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히스테리의 역사
▲ 1892년 조셉 E. 베이커 석판화. 중세 마녀 사냥을 묘사한 내용이다
집단 히스테리(mass hysteria)는 한 집단에서 나타나는 신체적이거나 심리적인 증상을 이르는 용어로 공동체 안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며 이따금씩 도시나 나라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집단 히스테리를 겪는 개인은 통제할 수 없는 웃음, 기절, 발작, 어지러움, 근육 약화, 또는 실질적인 신체적 원인이 없이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을 겪곤 한다. 히스테리의 사례는 몇 백 년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으며 인간 심리의 복잡한 특징에 대한 흥미로운 이해를 돕는다.
‘hysteria’는 그리스어 단어인 ‘hyster’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궁을 의미하며 그리스 의학자였던 히포크라테스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궁과의 관련성은 기원전 1900년경의 고대 이집트의 카훈 파피루스(Kahun Papyrus)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훈 파피루스는 히스테리성 장애의 원인이 여성 체내에서 자궁의 자발적인 이동에 있다고 정의한다.
중세 시대에 이르러 이 가설은 마법, 귀신들림, 정신이상이 그 원인으로 입지를 얻으며 대체되었다. 집단 히스테리의 발생이 여전히 의학계의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음에 따라, 이제는 주로 정서적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극심한 형태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역사적으로 유명하며 독특한 집단 히스테리의 사례를 소개한다.
13~17세기의 중세 무도병
무도병은 댄싱 플래그(Dancing Plague), 사도 요한의 춤(St. John’s Dance), 성 비투스의 춤(Dance of St. Vitus)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13세기에서 17세기 사이의 유럽을 강타했다. 가장 유명한 무도병 발생 중 하나는 1374년 6월 24일 독일의 아헨에서 일어났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거리를 따라 몇 시간, 몇 일, 또는 거의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병적으로 춤을 췄으며 마침내 지쳐 쓰러지거나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으로 숨졌다. 각 발생마다 참가자의 수는 거의 몇 천에 이르렀다. 무도병은 중세 유럽에서 여러 번에 걸쳐 발생했다고 알려졌으며,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지에서 일어났다. 초반에는 무도병이 세례 요한이나 성 비투스 등의 성자가 내린 저주라고 여겼기 때문에 다양한 명칭이 생겨났다. 이러한 이유로 무도병 환자들은 고통에서 구제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를 바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서 성자들에게 바쳐진 장소로 찾아갔다.
고양이 소리 내며 우는 수녀들
학교나 감옥 및 유대가 긴밀한 공동체 등의 기관에서 종종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했으며, 유럽의 수녀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일의 의학사가 헤커(J. F. C. Hecker)가 1844년에 펴낸 저서 “중세시대의 전염병(Epidemics of the Middle Ages)”은 프랑스의 한 수녀원에 기거하는 수녀가 고양이처럼 울기 시작한 사례를 소개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수녀들도 같은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수녀원 전체를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수녀들이 뒤덮었다. 이 사건은 주변의 기독교인들의 걱정을 샀으며 결국 군인들이 상황을 억제하기에 이른다. 군인들은 수녀들이 귀를 찌르는 소음을 멈추기로 약속할 때까지 채찍을 휘두르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 시기에는 귀신들림에 대한 믿음이 흔했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고양이들이 악마에 충성을 맹세한 생명체로 인식되곤 했다.
1962년 탕가니카 웃음병 전염
탕가니카웃음병은 1962년 1월 30일 탄자니아의 카샤샤 마을에 위치한 여학생들을 위한 기숙 미션 스쿨에서 시작됐다.
웃음병은 세 명의 여학생을 시작으로 학교 전체에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몇 주에 걸쳐 지속되어 1962년 3월 18일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집단 히스테리는 다른 학교에 전염되고 근처 다른 마을까지 퍼져나갔다. 몇 천명의 아이들이 웃음병에 전염되었으며 학교 14곳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웃음병이 시작된 지 18개월이 지나서야 사그라들었다.
1692~1693년 세일럼 마녀 재판
집단 히스테리아의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는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세일럼에서 일어났다. 몇 십 명의 어린 소녀들이 걷잡을 수 없이 소리를 지르고 몸을 비틀며 발작했으며 마침내 마녀 혐의를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마법을 썼다는 혐의 및 여러 공판으로 이뤄진 세일럼 마녀 재판이 일어났으며 세일럼과 근처 마을의 주민 25명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미국 역사에 있어 큰 영향력을 가지는 사건으로 남은 세일럼의 재판은 정치적 수사와 유명 문학작품에서 고립주의, 종교적 극단주의, 무고, 정당한 법 집행의 실패에 대해 강조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현대적 해석
집단 히스테리아의 증식에 대한 사례들은 점점 더 높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더는 자궁, 마법, 귀신들림을 참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중들과 반목한다. 하지만 집단 히스테리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사례로 2012년 스리랑카 15개 학교에 재학 중이던 1900명의 어린이들이 특별한 신체적 원인이 없는데도 피부 발진, 현기증, 기침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집단 히스테리아는 쉽게 어리석고 이상한 행동으로 여겨져 지나갈 수 있지만, 한 연구는 사회 불안, 문화적 압박, 루머, 두려움, 이상 흥분, 종교적 신념, 권력자에 의한 행위의 강화, 극한의 스트레스 등을 포함한 집단 히스테리아의 형성과 분포의 원인이 되는 복잡한 요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여러 세기를 거치는 동안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환경이 모두 변했지만 인간의 심리는 대부분 그대로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올 미래에도 증가한 집단 히스테리아 사례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