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도 날 못 보고 / 이황
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古人 못 뵈
古人을 못 뵈도 예던 길 앞에 있네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고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 분들을 보지 못하네. 하지만 그 분들이 행하던 길은 지금도 가르침으로 남아 있네. 이렇듯 올바른 길이 우리 앞에 있는데 따르지 않고 어쩌겠는가?
이 시조는 이황(李滉)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후6곡(後六曲) 중 세 번째 시조이다. <도산십이곡>은 전6곡ㆍ후6곡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6곡에서는 겉도는 세속적인 부질없는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리고, 맑고 순수한 심성(心性)을 닦으려는 의지를 읊었고, 후6곡은 학문을 닦고 심신을 수양하는 심경을 읊었다.
이 시조는 옛 성현군자들이 행하던 인륜대도를 오늘날의 우리들도 실천궁행하여야 함을 주장한 노래이다. 이 시조의 묘미는 앞 구의 끝말을 뒤 구의 첫말로 가져와 그 뜻을 이어 나가는 연쇄법을 쓴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옛 성현과의 교감은 오직 서적 탐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고, 그 길은 학문에의 정진으로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후6곡 중의 제6수이다.
우부(愚夫)도 알며 하거니 그 아니 쉬운가.
성인도 못다 하시니 그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줄을 몰라라.
우부도 성인도 해야 하며, 또 할 수 있는 것이 학문이요, 쉽고도 어려운 것이 학문의 길이다. 그것에 몰두하여 세월 가는 줄을 모르는 즐거움이 곧 '배움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퇴계의 학문하는 태도를 읊은 것이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