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바늘처럼… 대업의 길은 협력이다
-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제갈공명 얻으려 삼고초려
피할 수 없어 따라갈 수밖에
존중과 협력으로 ‘부흥의 길’
‘사자도 혼자서는 못 산다?’ 그렇다. 백수의 왕 수사자도 혼자서는 못 산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제왕은 단연 사자다. 사자사회는 모계사회다. 따라서 태어난 지 2년 정도 지나면 수컷들은 무리에서 떠나야 한다. 무리에서 떠난 수컷 사자의 절반은 1년 내 죽는다. 그런데 무리에서 떠나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사자도 있다. 이들에겐 특징이 있다. 같이 다니는 짝이 있다는 것이다. 형제 수사자다. 형제 수사자 둘이 협력하기에 사냥의 성공률이 높아진다. 다른 포식자와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선다. 더 성숙해서 다른 사자 집단의 제왕에 오를 때도 유리하다. 이들은 종속관계가 아니라 공동으로 통치하면서 오랜 세월 권력을 유지한다. 사자 생존의 최대 전략은 바로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다. 이런 사자의 협동과 비슷한 예가 유비와 제갈공명의 관계다.
유비 진영의 최초 모사였던 서서가 떠나면서 제갈공명을 추천한다. “융중에 제갈공명이라고 하는 천하의 재사가 있습니다. 그는 하늘의 천문을
알고 땅의 지리를 통달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마음을 알아냅니다. 그야말로 천하의 최고 인재입니다. 그가 장군을 도와줘야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 유비가 공명을 불러오라고 하자 서서는 “제갈공명은 함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주군께서 직접 그를 찾아 몸을 낮추어
부르셔야 합니다.” 제갈공명을 부하보다는 협력해서 대업을 같이 이루어가는 동지로 보는 패러다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제갈공명을
불러내기 위해 유비가 벌인 삼고초려 이야기는 삼국지의 백미로 꼽힌다. 유비가 첫 번째로 공명을 찾았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집에 없었다. 며칠 뒤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제갈공명이 돌아왔다고 한다. 유비가 가자고 하니 관우와 장비가 툴툴거린다. 일개 백면서생에게 너무 과한 대접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시켜 불러오면 되지 왜 주군이 직접 가느냐는 것이다.
“맹자는 어진 이를 보거든 가서 모셔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지
않음은 어진 사람을 불러들이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공명은 당세에 으뜸가는 재사다. 그런데 찾아가서 모시지 않고 어떻게 부르라는
것이냐?”
때는 한겨울이었다. 솜 같은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험한 길을 찾아간 유비는 이번에도 허탕을 친다. 공명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는 거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유비는 점술가에게 제갈공명을 만날 좋은 날을 물었다. 사흘 동안 목욕재계로 정성을 다했다.
이번에는 아예 집까지 가지 않고 오 리 앞에서 말을 내려 걸었다. 집에 도착해 아이가 말한다.
“선생님은 지금 집에 계십니다.
그런데 낮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래? 그렇다면 깨우지 마라. 내가 기다리마.”
유비는 댓돌 아래 두 손을
마주 잡고 서서 공명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깨어난 공명이 유비가 왔음을 알고 옷을 갈아입으러 후당으로 들어간다.
“유비, 그대는 기어이 나를 수고는 많고 얻을 것은 적은 그대의 꿈속으로 끌고 들어가는군요. 이제 나는 범증(范增, 항우가 유방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서도 그를 도왔던 재사)의 어리석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되었군요. 두 번이나 당신을 피하려고 했음에도 이렇게 됐으니 당신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게 됐군요.”
유비는 공명 앞에 엎드려 절을 한다. 공명은 감동한다. 일개 서생을 세 번이나 친히 찾아준 것만 해도 사실
분에 넘친다. 거기에 몇 시간 밖에서 기다려 주었는데 이젠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한다.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제갈공명은 유비의 부름을 일단
사양한다. 그러나 포기할 유비가 아니다. 드디어 유비의 간곡한 청에 제갈공명은 천하삼분책(天下三分策)을 펼친다. 그리고 유비를 따라 천하로
나온다. 만약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촉의 황제에 오르기는커녕 안개처럼 사라지는 장군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유비가 없는
제갈공명은 어땠을까? 융중에 파묻혀 일생을 백면서생으로 마치지 않았을까? 유비와 제갈공명은 바늘과 실처럼 한실 부흥이라는 먼 길을 같이 갔다.
사랑하며 존중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말이다. 당신은 평생을 같이 갈 협력자가 있는가? 한 번 뒤돌아볼 일이다.
반기성
조선대대학원 겸임교수
TIP 최고의 사람들은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최고의 사람들은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 곁에는 평생을 같이
가는 동지들이 있었다. “우리는 샴쌍둥이와 같은 존재며 중요한 투자 결정은 다 멍거의 아이디어입니다.” 워런 버핏의 성공 뒤에는 멍거가 있었다.
칭기즈칸이 세계 최대 제국을 이룬 것은 야율 초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주나라 문왕에게는 강태공이, 한고조 유방에게는 장량이 있었다. 종속관계는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는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을 시작하면서 만나 믿음을 쌓고, 비전을
공유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가까운 곳을 가려면 혼자 가도 된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