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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몽유기행시]<여지>내 생일이라고 중국집에 가서 집 사람이 사준 짜장면 한 그릇 군만두 한 접시 먹고 마지막에 나온 여지

작성자푸른솔|작성시간26.06.19|조회수56 목록 댓글 0

여지

-윤동재

 

 

내 생일이라고

중국집에 가서 집 사람이 사준

짜장면 한 그릇 군만두 한 접시 먹고

마지막에 나온 여지

하나 손에 들고 먹다가

툭, 떨어뜨렸다

 

내 눈앞에 갑자기

양귀비의 노한 모습

 

사천성 부주에서 난 여지를

네 따위가 어떻게 감히?

 

색깔도 향도 맛도

하나 변하지 않은 걸 보니

금방 싣고 온 게 틀림없다며

 

말 수천 마리 피를 쏟게 한

내 지고한 사치를

네 놈은 기껏 짜장면 한 그릇 후딱 먹고

낼름 받아먹을 수 있나

 

그때만이 아니었다

중국집 디저트 접시나

결혼식 뷔페에서 여지를 볼 때마다

먼지를 날리며 달려와

내 가슴도 그냥 밟고 지나가는 말밥굽

양귀비의 시퍼렇게 날이 선 눈총

 

여지가 나오면

뒤돌아서서 얼른 껍질을 벗겨

아무도 모르게 씹지도 않고 삼켜야겠다

탈이 나든 말든

양귀비의 눈총보다는 낫겠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여지 #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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