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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 21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수학적 세계

작성자能田|작성시간19.10.25|조회수348 목록 댓글 0

미술산책 21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수학적 세계

서울대총동창신문 제499(2019. 10.15)



채찍질 당하는 그리스

조은정 (서양화87-91, 51), 목포대 미술학과

기하학자들에 따르면 점은 면적이 없으며, 선은 넓이가 없는 길이일 뿐이다. 이들은 지적인 측면에서만 인지될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이 눈으로 있도록 원근법을 증명하려면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들어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점은 사람들이 눈으로 인식할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선은 점이 다른 점까지 확장된 것이다. 선의 넓이는 점의 크기와 동일하다. 면은 선들에 의해서 에워싸인 넓이와 길이의 합이다. 면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삼각형, 사변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팔각형, 그밖에 많은 수의 다양한 각들로 이루어진 면들이 온갖 형상들에서 발견된다.

 

위의 글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6-1492) 논문 ‘회화의 원근법에 대하여’의 대목이자,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1권의 정의들에 대한 대응이다. 화가이자 기하학자였던 피에로에게 수학적 엄정성은 타협이 불가능한 원칙이었다.

 

반면에 회화에서 구현해야 하는 시각적 효과는 기하학의 요소와 원리만으로는 해결할 없는 물리적 실체를 요구했다. 위의 문단은 그가 고전 기하학의 추상적 개념들을 스케치와 구성, 채색이라는 현실적인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이 극대화된 작품이 바로 ‘채찍질 당하는 그리스도 The Flagellation(1455년경)이다. 패널화는 폭이 80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워낙 치밀하게 계산된 원근법적 효과 덕분에 책이나 모니터를 통해서 그림을 접하는 이들은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곤 한다. 등장인물들의 무릎 정도에 맞추어진 소실점의 위치로 인해서 관람자들은 이 작은 화면 속의 인물들을 마치 거인들과 같이 우러러보게 된다.

 

화면에 바짝 나와서 있는 화려한 옷차림의 인물들 뒤로 정교한 격자무늬 바닥의 광장이 펼쳐져 있고, 열주랑 안쪽 저 멀리에는 채찍질을 당하는 그리스도와 명의 형리들이 있다. 안쪽 구석에는 빌라도가 권좌에 앉아서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내부의 모든 건축물들은 광장 바닥의 격자 선에 맞추어서 배치되어 있고, 정면이 화면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

 

너무나 명징해서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주는 이러한 구성은 피에로가 위의 원근법 논문에서 물체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조합하여 입체와 삼차원적 공간을 재현하도록 했던 계산 방식의 구체적 예시이다. 아래쪽에서 올려다 인물 두상이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원기둥과 사각형 입방체들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 , 원근법을 처음 접하는 15세기 르네상스 화가들이 맞닥뜨릴 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들을 담고 있는 교과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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