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성은 황금을 뜻하는 '알타이'에서 출현
한국인은 알타이라는 이름을 역사가 생기기 이전 아득하고 머나먼 선조의 고향으로 기억한다. 인간의 회귀 본능을 생각해 본다면 한민족의 시원으로 추정되는 알타이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수없이 많은 사람을 그곳으로 이끌 법도 한데, 알타이는 아직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화와 전설 속 미지의 땅으로만 남겨져 왔다. 국경이 없던 고대에는 알타이에서 한반도까지 말을 타고 나흘 정도면 갈 수 있었다고 알타이학 연구소 니콜라이 예게예프 소장이 말했다. 그런데 수 천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국경과 이념의 경계가 생기면서 공간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너무도 머나먼 곳이 되고 말았다.
핀란드 언어학자 람스테드가 한국어를 알타이어군으로 분류한 이후에도 지난 100년간 한국어의 근원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애매한 상황이었다. 알타이어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어와 알타이어가 갈라진 시기는 대략 8000여 년 전이라고 한다. 8000여 년이란 아득한 기억만큼 한국어와 알타이어가 긴밀히 교류했던 흔적도 그만큼 희미하게 지워졌다. 거기에는 한자의 역할이 컸다. 한자를 받아들이고 난 후 순수 한국어의 표기는 한자어로 대체되었다. 음가대로 한자를 차용해서 썼던 일본어와는 달리 고대중국어의 음가까지 그대로 변용하였던 한국어는 토속 한국어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환경에서 알타이어의 흔적이 아직도 우리말에 상당히 남아 있다. ‘으름장을 놓다’에서 ‘으름’은 알타이어로 ‘나쁜 징조’라는 뜻이다. 한반도와 일본에서 신으로 여겨졌던 곰(ᄀᆞᆷ)이 제사장이란 뜻의 알타이어 ‘감’에서 나왔다는 것은 매우 신빙성이 있다. 이외에도 물, 꾀, 주름, 구불구불, 자르다, 부수다, 접미사 (장사)-치, 복수어미 ‘들’ 등은 모두 알타이어와 공유하는 한국어의 토속 어휘들이다. 게다가 ‘알타이’는 ‘금(金)’을 뜻하는 말이다. 한민족에게서 가장 많은 성(姓)인 ‘김(金)’씨는 그 뿌리가 단순한 철이라기보다 황금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황금의 나라 알타이와 연결 지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알타이 족을 통칭하는 튀르크인들은 예로부터 철을 잘 다루었다. 이때 철은 금속 중에서 가장 값지고 순수한 금속인 금을 의미하였다. 그 때문에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했던 고대 튀르크인들에게 금을 다루는 대장장이는 그들 부족 사회에서 성인이자 현인으로 추앙받았으며 부족장과 더불어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고대사회의 시대적 배경과 분위기 안에서 ‘금’이라는 뜻의 ‘김(金)’씨 성이 출현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고대 신라가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기까지 왕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던 ‘마립간’이나 ‘거서간’ 등의 어휘에 나타난 ‘간’이라는 말도 알타이어와 일치한다. ‘마립’은 그들 사이에서 흔한 이름이고, 특히 ‘간(kaan)’은 알타이어를 비롯한 모든 튀르크어에서 ‘칸’ 혹은 ‘깐’으로 발음되는 왕을 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6세기 초기까지 신라 왕들이 썼던 금관이나 왕릉 등이 유라시아 튀르크족의 유물유적과 흡사하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