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세계역사

로마 군단기 ‘벡실럼’ : 신화 품은 별자리, ‘영원불멸’ 염원 담아 수호 징표로

작성자변강쇠|작성시간17.04.26|조회수705 목록 댓글 0

 

로마 군단기 ‘벡실럼’ : 신화 품은 별자리, ‘영원불멸’ 염원 담아 수호 징표로

 

집정관 마리우스 군제개혁 이후 수호신+다양한 동물 형상 애용

카이사르 황제 상징 황소 7개 최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염소는 2위

 

 

기사사진과 설명

 

황도12궁(Zodiac)

 

 

 

기사사진과 설명

 

로마 3군단기

 

 


벡실럼(군단기)이 처음부터 다양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집정관 마리우스의 군제개혁 전후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이전에는 비교적 단출한 독수리·멧돼지·황소(미노타우로스)·페가수스·늑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독수리기가 선도한 이후부터는 군단 수호신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의 형상이 등장했다. 특히 동물은 군단 수호신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빈번하게 활용됐다.



기사사진과 설명

 

황소자리

 

 

 

 

군단이여! 하늘의 별처럼 영원하라!

고대인들에게 하늘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원천이었다. 하늘을 보며 해와 달 그리고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했다. 낮에 태양이 지난 경로를 따라 달과 별이 빠르게 지나며 또다시 그 위로 해가 뜨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차고 넘치는 지금과 달리 고대인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해가 지나는 길은 ‘황도(黃道)’라 하고 그 주변에 뜨는 별자리를 ‘황도 12궁(宮)’이라 부르는데 처음 등장한 것은 그리스·로마를 거슬러 기원전 3900년 전 수메르 시대로 추정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밤에 보이는 것이라곤 별과 달뿐인데 이를 통해 위치·방향·시간·날씨·계절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 군인들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길을 인도하는 하늘의 별처럼 자신의 군단이 영원하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신화가 함께 숨 쉬고 있는 별자리는 그 신비함과 신성함이 더해져 군단을 수호하는 징표가 됐다.


기사사진과 설명

 

염소자리

 

 

 

 

① 황소 군단

그리스도 그랬듯 로마 군단의 수호신은 하나였다. 그러나 동물 이미지는 여러 번 중복 사용됐다. 이 가운데 ‘황소(Taurus)’는 단연 으뜸이다. 황소는 확인할 수 있는 로마 군단기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됐다.

황소는 제우스가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를 유혹하기 위해 변한 모습이다.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에우로페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에 반한 제우스는 그를 유혹하기 위해 눈부신 하얀 소로 변신해 왕의 소 떼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의도대로 공주는 많은 소들 중에서 멋진 모습을 한 눈부신 소의 매력과 아름다움에 이끌려 곁으로 다가갔다. 공주가 다가와 장난치듯 황소 등에 올라타자 황소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다로 뛰어들어 지중해의 크레타 섬까지 헤엄쳐 갔다. 섬에 도착한 제우스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에우로페를 설득해 아내로 맞았다. 공주를 만난 장소는 훗날 ‘유럽’이 됐다.

소를 상징으로 활용한 로마 군단은 주로 카이사르 황제와 관련이 있었다. 황소는 최고의 신을 상징했지만 동시에 황제의 별자리였기 때문이다. 그가 창설한 16개 군단 가운데 무려 7개 군단이 이 깃발을 사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황제와 함께 갈리아 전투에 참전한 7·8·10군단과 같은 시기에 창설된 3·4군단 그리고 6·9군단 등이 황소를 상징으로 활용했다. 이 가운데 3군단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황소 두 마리를 사용했다.


기사사진과 설명

 

로마 8군단기

 

 

 

 


기사사진과 설명

 

로마 2군단기

 

 

 

② 염소 군단

염소는 로마 군단기의 상징 가운데 사자를 제치고 2위다. 이상하겠지만 사실이다. 그런데 절반만 염소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목축의 신 ‘판(Pan)’이다. 판이 나일강 변에서 열린 신의 잔치에서 흥겹게 놀고 있을 때였다. 연회가 끝나고 판이 풀피리를 불려는 순간 갑자기 거인족 티폰(Typhon)이 나타나 공격을 해왔다. 놀란 신들은 제각기 짐승으로 변신해 도망가기 시작했고, 판도 주문을 외우며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주문이 섞여버려 상반신은 ‘염소’로, 하반신은 ‘물고기’로 변하고 말았다. 다시 주문을 바꾸려는 순간 제우스의 비명이 들려왔다. 판은 주문을 바꿀 시간도 없이 급히 풀피리를 불어 티폰을 물리쳤다. 판의 도움으로 살아난 제우스는 보답으로 하늘의 별 가운데 반양반어(半羊半魚)의 모습을 한 바다염소를 만들어 그의 공을 영원히 기억하게 했다.

황소가 카이사르와 연관이 있다면 염소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상징한다. 황소와 마찬가지로 황제의 별자리인 셈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2군단(Augusta)과 21군단에 자신의 별자리 상징을 하사했고 그 밖에도 1·2(Adiutrix)·4(Scythica)·14군단 등이 염소를 상징으로 활용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 군단 상징은 고정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깃발이 있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 황제가 바뀌거나 제국이 커지면서 확장된 국경을 따라 다른 적과 전쟁을 치르는 등의 이유로 상징은 변경됐다.

예를 들어 카이사르에 의해 마케도니아 일대에서 창설된 4군단(Macedonica)은 처음엔 황소를 상징으로 사용했으나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염소로 바뀌었다. 군단은 여러 깃발을 사용했다.

또 다른 사실은 군단의 상징과 이름을 결정하는 주체가 신이 아니라 황제가 됐다는 점이다. 절대적인 신의 권력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하기만 했던 고대사회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쉽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달력을 보면 로마 군단의 60% 이상을 만들어 세계제국 건설의 추동력을 확보했던 두 황제,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를 볼 수 있다. ‘July’는 7월에 태어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서, ‘August’는 8월에 태어난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군단 창설자의 별자리·이름·생일을 기억하는 것은 파격이었다. 그림·사진=필자 제공


<윤동일 육사 총동문회 북극성 안보연구소 책임연구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