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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상

장자(莊子)의 사상이 담긴 중국식 판타지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

작성자위대한|작성시간17.05.29|조회수581 목록 댓글 0

 

장자(莊子)의 사상이 담긴 중국식 판타지 애니메이션 <나의 붉은 고래>

 

 

▲ [사진=영화사 빅 제공]
사자성어 중에 ‘붕정만리(鵬程萬里)’라고 있다. 창창한 장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동양 사상가 장자(莊子)와 연관이 있다.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은 전설적인 새 중에서 가장 큰 ‘붕(鵬)’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큰지 몇 천리나 되는지 모를 정도이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붕이 되었다. 날개 길이도 몇 천리인지 모른다. 한번 날면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았고, 날개 짓을 3천 리를 하고 9만 리를 올라가서는 여섯 달을 날고 나서야 비로소 한번 쉬었다.”
장자의 사상에는 ‘붕’에 비유하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대부분 웅장하거나 원대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 또는 물체를 비유할 때 등장한다. 신작 <나의 붉은 고래>(감독 양선, 장춘, 2016)는 바로 그러한 상상 초월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예 도입부에 붕과 곤에 대한 내레이션이 나온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바다 아래에 존재하는 설화의 세상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녀 ‘춘’(목소리 계관림)이 주인공이다. 성인식을 맞은 춘은 고래로 변신해 인간 세상을 일주일간 탐험하러 나간다. 처음 만나는 낯설고 신기한 풍경을 즐기던 중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하다가 인간 세상의 소년 ‘곤’(허위주)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이 과정에서 곤이 목숨을 잃는다.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온 춘은 ‘영혼 관리자’와 거래해 금기를 깨고 곤을 환생시키려 한다. 곤의 영혼이 깃든 아기 고래를 사람들 몰래 키워 인간 세상에 환생시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금기를 깬 대가로 춘의 세상은 재앙에 휩싸인다.

중국 감독답게 붉은 색상을 다채롭게 이용해 화면에 담아냈다. 중국은 실사 영화 못지않게 애니메이션 시장도 활황이라고 한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중국 개봉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나의 붉은 고래>는 중국의 두 감독 양선과 장춘이 대학생 때 만든 단편물을 장편으로 제작하면서 기획 10년, 실제 제작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총제작비는 52억여원이 들었으며 지난해 7월 개봉해 94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장자의 사상을 비롯, 중국 고유의 색깔을 넣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중국풍 화면과 한자로 형상화한 캘리그라피 등이 특히 그러하다. 스케일 자체도 크고 넓다. 하지만 몇몇 결정적인 한계도 두드러진다.
우선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따르고 있다. 설화 세상 소녀 춘이 인간 세상 소년 곤을 왜 목숨까지 걸어가며 구하려고 애쓰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춘을 사랑하면서 그녀를 돕는 또 다른 설화 세상 인물 ‘추’(소상경)도 마찬가지.

 

 

 


“어려서부터 네가 먹는 모습이 좋았어. 예뻤거든”이란 대사가 추의 춘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를 설명해 주는 거의 전부인 셈이다. 스토리를 이어가는 주된 추진력이 ‘사랑’ 이야기인데, 그 사랑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픽사와 디즈니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지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붉은 고래>는 여러모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한다. 캐릭터의 이미지와 그림체, 색감 등이 그렇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아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가져다 쓴 듯이 느껴질 정도다.
더러 화면이 치밀하지 못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헤엄치는 장면 등 몇몇 동작 묘사 부분에선 무척 어색하다. 바다나 파도, 하늘 등 거대한 자연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내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지브리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정밀한 화면 묘사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새삼 자각하게 된다.
원래 제목은 ‘대어해당’(大魚海棠)이다. ‘해당(海棠)’은 해당화를 뜻하며,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고 있다. 제작사는 중국의 ‘B&T스튜디오’이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술도 이 영화에 참여했다.
주로 해외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미르’가 캐릭터의 연기와 액션신, 자연물의 움직임, 카메라 연출 등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상적인 부분에 주도적으로 작업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OST를 담당했던 일본인 요시다 기요시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전체 관람가. 6월 15일 개봉.
[글=신용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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