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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적 힘의 원천을 제거해 적의 사기를 꺾어라

작성자파워맨|작성시간17.05.29|조회수239 목록 댓글 0

 

적 힘의 원천을 제거해 적의 사기를 꺾어라

부저추신과 심리전

 

한나라군, 초나라 항우군 둘러싸고

초군 고향 노래 불러 의지 약화시켜

북베트남군, 케산 분지서 미군 상대

“가족에게 돌아가세요” 심리전 방송

 

 

기사사진과 설명

 

부저추신은 사기를 저하시키는 심리전 전술로 발전했다. 필자 제공


 



단오에는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부녀자들은 그네를 탔다. 씨름에서 손으로 상대방 다리를 앞으로 당기다가 갑자기 손을 빼면서 윗몸으로 밀면 상대방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솥에서 장작을 꺼내는 부저추신이다.

釜: 가마 부 底: 밑 저 抽: 뺄 추 薪: 섶나무 신: 아궁이에서 장작을 제거하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꺼내다

36계 4부 혼전계(混戰計)는 혼전 중에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술이다. 19계 부저추신(釜底抽薪)부터 24계 가도벌괵으로 이어진다. 핵심은 심리전과 차단이다. 19계 부저추신은 끓는 솥 밑에서(釜底) 장작을 꺼낸다(抽薪)는 뜻이다. 이 말은 기원전 139년 회남왕 유안이 한무제에게 헌사한 『내서』(오늘날 회남자로 알려져 있음) 정신훈에 나온다. 유안은 당시 천하의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군주의 치세에 필요한 내용들을 저술하게 했다. 정신훈은 군주가 지나친 욕심을 갖지 않아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以湯止沸 沸乃不止 誠知其本 則去火而已矣(이탕지비 비내부지 성지기본 즉거화이이의)’라고 했다. ‘끓는 물을 끓어오르는 물에 부어봐야 그 끓어오름이 멈추지 않는다. 물이 끓어오르는 근본 원인을 아는 사람은 단지 솥 아래의 불을 제거할 뿐이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전투의지를 약화시키는 심리전으로 발전했다. 패왕별희(覇王別姬)의 소재가 된 ‘사면초가(四面楚歌)’ 고사는 심리전의 고전적 사례다. 항우가 유방에게 쫓겨 해하(垓下)에서 포위됐다. 수년간 전쟁터를 떠돌던 초나라 군사들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향 노래에 눈물을 흘리며 앞다퉈 진영을 탈출했다. 항우는 포위망 돌파를 시도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저추신은 유림외사에도 등장한다.



화(禍)의 근본을 제거하다

『유림외사(儒林外史)』는 중국 고전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명나라의 ‘삼국지연의·수호전·서유기·금병매’, 청나라의 ‘홍루몽’과 더불어 중국 6대 기서(奇書)로 불린다. 이 소설의 작가 오경재는 강희제부터 건륭제에 이르는 청 왕조 전성기에 살았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강력한 전제 군주 통치하의 민족 간 갈등과 관료 집단의 부패 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타락한 지식인과 부자들의 실상을 56회에 걸쳐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부저추신은 5회에 나오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고을에서 금전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채권자들이 당사자인 엄대위 집에 갔으나 그는 없었다. 그의 동생 엄대육이 겨우 그들을 설득해 돌려보낸 뒤 해결 방안을 처남들과 상의했다. 처남 왕덕은 “모르는 척하면 채권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므로 ‘끓는 솥 밑에서 땔감을 빼내듯(如今有個道理 是釜底 抽薪之法)’ 화근을 없애야 한다. 중개인을 보내 채권자들과 합의서를 제출해 일을 끝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처럼 개인 간 다툼에서도 부저추신을 모색했다. 베트남전쟁 시 북베트남은 미군이라는 땔감을 빼내기 위해 노래와 컬러 텔레비전을 활용했다.



케산전투와 심리전

미군은 호찌민 루트 차단을 위해 베트남 중부 라오스 국경지대 케산에서 모험을 걸었다. 미 해병 6개 대대 5600명과 북베트남군 304·325사단 등 2만 명의 한판 승부였다. 1968년 1월 21일부터 시작해 77일간 계속됐던 전투는 스포츠 중계처럼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저녁 6시 뉴스는 미국 안방이 베트남 전장으로 변하는 시간이었다. 저녁 시간대 베트남전 보도에서 케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시민들에게 1만4000km 떨어진 곳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 병사는 자기 자식이나 옆집 아들이었다.

북베트남은 미군의 사기 저하를 노렸다. 800m 고지군으로 둘러싸인 케산 분지에 북베트남군 심리전 방송요원 ‘하노이 한나’의 감미로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투웅(가을 향기)입니다. 그대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대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가세요.” 그녀의 촉촉한 음성은 전장의 총포 소리를 뚫고 미군 병사 귓가에 젖어들었다. 미군 철수를 노린 북베트남의 추신지비(抽薪止沸: 장작을 꺼내 끓는 물을 식힘)였다. 케산전투에 쏠렸던 세계의 눈은 10일 후 뗏 공세로 옮겨졌다. 씨름에서 버티던 다리 힘을 빼고 상체를 밀어 넘기는 전술이었다.

<오홍국 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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