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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이대도강과 희생, 작고 사소한 것은 내주고 크고 소중한 것을 취하라

작성자참으로|작성시간17.03.28|조회수419 목록 댓글 0

 

이대도강과 희생, 작고 사소한 것은 내주고 크고 소중한 것을 취하라

 

제나라 장수 전기, 손빈의 ‘삼사법 조언’ 듣고

하급 말 져주고 상·중급 이겨 마차 경기 승리

2차 세계대전 독일군에 고립된 영·불 연합군

칼레·불로뉴 방어선으로 덩케르크 철수 성공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치욕 되갚아

 

 

 

기사사진과 설명

 

전기는 손빈의 조언으로 경마에서 이겼고 손빈은 제나라 군사가 됐다. 필자 제공

 




춘분의 기운을 흠뻑 머금은 화사한 꽃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기온이 더 오르면 자두와 복숭아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열매를 위해 꽃잎이 희생하는 이대도강이다.

李·오얏 리 代·대신할 대 桃·복숭아 도 강·넘어질 강: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다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넘어지다

적전계 11계 이대도강은 자두나무(李: 오얏나무라고도 함)가 복숭아나무를 대신(代桃)해서 넘어진다(강)는 뜻이다. 이 고사의 원전은 송나라 곽무천이 편찬한 『악부시집(樂府詩集)』 상화가사 계명(鷄鳴)편에 나오는 시 구절이다. 이 시집에는 진나라에서 당나라까지 산발적으로 기록돼 전해지던 총 5290편의 악부시가 수록돼 있다. 상화(相和)란 앞 사람의 선창에 노래나 악기 연주로 화답하는 것이다.

여기에 “복숭아나무가 우물가에 자라났고(桃生露井上), 자두나무는 그 옆에서 자라났네(李樹生桃旁). 어느 날 벌레 한 마리 다가와 복숭아나무 뿌리를 갉아먹었네(蟲來齧桃根), 옆에 있던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자신의 몸을 주었네(李樹代桃강). 한낱 나무들도 몸을 바쳐 대신하는데(樹木身相代), 인간의 형제들이 서로를 잊어서야 되겠는가(兄弟還相忘)”라고 돼있다. 원래는 동고동락하는 형제의 우의를 비유했는데 나중에는 근본 목적(桃) 달성을 위해 작은 것(李)을 희생하는 전술로 발전했다.

유사한 의미로 장기의 전술인 주졸보차(주卒保車: 졸을 버려서 차를 지킨다)가 있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린다는 뜻이다. 이때 전체 국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대도강의 사례는 사마천이 쓴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도 실려 있다.

전기장군 말 경주와 삼사법

기원전 4세기 중엽, 제나라 장수 전기는 여러 공자들과 마차 경주로 내기하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손빈이 살펴보니 말들은 상·중·하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같은 등급의 말은 달리는 속도가 비슷했다. 손빈은 전기에게 말했다. “장군의 하급 말과 상대방 상급 말을 겨루게 하고, 상급 말은 상대방 중급 말과, 중급 말은 상대방 하급 말과 겨루게 하십시오.” 전기는 손빈의 말을 듣고 왕과 여러 공자들에게 금을 건 내기 마차 경주를 제안했다.

전기는 3번의 시합에서 첫 번째는 지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경기를 이겨 많은 금을 받았다. 이 전술은 군사적으로 세 필의 말을 실력에 따라 상대 말에 맞춰 대결시킨다는 삼사법(三駟法)으로 발전했다. 전기는 손빈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제나라 위왕에게 그를 추천해 군사로 삼게 했다. 손빈은 전기와 함께 위나라 방연을 계릉과 마릉전투에서 연이어 물리쳐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이대도강은 군사적으로 작은 손실을 감수하고 큰 승리를 거둔다는 의미다. 적이 우세하고 아군이 불리할 때 그 형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일부 희생을 감수하고 나중의 승리를 기약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영·불 연합군은 덩케르크 철수의 치욕을 노르망디 상륙으로 되갚았다.

작은 패배로 큰 승리를 얻다

1940년 5월 독일군 중부기갑집단군사령관 보크는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대 방어선을 돌파하고 영국해협을 향해 서쪽으로 밀고 나갔다. 영·불 연합군은 둘로 갈라졌고 영국군은 퇴로를 차단당한 채 북부해안에 고립됐다. 영국군 사령관인 육군원수 고트 경은 덩케르크 항구와 인근 해안으로 철수 병력을 집결시켰다. 그는 남쪽 측면인 칼레와 불로뉴를 희생해 독일군 탱크들이 해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한 뒤 에스코강 방어선을 설정했다. 칼레와 불로뉴는 자두나무였고 덩케르크는 복숭아나무였다.

다행히 히틀러가 룬드슈테트에게 지상군 진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려 독일군은 덩케르크 전방 16㎞ 지점에서 멈췄다. 이 틈에 영·불 연합군은 탱크·대포·중화기 등 모두를 포기한 채 몸만 간신히 탈출했다.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계속된 다이나모 작전에서 프랑스군 12만 명이 포함된 33만여 명은 무사히 영국으로 철수했다. 독일군이 4일 덩케르크를 점령했을 때는 부러진 복숭아나무만 있었다.

고트가 칼레와 불로뉴를 희생하고 덩케르크로 철수한 이대도강 전략은 영국 육군을 구했으며 훗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드로 잃는 조그만 손실을 안보라는 큰 복숭아나무에 비할 수는 없다.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영화 ‘덩케르크’에서 고트 장군의 이대도강을 음미해보자.


<오홍국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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