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권위주의와 정치 문화 문제점
Ⅰ. 서론
한국의 근현대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아픔을 겪으면서 남북 간의 냉전 대결상황에서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일과 경제건설을 통하여 빈곤으로부터 탈피하는 일, 그리고 민주주의로의 정치발전을 이룩하는 일 등의 세 가지 과제를 두고 분투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세 가지 과제에서 경제성장만을 앞세우면서 민주주의 정치발전은 지체되었다. 게다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문화가 미숙한 가운데 권위주의적 독재자가 오래 군림하게 되면서 한국 정치 문화에 권위주의적 성격은 더욱 짙어졌다. 이러한 한국 정치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해 알아보고 권위주의에 의한 정치 문화 문제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해보겠다.
Ⅱ. 본론
1. 한국 정치의 권위주의
권위주의라 함은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국가 의사결정과정에 시민의 의사가 구조적으로 배제된 채 지배계급이 권력행사의 정부 또는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정치구조를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식민지적 조건 그리고 분단 상황에서 외세와 외세의존적 국가권력의 영향 하에 수동적인 모습으로 형성, 발전되어 한국의 시민사회는 뒤늦게 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서 60년대 들어 효율성과 위계구조에 바탕에 성립된 군사문화에 산업화라는 성장위주정책과 맞물리면서 개발독재로 시민정치의 발전을 더욱 위축시켰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상대적 미성숙은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연결고리인 정당의 미발달을 초래하였고 시민을 대표하는 정당의 미성숙은 시민을 대표하기 보다는 정치권력의 뒷 배경이 되는, 권위주의 정치에 힘이 되는 부패정치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2. 한국 정치 문화의 문제점
첫째, 한국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논하기 전에 살펴봐야 할 것은 한국특유의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이다. 한국에서의 지역주의, 연고주의는 심리적 균열현상의 원인으로 정치 분열과 정치 결정 과정의 왜곡을 낳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한국 정치의 권위주의적 성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는 현대에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왕조간의 분립과 싸움에서부터 시작된 한국 특유의 정치적 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남북 간의 이데올로기 대치상황, 불균등한 발전전략, 권위주의하의 지나친 중앙집권주의, 역대지도층의 지역주의 악용 등 역사성과 성장전략, 정치 지도층의 정치적 전략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 요인들의 산물이다.
둘째, 정치 문화 문제점은 해방 후의 친일파 척결을 위한 반민특위의 실패와 경제성장과정에서의 극도의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풍조에 의해서도 나타났다. 국민들이 무엇이 정당한 것인지의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 나머지 사회를 배금주의, 권력지상주의로 물들게 하였으며, 정치에서는 과정이나 절차가 무시된 채 결과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결과지상주의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정치 문화 왜곡 과정에서 발생한 가치부재현상은 '돈은 벌면 그만이고 권력은 잡고 보면 그만이다.'라는 만능권력으로서의 권위지상주의를 뿌리내리게 했다.
셋째, 산업화 과정에서 건전한 시민의식을 소유한 중산층의 미성숙이 그 한 요인이 되겠지만 한국의 지도계층을 이루는 상부계급의 의식구조 역시 문제점이 된다. 권력 획득 과정에서 지위에 맞는 자기훈련이나 도덕적 수련이 결여돼 있었다. 성과를 올리기에만 급급하여 그들의 지위에 걸맞는 도덕적 소명의식을 계발할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경제성장의 성과배분에 있어서 언제나 부패와 비리의 유혹에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넷째, 경제성장을 국가가 주도하게 됨에 따라 국가가 지원하는 소수 기업인들의 정치 권력 침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그 소수 기업인들은 이제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재벌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재벌기업의 등장은 뒤에 정치 권력이 존재해 왔고, 정치 권력은 재벌기업의 지원 아래 권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는 권력의 창출, 재생산과 관련된 비용조달이라는 측면에서 재벌기업을 이용하였고, 재벌기업은 재벌기업 나름대로 기업활동에 유효한 방패막이나 수단으로 정치 권력을 이용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형성했다. 정치인들은 경제적 힘을 자신의 권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재벌 기업들은 정치 권력을 기업 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다는 듯이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즉, 정부는 국민의 편이 아닌 기업의 편에 서는 정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다섯째, 한국은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이다. 삼권분립이 기초이지만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권력구조내의 견제와 균형에서 벗어난 1인적 최고 통수자이다. 그러나 의회에 대해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여당이 의회 내 다수파를 형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따라서 여당의원수의 확보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됨으로써, 선거자금의 자원에 따른 비자금 문제, 그 조달과정에서의 정.경유착, 이와 관련된 기업 비자금등 온갖 비리의 원인이 된다. 여당은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여 과다한 정치비용을 조성하는 반면, 야당은 그 같은 비용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자연히 음성적 자금출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3.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의 권위주의에서 파생된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만연해 있는 한국 정치 권위주의를 당연한, 어쩔 수 없는 정치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
첫째, 대통령 중심의 신권위주의적인 정치를 배제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의 방관자가 아니라 개혁, 정치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 엘리트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특정 소수인들의 개혁, 정치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특정인들이 주도하는 정치 활동에는 총체적인 실상과 유리된 나머지 형식적 구조화될 위험이 크다.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야 말로 권위주의적 정치 풍조를 잠식시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민들이 개혁, 정치의 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입과 귀가 되는 언론의 소신이 있고 투명한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은 정치 상황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로 국민들에게 사실을 보고해야 하며, 국민들은 그런 사실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전한 언론, 여론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투명한 언론 문화는 올바른 정치 문화 형성의 필수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정치 내 법치주의를 확고히 정착시켜 정치과정과 더불어 정치주체 모두 법적 테두리 내에 머물게 해야 한다. 법 위에 권력이 있는 사회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바람직한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강력한 법 제도화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정치지도층에 대한 신뢰회복의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건전한 정치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정치 내에서도 엄격한 부정부패 방지 제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의 외적 감시도 중요하지만 정부 내적인 감시가 보다 더 정확하다. 공직자윤리법이 존재하지만 '윤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만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적용해야한다.
Ⅲ. 결론
올해 9월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44개국 중에서 19위로 전년보다 5단계 상승했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주목할 만큼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성장 뒤에 올해 3월에 발표된 정치 청렴도는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 16개 국가 가운데 6번째로 부패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경제 성장에만 급급하고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는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정한 경제성장,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정치 활동 보다는 건정하고, 공정한, 국민들의 지지가 뒷받침 되고 법의 보호를 받는 정치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치의 영향력은 제한되어 있지 않다. 정치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만큼 외적인 수치로 표현 가능한 경제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적인 정치 문화를 올바르게 이끌어나 갈 때 국민 전체가 인정할 수 있는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한국정치특강」中 민주화 이후의 이익집단정치
- 한국정치구조 (한국정치문화연구원)
- 네이버 지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