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륜차를 처음 탄 달
-윤동재
삼륜차가 있었지
앞바퀴는 하나 뒷바퀴는 둘
삼촌이 그 차를 몰고 다니며
짐 나르는 걸 내 친구는 자랑했지
열일곱 여름
그 삼륜차 빌려 벌통을 싣고
벌통 위에 앉아
영천 보현산을 구불구불 올라갔다가
청송 현서 보현산 산자락 하밖산까지 내려갔지
연기와 먼지를
꽁무니에 달고
한밤에 벌통을 옮기느라
벌통 위 내 곁에
달이 내려와 함께 앉아 갔지
삼륜차를 처음 타 보았다며
고맙다고
벌통을 지켜주겠다고
싸리꽃이 피어 있는 한철
낮에는 나 혼자 벌통을 지켰지만
밤에는 달이 함께 지켜주었지
벌은 낮에 쉬지 않고
부지런히 꿀을 모아 오고
달은 밤에 내가 잠들면
혼자서 벌통을 지켰지
이따금 별 동무들까지 불러 모아
하얗게 지켰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낮에는 붉은 하늘나리꽃
밤에는 노란 달맞이꽃
맞장구를 쳐 주었고
지금도 내 말에 살래살래 흔드는 고갯짓을 보노라면
하늘나리꽃 달맞이꽃이
저만치에서
내게로 막 달려오지
#삼륜차 #달 #벌통 #보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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