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어려운 것을 질문하셨군요.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먼저 구개음화에 관한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말이 구개음화가 적용되어 '굳이'가 '구지', '같이'가 '가치'로 발음 되는데 '잔디'나 '견디다'등은 구개음화가 적용되진 않는데 이는 원래는 'ᅵ'모음이 아닌 'ᅴ'모음이었는데 아래아의 소실로 19세기에 이르러 단음화 되어 구개음화를 피했다고 들었습니다.그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부터 존재했던 'ᄃ'의 소리인 '디귿'과 '티긑'은 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 'ᄃ, ᄐ'의 이름인 '디귿, 티읕('티긑'이 아닙니다.)'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부터 있던 말이 아닙니다. '기역, 니은, 디귿...'이란 말은 훈몽자회(조선 중종 22년(1527)에 최세진이 지은 한자 학습서. 3,360자의 한자를 33항목으로 종류별로 모아서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았다. 3권 1책)의 범례(일러두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책은 한자 학습서로서 아동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지어진 책입니다. 최세진은 이 책의 범례에서 'ᄀ, ᄂ, ᄃ, ᄅ...'이 무슨 소리를 나타내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으로 한자의 훈과 음을 달아 아동들에게 가르치려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최세진은 ‘ᄀ’의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ᄀ’이라는 글자는 ‘其役’의 첫소리와 마지막 소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예를 든 것입니다. *를 친 것은 그 한자어를 음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훈(뜻)으로 읽으라는 말입니다. ‘귿’과 같이 말음이 ‘ᄃ’인 한자어는 없기 때문에 그 음이 아니라 그 뜻을 취하여 이렇게 적은 것입니다.(‘ᄃ, ᄉ, ᄏ’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ᄀ 其役(기역)
ᄂ 尼隱(니은)
ᄃ 池末(디귿*)
ᄅ 梨乙(리을)
ᄆ 眉音(미음)
ᄇ 非邑(비읍)
ᄉ 時衣(시옷*)
ㆁ(꼭지이응) 異凝(이응)
ᄏ 箕(키*)
ᄐ 治(티)
ᄑ 皮(피)
ᄌ 之(지)
ᄎ 齒(치)
△(반치음) 而(ㅿㅣ)
ᄋ 伊(이)
ᄒ 屎(히)
(위에서 ‘池, 治’는 현대어는 ‘지, 치’이지만 당시는 발음이 ‘디, 티’였습니다. 즉 구개음화를 겪은 것이지요. 이 예도 구개음화의 좋은 예가 됩니다.)
아무튼 ‘ᄀ, ᄂ, ᄃ, ᄅ...’의 이름은 훈몽자회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역, 니은, 디귿’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일반적인 국어의 음운 현상과는 많이 다르게 쓰입니다.
예로 ‘ᄃ이, ᄃ을, ᄃ에’를 한번 읽어 보세요. ‘*디그디, *디그들, *디그데’가 아니라 ‘디그시, 디그슬, 디그세’로 발음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자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ᄏ이(키읔이) → *키으키 / 키으기
ᄐ이(티읕이) → *티으티 / 티으시
ᄌ이(지읒이) → *지으지 / 지으시
ᄎ이(치읓이) → *치으치 / 치으시
위의 예로 미루어 보아 한글 문자의 이름인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어의 음운 현상이나 음운 변화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우스개 소리 ^^;
만약 ‘ᄃ, ᄐ’의 이름이 구개음화를 입어 ‘디귿, 티읕’에서 ‘지귿, 치읕’으로 변했다면? 변하는 순간 그 이름으로서의 효력이 없어지게 되겠지요. 즉 ‘(자음+ㅣ)+ (으+받침자음)'과 같은 규칙을 가지는 한글 자음의 이름에서 ‘자음+ㅣ’의 ‘자음’부분이 변화를 입는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는 말이 되고 말 것입니다. 'ㄷ'의 이름이 '지귿'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말이 안 되겠지요.
2. 둘째 국어에는 모음조화 현상이 있습니다.그런데 모음조화가 과거에는 단어내에서도, 체언과 조사 사이에서든지 여러 경우에서 나타났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의성어나 의태어,'아/어'에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ㅇ 이기문 <국어사개설>
제7장. 후기 중세국어 2. 모음체계
제8장, 근대국어. 음운
위 두 부분을 잘 보시면 모음조화의 붕괴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셋째 우리국어에는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어의 어두.즉 첫 음절에 'ᄅ'이 왔을 경우 'ᄅ'이 'ᄂ'이나 'ᄋ'으로 바뀌게 되는데 '로인'은 '노인'으로 사람 성의 경우 '리'는 '이'로 바뀌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두음법칙이 알타이 어계의 공통적인 특성이란 사실은 책에서 찾아 냈지만 정확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한 왜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적용하는 두음법칙이나 구개음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답변 부탁 드립니다.
→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두음법칙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두음법칙과 구개음화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설명으로는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ㅇ‘이익섭 ’한국의 언어‘, 신구문화사’ 94~96쪽, 326쪽
2002.9.10.
정호성.
어려운 것을 질문하셨군요. 대답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설명해 보겠습니다.
1. 먼저 구개음화에 관한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말이 구개음화가 적용되어 '굳이'가 '구지', '같이'가 '가치'로 발음 되는데 '잔디'나 '견디다'등은 구개음화가 적용되진 않는데 이는 원래는 'ᅵ'모음이 아닌 'ᅴ'모음이었는데 아래아의 소실로 19세기에 이르러 단음화 되어 구개음화를 피했다고 들었습니다.그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부터 존재했던 'ᄃ'의 소리인 '디귿'과 '티긑'은 왜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 'ᄃ, ᄐ'의 이름인 '디귿, 티읕('티긑'이 아닙니다.)'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부터 있던 말이 아닙니다. '기역, 니은, 디귿...'이란 말은 훈몽자회(조선 중종 22년(1527)에 최세진이 지은 한자 학습서. 3,360자의 한자를 33항목으로 종류별로 모아서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았다. 3권 1책)의 범례(일러두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책은 한자 학습서로서 아동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려는 의도로 지어진 책입니다. 최세진은 이 책의 범례에서 'ᄀ, ᄂ, ᄃ, ᄅ...'이 무슨 소리를 나타내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으로 한자의 훈과 음을 달아 아동들에게 가르치려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최세진은 ‘ᄀ’의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ᄀ’이라는 글자는 ‘其役’의 첫소리와 마지막 소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예를 든 것입니다. *를 친 것은 그 한자어를 음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훈(뜻)으로 읽으라는 말입니다. ‘귿’과 같이 말음이 ‘ᄃ’인 한자어는 없기 때문에 그 음이 아니라 그 뜻을 취하여 이렇게 적은 것입니다.(‘ᄃ, ᄉ, ᄏ’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ᄀ 其役(기역)
ᄂ 尼隱(니은)
ᄃ 池末(디귿*)
ᄅ 梨乙(리을)
ᄆ 眉音(미음)
ᄇ 非邑(비읍)
ᄉ 時衣(시옷*)
ㆁ(꼭지이응) 異凝(이응)
ᄏ 箕(키*)
ᄐ 治(티)
ᄑ 皮(피)
ᄌ 之(지)
ᄎ 齒(치)
△(반치음) 而(ㅿㅣ)
ᄋ 伊(이)
ᄒ 屎(히)
(위에서 ‘池, 治’는 현대어는 ‘지, 치’이지만 당시는 발음이 ‘디, 티’였습니다. 즉 구개음화를 겪은 것이지요. 이 예도 구개음화의 좋은 예가 됩니다.)
아무튼 ‘ᄀ, ᄂ, ᄃ, ᄅ...’의 이름은 훈몽자회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역, 니은, 디귿’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일반적인 국어의 음운 현상과는 많이 다르게 쓰입니다.
예로 ‘ᄃ이, ᄃ을, ᄃ에’를 한번 읽어 보세요. ‘*디그디, *디그들, *디그데’가 아니라 ‘디그시, 디그슬, 디그세’로 발음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자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ᄏ이(키읔이) → *키으키 / 키으기
ᄐ이(티읕이) → *티으티 / 티으시
ᄌ이(지읒이) → *지으지 / 지으시
ᄎ이(치읓이) → *치으치 / 치으시
위의 예로 미루어 보아 한글 문자의 이름인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어의 음운 현상이나 음운 변화를 겪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우스개 소리 ^^;
만약 ‘ᄃ, ᄐ’의 이름이 구개음화를 입어 ‘디귿, 티읕’에서 ‘지귿, 치읕’으로 변했다면? 변하는 순간 그 이름으로서의 효력이 없어지게 되겠지요. 즉 ‘(자음+ㅣ)+ (으+받침자음)'과 같은 규칙을 가지는 한글 자음의 이름에서 ‘자음+ㅣ’의 ‘자음’부분이 변화를 입는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는 말이 되고 말 것입니다. 'ㄷ'의 이름이 '지귿'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말이 안 되겠지요.
2. 둘째 국어에는 모음조화 현상이 있습니다.그런데 모음조화가 과거에는 단어내에서도, 체언과 조사 사이에서든지 여러 경우에서 나타났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의성어나 의태어,'아/어'에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ㅇ 이기문 <국어사개설>
제7장. 후기 중세국어 2. 모음체계
제8장, 근대국어. 음운
위 두 부분을 잘 보시면 모음조화의 붕괴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셋째 우리국어에는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어의 어두.즉 첫 음절에 'ᄅ'이 왔을 경우 'ᄅ'이 'ᄂ'이나 'ᄋ'으로 바뀌게 되는데 '로인'은 '노인'으로 사람 성의 경우 '리'는 '이'로 바뀌게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두음법칙이 알타이 어계의 공통적인 특성이란 사실은 책에서 찾아 냈지만 정확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한 왜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적용하는 두음법칙이나 구개음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답변 부탁 드립니다.
→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두음법칙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두음법칙과 구개음화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설명으로는 다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ㅇ‘이익섭 ’한국의 언어‘, 신구문화사’ 94~96쪽, 326쪽
2002.9.10.
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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