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王母, 선도복숭아가 자라는 정원
◈ 서왕모의 궁전
서왕모가 산다는 선경을 요지(瑤池)라 하고 그곳에 선도복숭아가 자란다고 한다. 하나를 먹으면 천년을 살 수 있다는 등 가지가지 일화가 전해져 오면서 일찍이 이상향을 그리는 사람들이 꿈속에서도 동경해마지 않던 곳이다. 역대로 이것을 노래한 시인들이 수도 없이 많으나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詩 한 편씩 소개하고자 한다.
당나라 때 이태백은 양귀비를 노래한 청평조사(淸評調査)에서
雲想衣裳花想容 운상의상화상용
春風拂檻露華濃 춘풍불함로화농
若非群玉山頭見 약비군옥산두견
會向瑤臺月下逢 회향요대월하봉
구름에서 의상을 생각하고 꽃을 보면 그 모습이 떠오른다.
봄바람은 난간을 스치고, 이슬 머금은 꽃은 더욱 무르녹는다.
만약 그대(양귀비)를 군옥산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요지(瑤池)의 달빛 아래서 만나리다.
우리나라 이조 순조의 아들 익종(翼宗)대왕은 모후의 축수연에서 다음과 같은 시조를 지어 올렸다
"요지에 봄이 드니 벽도화 다 피도다.
삼천년에 맺은 열매 옥반에 담았으니
진실로 이 반 곧 받으시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위 두 편의 시에 나오는 군옥산(群玉山)과 요지는 바로 서왕모가 연회를 베풀던 장소이며, 모두가 곤륜산에 있다. 곤륜산이야말로 중국신화 전설 가운데 가장 널리 잘 알려진 신선들의 산이다. 신선들이 산다는 선산(仙山)이라기보다 천계와 통해 있는 큰 사닥다리라고도 한다. 전설에 나오는 유명한 신선들은 곤륜산과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곤륜산의 가장 높은 곳은 옥황상제의 거처와 바로 통해 있다고 한다.
모두가 옥으로 되어 있다는 군옥산은 곤륜산 서쪽에 있으며 서왕모의 궁전이 이곳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서왕모의 정원 연못인 요지(瑤池)는 군옥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그 연못물이 깊고 넓고 맑아 마치 투명하고 빛나는 아름다운 옥과 같다고 한다. 요지 주변에 선도복숭아 꽃 등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그 경치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서유기(西遊記: 손오공이 요지의 선도복숭아를 따먹어 신선대회를 망쳤다는 이야기가 있다)가 세상에 나온 후 요지는 하늘나라 궁전 가운데 주요한 경치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이때부터 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 선도복숭아(蟠桃)에 대하여
◈ 복숭아나무 동산, 반도원(蟠桃園)
반도원에는 복숭아나무 3,600그루가 있다고 한다. 앞면에 1,200그루는 꽃이 작고 과일도 적은데 3,000년에 한번 익으며 사람이 먹으면 도를 이루고 신선이 된다고 하는데 신체가 가벼워지고 건강해진다고 한다. 중간 1,200그루는 겹꽃에 단 열매가 맺는데 6,000년에 한번 익으며 사람이 먹으면 안개나 놀과 같이 가볍게 날며 장생불사한다고 한다. 제일 뒤편에 있는 1,200그루는 자주색 무늬의 담황색 복숭아로 9,000년에 한번 익는데 이를 먹는 사람은 천지와 같이 수명을 누리고 해와 달과 같이 영원히 산다고 한다. 이 반도원에는 일년 사시사철 복숭아꽃이 핀다고 하며 매년 일정량씩 다 익은 선도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 신선들의 모임, 반도승회(蟠桃勝會: 일명 군선대회)
요지에 대해 언급하면 사람들은 쉽사리 서왕모가 주관하는 반도승회를 떠올린다. 이 세상의 어떠한 명목의 연회나 파티를 통틀어 보아도 이보다 사람을 사로잡는 연회는 없을 것이다.
매년 3월3일 서왕모 생일이 되면 요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각에서 반도승회를 거행한다고 한다. 이 잔치에는 수많은 큰 신선들과 각지의 선관과 신관들이 서왕모의 초청에 응해 참석하여 선도복숭아를 맛보며 서왕모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하는데 선계(仙界)의 일대 성대한 행사가 되었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 열심히 수련, 득도하여 이 반도승회에 초청받는 영광을 한번 맛보지 않으시겠습니까?
◈ 서왕모, 한무제에게 선도복숭아를 내리다
한편 서왕모가 한무제를 보러 강림하였을 때 따라온 선녀가 옥쟁반에 선도복숭아 7개를 받쳐왔는데 서왕모가 3개를 먹고, 4개를 한무제에게 주었다고 한다. 한무제가 한번 맛보자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정신마저 상쾌해졌다. 한무제가 복숭아씨를 받아 심으려 하자 서왕모가 "이 복숭아는 삼천년이 되어야 열매를 맺는다. 중원땅은 척박하여 심어도 살지 못한다."고 하자 한무제는 심기를 포기하였다고 한다. (다음호부터는 동왕공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