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단의 가마
-윤동재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
천하의 청 황제도 천단에서 제사 지내는 일만큼
지독히 싫었나 보다
평생 가마만 타다
이 아득한 천단의 마당
제 발로 걸으려니
당장이라도 황제 자리 때려치우고 싶었으리
내가 황제에게 귓속말로
천단에서 제사 지내는 하루만
대신해 드릴까요 하니
묵묵부답
내 보통화普通話가 서툴렀나
황제는 만주어만 고집하나
아니면 내가 못 미더운가
단 하루라도
황제 자리 남에게 주겠는가
걷기 싫은 청 황제
몇 걸음 걷다 말고 연신 가마를 찾고
신하들 먼산바라기
천단의 푸른 지붕
내려다보며
피시식 웃는다
나도 갑자기 가마 타고
천단을 둘러보고 싶다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발 디딜 틈도 없이
관광객들 들어차 있어도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천단 # 청 황제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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