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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테이크아웃>밭의 농작물 찌꺼기를 손수레로 내갈 때 필리피노가 물었다 테이크아웃?

작성자푸른솔|작성시간26.06.16|조회수189 목록 댓글 0

테이크아웃

-윤동재

 

 

사과 적과가 본격 시작되기 전 빈틈을 타

밭의 농작물 찌꺼기를

손수레로 내갈 때

필리피노가 물었다

테이크아웃?

 

나는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밭에서 처음 통한 한마디

테이크아웃!

 

필리핀 바탕가스에서

그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테이크아웃

 

사월에 와 십일월이면 돌아가는 몸

필리핀의 봄과 여름과 가을을,

그 세 철을 통째로 떼어 들고 온 것도

테이크아웃

 

세 살 딸을 바탕가스에 두고 온 것도

테이크아웃

부모를 떼어낸 자리

누가 채우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밥을 짓고

다섯 시 반

앞산도 첩첩

뒷산도 첩첩

나무와 하늘과 별이 이웃인

외딴 컨테이너로 갔다

 

소먹이 주고

달걀 꺼내 놓은 그를

그의 컨테이너에서,

테이크아웃

 

하루 일을 마치고

한 시간을 더 부렸다

그의 저녁 시간 한 시간

내 마음대로

테이크아웃

 

그를 데려다주고

내 컨테이너에서 햇반을 데우고

컵라면 뚜껑을 열고 끓는 물을 붓는다

어제까지 꿀맛이던 저녁이

오늘은 모래알을 씹는 것 같다

 

오늘 우리 밭에서

테이크아웃된 건

찌꺼기뿐이었을까

 

바탕가스

그의 세 살 딸,

지금 무엇을 먹고 있을까

저녁을, 누가 테이크아웃해 줄까

 

#테이크아웃 #필리피노

 

청송읍 덕리 농작물 찌꺼기를 꺼내는 필리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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