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와 문어를 먹는 식성 때문에 서로 놀란 명나라 장수와 선조 임금
출처는 성호 이익의 성호사설 만물편
정ㆍ팔초ㆍ교력(蟶八梢鮫)
우리나라에서는 조수(鳥獸)와 충어(虫魚)에 대한 글자의 뜻을 대부분 몰랐다.
임진년 난리 때 천장(天將)이 편지를 보내서 맛살조개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맛살조개가 가리합(嘉里蛤)인 줄을 모르고 다만 대답하기를, “우리나라에는 이런 물건이 생산되지 않는다.”라고 했던 바, 천장은 자기를 속인다고 몹시 성을 내기까지 하였다.
하루는 천장이 계두(桂蠹)를 바쳤는데, 이는 바로 계수나무 속에서 생긴 좀벌레로서 빛깔은 붉고 맛은 맵고 향기로웠다. 남월왕(南越王)이 중국에 공물(貢物)을 바칠 때 비취(翡翠)는 40쌍까지 바쳐도 계두는 겨우 한 그릇 밖에 바치지 않았다 하니, 그 계두란 희귀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 주상(主上)은 오래도록 주저하고 젓가락 대기를 즐겨하지 않았다.
조금 후에 문어갱(文魚羹: 문어를 끓인 국)을 올렸는데, 문어란 것은 바로 팔초어(八梢魚)다. 그런데 천장도 역시 난처한 빛을 보이고 먹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이 문어는 우리나라에만 생산되는 까닭에 천장이 처음 보게 된 것이다.”고 한다.
내가 천사 동월(董越)이 지은 조선부(朝鮮賦)를 보니, 그의 자주(自註)에, “문에는 바로 중국 절강(浙江)에서 나는 망조어(望潮魚)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임진년 난리 때 이여송(李如松) 무리들은 대부분 중국 북쪽 지방의 사람인지라, 남북 거리가 동떨어지게 멀기 때문에 강회(江淮)의 어물을 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본초(本草)》 오적어(烏賊魚) 조에 상고하니, “어족(魚族) 중에 뼈없는 고기는 이름을 유어(柔魚)라 하고, 또 장거(章擧)와 석거(石距)라는 두 종류가 있다.” 하였다.
이는 문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조금 크고 맛은 썩 좋아서 귀중한 식품으로 꼽히게 되고, 오적어도 역시 팔초어와 비슷한데 다리가 아주 짧기 때문에 약간 구별된다.
추측컨대, 이 장거와 석거란 것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문어와 낙제(絡蹄) 따위처럼 생긴 것인 듯한데, 중국서도 역시 진귀(珍貴)하게 여긴다. 낙제는 속명 소팔초어(小八梢魚)라는 것이다.
인묘(仁廟) 정해년에 중국 사람 임인관(林寅觀)ㆍ진득(陳得) 등이 풍파에 표류되어 제주(濟州)에 정박하자, 우리나라에선 연경(燕京)으로 돌려 보내 주었던 것이다. 그들이 섬 속에 오래 머무르면서 속명 도미어(道尾魚)라는 것을 보고 이르기를, “이것이 교력어(鮫魚)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본초(本草)》에 상고해 봐도 이런 종류가 없으니, 그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다.
[주C-001]정ㆍ팔초ㆍ교력(蟶八梢鮫) : 정(蟶)은 맛살조개, 팔초(八梢)는 문어, 교력(鮫)은 도미어의 일종. 《類選》 卷10中 萬物篇 禽獸門.
[주D-001]천장(天將) : 사대사상에서 명 나라 장수를 천장이라 하였음.
[주D-002]남월왕(南越王) : 한(漢) 나라 때 조타(趙佗).
[주D-003]주상(主上) : 여기서는 선조 대왕을 말함.
[주D-004]오적어(烏賊魚) : 오징어.
[주D-005]인묘(仁廟) : 인조 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