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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문장에 대한 담론, 기사 몰락과 함께 방패에 새긴 문장 권위도 상실

작성자아리랑|작성시간17.01.18|조회수370 목록 댓글 0

 

기사 몰락과 함께 방패에 새긴 문장 권위도 상실

문장에 대한 담론

 

12세기 단순한 이미지로 시작

법제화된16세기엔 복잡해져

방패서 현대 피복·깃발로 이동

 

 

 

기사사진과 설명

중세 기사들의 집단전투 모습. 필자 제공


 


서양에 기병이 등장한 것은 대략 5∼6세기였으며, 8세기에 들어서야 전문 기사 집단(기사단)이 등장했다. 기마 전사들의 장비는 비쌌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자만이 기사의 의무를 질 수 있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기사의 모습은 동양에서 전파된 ‘등자(등子·Stirrup)’가 보편화된 시기(9∼10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해 12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기사단이 편성됐다.



중세 기사와 문장의 등장

기사(騎士)는 원래 ‘봉사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요한기사단은 자선활동을 주로 했으나 후기에는 칼을 들고 봉토문제로 생긴 크고 작은 분쟁을 해소(사원기사단)했다.

이후 성지순례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이치기사단) 등을 수행했다. ‘말 탄 전사’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기병이 없어 늘 외부로부터 침략을 당해야 했던 뼈저린 경험에서 탄생한 전문 직업군으로 볼 수 있다.

기사는 명예·지위·부를 상징했기 때문에 이를 동경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기사가 되기 위한 전문 수련과 교육을 받았고, 기사가 된 이후에도 전투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일종의 전투연습인 ‘마상창시합’을 했다. 간혹 중세 기사들의 결투를 단순한 놀이나 스포츠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래에서 언급하는 것 외에도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기사사진과 설명

중세 기사들의 무장과 방패에 새긴 문장. 필자 제공

 

 

 
중세 기사들의 결투 ‘토너먼트’

전신을 갑주로 무장한 중세 기사들의 결투는 ‘토너먼트(Tournament)’로 불렸다. 규모에 따라 1대1 결투인 ‘자우스팅(Jousting)’과 집단결투인 ‘투어니(Tourney)’ 또는 ‘멜레(Melee)’로 구분한다. 특히 후자는 기사들이 떼를 지어 겨루는 잔인하고도 치명적인 집단 난투(亂鬪)에 가까웠다. 14세기에 들어 마상창시합으로 단일화되면서 집단전투는 점차 1대1 결투로 통합됐다. 중세 전쟁의 축소판인 모의전투나 전투훈련을 의미했던 토너먼트가 스포츠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계기였다.


전투 피아 식별 위해 고안

봉건 영주들에게 기사는 강력한 전투력을 과시하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애물단지였다. 말과 수 명의 시종, 막대한 보상이 따르는 고비용의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말은 짐을 나르는 것, 전장으로 이동할 때 쓰는 것, 전장에서 싸울 때 쓰는 것 등 최소 세 마리가 필요했다.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갑옷은 가슴에서 허리까지를 보호하는 흉갑이었다. 그러나 중세 들어 고비용의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전신 갑옷과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를 착용했기 때문에 시야가 제한됐다. 이로 인해 피아가 혼재된 전투에서는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구분하는 게 어려워 식별이 가능한 표지가 필요했다. 문장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됐고, 현대의 로고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다.

 

기사사진과 설명
초기의 문장.  필자 제공

초기의 문장. 필자 제공

 

 


기사사진과 설명

후기 완전 문장. 필자 제공

 

 

 


문장의 구조와 발전

12세기에는 방패에 문장을 그려 넣고, 단순한 이미지를 한 개 정도 추가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관련 기관·직책이 등장하면서 색채나 도안이 구체화됐다. 특히 상속을 위한 분할·합성 등에 대한 규정이 마련됐다.

14세기에는 방패 위에 투구를 추가하고, 그 위에 장식을 보강함으로써 문장의 완전성을 갖췄다. 문장에 대한 법제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16세기에 들어 문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크레스트·크라운·리스·맨틀·서포터스·실드·스크롤 등이 기본 구성으로 자리 잡았다.

크레스트(crest)는 방패 유형의 문장에서 가장 정상에 위치한 장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왕관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리스(wreath)는 문장 윗부분의 화환 장식이다. 맨틀(mantle)은 리스의 뒤편으로 길게 늘어뜨린 천을 가리킨다. 서포터스(supporters)는 방패를 양옆에서 받치고 있는 한 쌍의 동물이다. 가장 하단에 있는 스크롤(scroll)은 방패나 문장의 제명을 써넣은 리본이다.

보통은 방패와 그 안에 새긴 문양으로 문장을 사용하고, 앞서 언급한 복잡한 형태의 문장은 의식이나 행사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했다. 이를 ‘대(大)문장’ 또는 ‘완전(完全) 문장’이라 불렀다. 대문장은 방패 위쪽에 투구를 배치하고, 그 위에 장식을 더했으며, 좌우명이나 표어를 추가했다. 그리고 가장 어울리는 동물 또는 수호하는 동물을 좌우에 배치함으로써 위상을 높였다. 영국의 국장은 대문장으로서 모든 구성 요소가 다 들어가 있는 좋은 사례다.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상속이다. 한 문장에서도 상속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한다. 장남인 경우 선대에서 사용하던 문장이 그대로 상속되는 게 일반적이었고, 차남 이하는 색을 달리하거나 부가적으로 표지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사용했다.



화약의 등장으로 기사 몰락

16세기 가장 융성했던 시기가 지나고 화약의 등장으로 전장에서 방패를 든 기사들이 몰락하면서 방패에 새긴 문장이 가진 실질적인 힘과 권위는 상실됐다. 대신 개인은 피복과 액세서리로, 조직은 깃발로 문장이 옮겨졌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오늘날 전투복만 봐도 그의 계급과 소속·직책 정도를 쉽게 알 수 있고, 부대의 깃발에서는 성격이나 역할 등을 짐작할 수 있는 게 이 때문이다.

<윤동일 육사 북극성 안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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