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국물과 연필 편지
-윤동재
우리 할머니
초등학교 졸업하고
시골에서 서울 올라와
공장 다닐 때
공장 사장님
부지런히 기계 돌려도
매달 월급을 쥐꼬리만큼 주었대요
할머니 월급 많이 받으면
그 돈 어디에다 다 쓸 거냐고
우리 할머니
그 월급 늘 적었다고
시골 부모님께 부치고
자취 생활하는데
늘 모자랐다고
우리 할머니
초등학교 졸업하고
시골에서 서울 올라와
공장 다닐 때
공장 사장님
쉴 새 없이 기계 돌려도
점심은 라면과 단무지만 주었대요
라면도 귀한 음식이라며
추울 땐 라면 국물 한 모금에 추위가 달아난다고
우리 할머니 따뜻한 쌀밥 김치 된장찌개
배불리 먹어보는 게
날마다 꿈이었대요
자취하는 집에서는
별 반찬도 없이
찬밥 물에 말아 먹기 일쑤였다고
그렇지만 우체국으로 가서
시골집으로
부모님 생활비랑
동생들 학비 부칠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
금방이라도
시골집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동생들의 꾹꾹 눌러쓴 연필 편지를 받으면
절로 힘이 솟고 더욱 기운이 났다고
그때 그 기쁨으로
그때 그 힘으로
그때 그 기운으로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고
여태껏 살아간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살짝살짝 웃으며 말씀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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