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다. 마음을 찾기 위한 테크놀로지다. 그러므로 불교는 과학이다. 우리가 불교에서 과학성을 잃을 때 문제가 생긴다. 옛날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배우기가 어려웠다. 한자로 된 경전을 소화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기복적 성격이 강했다. 이제는 다르다. 세대가 바뀌었다. 그리스도교든, 불교든 맹목적인 접근을 하면 냉철하게 돌아선다. 그들이 목말라하는 건 테크놀로지다. 자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테크놀로지다. 한국 불교는 과학성을 회복해야 한다. 과학의 법과 마음의 법이 얼마나 똑같은지 강조해야 한다. 신앙이란 테크놀로지에 대한 믿음이 바로 신앙이다. 거기서 힘이 나온다. 그게 신앙의 힘이다.
국어사전에 담긴 인문학의 정의를 보면 ‘인간에 관한 학문’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므로 문(文)·사(史)·철(哲)만이 인문학이 아니라 자연과학과 사회과학도 다 같은 인문학이다. 인간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다. 불교는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린 숭산(1927~2004) 스님의 제자인 현각(51) 스님은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과 문학, 하버드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뒤 1990년 한국에 왔다. 99년 그가 쓴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는 밀리언셀러가 됐다. 2008년 말 그는 훌쩍 한국을 떠났다. 독일 뮌헨을 거쳐 지금은 하이델베르크에서 참선을 가르치고 있다. 현각 스님은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한국에서 내가 사찰에 가면 사람들은 ‘와, 현각 스님이다’라고 소리쳤다. 법문을 하기도 전에, 메시지를 던지기도 전에 말이다. 사람들은 메시지(Message)보다 메신저(Messenger)를 더 중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내게는 굶주림이 필요했다. 스티브 잡스는 스테이 헝그리(Stay hungry!)라고 했다. 배고프게 살라는 뜻이다. 내게는 그런 배고픔이 필요했다. 서산대사는 춥고 배고플 때 도심(道心)이 생긴다고 말했다. 출가할 때 내가 가졌던 굶주림, 그걸 다시 찾아야 했다. 숭산 스님은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지 말라고 했다. 한국어를 모르니 사찰 생활이 여러모로 불편하다고 하소연하자 스승은 나에게 “한국말을 하면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그냥 두지 않을 거다”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독일행을 결정했다.
마음의 인문학인 불교에는 ‘이뭣고, 마삼근(麻三斤), 무(無)’ 등 1,700여 개의 공안(公案·깨달음을 담은 선문답 일화)이 있다. 그게 내 가슴에 간절한 물음으로 박히는 순간, 화두가 된다. 그건 세상 모든 인문학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나의 화두는 ‘왜 사는가?’다. 스승인 숭산 스님을 만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간절한 물음이다. 종교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모두 내면에서 올라오는 자신만의 물음이 있다. 나에 대해,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해, 자연과 우주에 대해. 그게 진짜 살아 있는 화두다. 그걸 따라가면 된다.
현각 스님의 어머니는 생화학자였다. 아들의 출가를 강하게 반대했다. 전통 가톨릭 집안에서 머리 깎고 승려가 되겠다니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국에 온 현각 스님은 순천 송광사에서 수행하며 어머니께 편지를 썼다.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자신의 일상은 어떠한지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래도 답장이 없었다. 현각 스님은 편지를 계속 썼다. 하루는 어머니의 답장이 도착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상의 어떤 학문이든 바닥까지 파다 보면 단 하나의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건 ‘나는 누구인가?’다. 네 편지를 읽다가 너의 수행과 나의 학문이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아들이 낯설고 먼 나라까지 가서 그 물음의 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2년 전 어머니는 ‘I always be with you(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겠다)’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지금도 어머니는 나와 함께 계신다. 삐유삐유 새소리도, 부르릉 차 소리도 어머니의 소리다. 내 마음의 바탕, 어머니의 바탕, 새 소리와 차 소리의 바탕이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각 스님은 1964년 미국에서 출생하였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다. 숭산 스님의 강연에서 충격을 받고 출가했다. 석사 논문에서도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다루었다. 출가 후에 송광사와 봉암사 등에서 참선 수행을 했다.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 『만행』 『선의 나침반』 『오직 모를 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