온 것도
테이크아웃
세 살 딸을 바탕가스에 두고 온 것도
테이크아웃
부모를 떼어낸 자리
누가 채우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다섯 시 반
앞산도 첩첩
뒷산도 첩첩
나무와 하늘과 별이 이웃인
외딴 컨테이너로 갔다
소먹이 주고
달걀 꺼내 놓은 그를
그의 컨테이너에서,
테이크아웃
하루 일을 마치고
한 시간을 더 부렸다
그의 저녁 시간 한 시간
내 마음대로
테이크아웃
그를 데려다주고
내 컨테이너에서 햇반을 데우고
컵라면 뚜껑을 열고 끓는 물을 붓는다
어제까지 꿀맛이던 저녁이
오늘은 모래알을 씹는 것 같다
오늘 우리 밭에서
테이크아웃된 건
찌꺼기뿐이었을까
바탕가스
그의 세 살 딸,
지금 무엇을 먹고 있을까
저녁을, 누가 테이크아웃해 줄까
#테이크아웃 #필리피노
청송읍 덕리 농작물 찌꺼기를 꺼내는 필리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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