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대신 이름만 먹은 덕발장
-윤동재
서안 고루 왼쪽,
만두 하나하나 모양이 다르고
맛이 다르던 곳
찐만두 물만두 삼백열여덟 종을 맛볼 수 있는
그 만둣집
아내에게도 늘 한번 맛보여주고 싶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을 돌고 돌아
늦은 저녁 도착한 덕발장
맥주병이 쓰러진 식탁 위로
먹다 남은 만두가
배꼽을 다 드러낸 채 뒹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와 다시 보니
고루 왼쪽의 덕발장이 아니다
이름만 덩그러니 떼어다 걸어놓은 곳
서태후가 즐겨 찾았다는
그 덕발장 맞냐고 따져 물으니
가이드가 상호를 가리키며 웃었다
— 덕발장 이름이 붙은 곳은 덕발장입니다
그럼 비비고 만두도 풀무원 만두도
이름 붙이기 나름이면 죄다 덕발장 만두겠네
덕발장 만두를 먹으러 왔지
덕발장 이름을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해도
— 이곳 만두 맛있습니다
— 너무 많이 드셔 배탈나지 않게 하세요
연변 말투로, 악의 하나 없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의 선의 앞에서 나는
배가 고파도
팔짱을 끼고 보기만 했다
아내에게 맛보여주고 싶었던 건
만두였을까
이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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