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술(術)'로 부하를 통솔하라
전국시대 역사를 읽으면 어느 나라에나 잠들어 있는 사이에 부하에게 목을 베이는 우두머리가 간혹 등장한다. 현대에서는 이런 일이야 없겠지만 그에 가까운 예는 많다. 신뢰하는 부하가 배신을 하는 경우는 여전히 끊임없이 일어난다.
부하에게 배신당해도 개인적인 손해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회사마저 위태로워져서 여러 곳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리더로서의 자격은 실격이라 할 만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한비자』의 입장에서는 조직관리가 안일하여 부하 통솔력이 느슨해졌다고 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부하를 통솔하고 조종하기 위한 '술'을 마스터할 필요가 있다.
그 '술'이란 첫 번째로 공적을 세운 자에게는 상을 주고 실패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권한을 확실히 수중에 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부하를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키는 것은 호랑이에게는 발톱과 어금니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뺏어서 개에게 준다면 거꾸로 호랑이가 개에게 복종해야 할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군주가 상벌의 권한을 신하에게 맡겨버리면 나라 전체가 그 신하를 두려워하고 군주를 우습게 볼 것이다. 인심은 군주를 떠나 그 신하에게 옮겨가 버린다."
우두머리가 행사하는 상벌의 권한은 호랑이의 발톱과 어금니에 해당된다. 상벌의 권한을 포기한 우두머리는 발톱과 어금니를 버린 호랑이와 같다. 이렇게 되면 부하를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권한을 확실히 자신의 손에 쥐고 있을 것, 이것이 '술'의 첫 번째 조건이다.
두 번째는 엄격한 근무평정. 이 평정 방법에 대해 『한비자』는 '형명참동(刑名參同)'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제창한다. '형명참동'이란 부하가 신고한대로 업무를 준 후에 신고와 성과가 일치한 자에게는 상을 주고 일치하지 않는 자에게는 벌을 주는 방식이다.
신고와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고 이하의 성과를 거둔 경우로, 이는 벌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경우는 이것밖에 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둔 때이다. 이 경우에도 벌을 줘야 한다고 『한비자』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신고와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마이너스는 다소 큰 성과를 거둔 정도로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극히 엄격한 방식인데, 이를 서툴게 적용하면 조직 내에 쓸데 없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한비자』의 인식으로는 부하에게 직분을 지키도록 하고 서로 감싸주는 것을 막기 위해 이렇게 엄격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를 조종하기 위한 '술'의 세 번째는 부하에게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감정을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다. 군주가 신하에게 이런 감정을 보이면 부하는 자신을 그것에 맞춰서 행동한다. 그렇게 되면 부하를 잘 부려먹기는커녕 신하에게 휘둘리게 된다. 또한 속에 흑심이 있는 부하는 그 점을 이용하여 모략을 꾸미고 군주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틈을 보이지 말라는 것이다.
네 번째, 때로는 부하에게 뜻밖의 질문을 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세세한 기술인데 이런 방법으로 부하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면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하 통제에 효과적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송나라의 재상이 부하에게 명하여 시장 순시를 시켰는데 부하가 돌아오자마자 질문을 하였다.
"시장에 변한 게 있더냐?"
"아니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있었겠지?"
"그러고 보니 시장 밖에 우마차가 많아서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느니라."
재상은 그렇게 말한 후에 시장 관리를 불러 꾸짖었다.
"시장 밖에 소똥이 너무 많지 않느냐? 빨리 치우도록 해라."
관리는 재상이 이런 일까지 안다는 사실에 놀라 그 이후에는 직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섯 번째, 아는 데도 모르는 척을 하며 물어보거나 거짓말이나 트릭을 써서 시험해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비자』는 단언한다.
이와 같은 『한비자』의 '술'에 의한 부하조종법은 무조건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각자의 경우에 맞추어 소화해 나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