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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그리스 방패, 번개·독수리 새긴 직사각형… 로마 군단 상징이 되다

작성자변강쇠|작성시간17.03.14|조회수1,471 목록 댓글 0

 

그리스 방패, 번개·독수리 새긴 직사각형… 로마 군단 상징이 되다

 

제우스의 상징 번개·독수리 새긴

직사각형 모양 스쿠툼 방패

활·창 막을 ‘거북등 대형’에 유리

수호신·괴물 외에 아테네의 ‘A’ 등

도시 첫 글자 딴 방패도 사용

 

 

기사사진과 설명

 

그리스 도시국가를 대표하는 중장보병의 방패 문양.

 

 

 

그리스 방패를 정리하면서 전문장(前紋章)의 시초를 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 명확히 할 것이 있다. 문장의 뿌리가 꼭 그리스에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고대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렵고, 입증할 사료가 부족해 그리스 시대의 것을 최고(最古)의 문장으로 꼽았음을 밝혀 둔다.



수호신을 방패에 새기다

지금까지 소개한 그리스 방패의 문양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먼저 ‘도시를 수호하는 신들과 관계된 상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호신들은 도시의 생존을 지키고, 번영으로 가는 과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신을 섬기는 행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평시는 물론이고 2년이나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각종 제전을 통해 특별한 숭배를 받았다. 특히 여름에 열리는 제전을 전후해서는 국내 분쟁은 물론 외국과의 전쟁도 예외 없이 중지하는 정전 규정(제우스의 휴전: Ekecheiria)을 두기도 했다. 비록 전쟁 중이더라도 이를 중단하고 제전에 참여하거나 제전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신을 추앙하도록 한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그러니 수호신들이 그리스 전사의 방패에 그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수호신을 방패에 표현하는 방법이다. 사례에서 보았듯 직접 수호신의 모습을 그리지 않고, 신을 대신하는 동물이나 무기 같은 상징물을 활용했다.

 

 

 

 


하늘의 신 제우스는 천상에 가장 접근할 수 있는 하늘의 왕 독수리와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납치할 때 변신했던 황소로 묘사됐고, 아테나는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 올빼미로 그려졌으며, 돌고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대신했다. 헤라클레스를 숭배하는 도시는 그가 늘 가지고 다녔던 곤봉을 방패에 그렸다. 괴물의 이빨로 만든 포세이돈의 삼지창(트라이던트)도 예외는 아니다. 아르테미스나 아폴론(혹은 헬리오스)은 달과 태양의 신으로 그 신성한 힘이 사방에 퍼지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흥미로운 것은 ‘제우스보다는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문양이 더 많았고, 영웅 헤라클레스 관련 문양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방패가 전쟁에 유용한 물자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사진과 설명

 

로마군 방패 ‘스쿠툼’.

 

 



괴물의 힘을 빌려 적을 무찌르다

두 번째 패턴은 신화에 등장한 괴물의 형상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테네는 페르세우스가 물리친 메두사와 그 자매인 고르곤을 방패에 새겼고, 테베는 왕을 벌하기 위해 헤라가 보낸 스핑크스, 테살리아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코린트는 천마 페가수스, 아르고스는 헤라클레스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 머리 아홉 달린 괴물 히드라를 사용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들은 방패의 전면에 내걸려 전사들과 함께 적을 물리치는 선봉에 섰다. 괴물들은 신의 상징물과는 달리 적에게 공포감을 줌으로써 상대에 심리적 우위를 달성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여겨진다.

글자의 조합을 문양 대신 사용하다

전혀 다른 형태의 방패도 있었다. 도시 이름에서 머리글자나 2∼3개 문자를 조합해 도안한 모노그램(Monogram) 기법이다. 스파르타가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국가 라코니아의 첫 글자 ‘Λ(lambda)’를 사용한 것처럼 꽤 많은 도시가 이름의 첫 글자를 문양 대신 사용했다.

특히 ‘A(알파)’는 단연 압권이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도시 아테네(Athens)와 코린트 아래에 위치한 아카이아(Arcaia)는 첫 글자를 방패에 새겼다. 그러나 서로 모양을 달리해 중복을 피했다. 아카디아(Arcadia)는 이름의 두 글자 ‘AP(알파로)’를 사용해 다른 두 도시와 차별화했다. 이밖에도 ‘Μ(뮤)’는 메세니아(Messenia)를, ‘Σ(시그마)’는 시키온(Sicyon)을, ‘K(코파)’는 코린트(Korinthos)를, ‘Τ(타우)’는 테기아(Tegea)를 상징했다. 기원 전부터 많이 사용한 이 도안이 전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루이뷔통·버버리·뉴욕양키스 등의 상징과 같은 현대의 디자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노그램 역시 기원전 전쟁에서 비롯됐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스를 계승한 로마 방패

로마군이 싸우는 방법 역시 그리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마군에선 그리스보다 융통성 있는 군단 편제 레지온(Legion)을 발전시켰다.

대략 5000명으로 구성된 레지온은 선두에 경무장 하스타티(Hastati)를 세우고, 그 뒤에 중무장 프린키페(Principes), 마지막엔 가장 경험이 많은 예비대 트리아리(Triarii)를 배치해 3중의 전투대형을 구사했다. 기병은 측방에서 서로 중복을 피했다. 방패는 직사각형의 스쿠툼(Scutum)을 사용했다. 이는 밀집전투에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활·창의 투사로부터 생존력을 높이는 거북등 대형 같은 전술 변화에 유리했다.

스쿠툼의 문양은 군단과 역할에 따라 다양했지만 번개와 독수리 날개가 핵심이었다. 이 둘은 주피터(Jupiter: 그리스의 제우스에 해당)의 상징물이다. 중앙에 있는 화살표는 이견이 많지만 대개는 번개의 또 다른 변형으로 설명된다. 독수리는 주피터의 분신이자 마르스의 아들 로물루스(Romulus)가 로마를 세울 때 그의 머리 위를 날았다는 상서로운 새다. 훗날 마리우스 황제에 의해 만들어진 로마와 군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종합하면 최고의 신이 로마군단을 선도하고, 군단병을 보호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는 의미다.


<윤동일 육사 총동문회 북극성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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