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의 발달사
1700년대 후반 증기기관을 적용한 수송장치가 발명되면서 열에너지를 변환하여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최초로 등장하였다. 현재와 같은 개념의 내연기관은 1876년에 발명된 니콜라스 A 오토(Nicolaus A. Otto)의 스파크점화식 엔진과 1892년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의 압축점화식 엔진을 기원으로 한다. 이후 화석원료를 동력원으로 하는 내연기관은 본격적인 자동차용 동력원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소형화, 고효율화, 고출력화 및 유해가스 배출감속등을 개발 방향으로 하여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왔으나, 기본 작동원리와 구조는 1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에너지 및 환경문제로 대체 에너지의 개발과 자동차 엔진의 기본적인 구조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
1. 내연기관의 태동 - 4행정 피스톤 왕복운동 기관(1800년대 말 ~ 1900년대 초)
1860년 르누아르(J. J. E. Lenoir)는 석탄가스를 이용한 최초의 내연기관을 발명했으며 2년뒤 보드 로샤(Alphonse de Rochas)는 현재 피스톤 왕복기관의 일반적인 구조인 4행정 엔진의 기본원리를 고안하였다. 그러나 보르 로샤는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그를 대신해 4행정 가스엔진을 완성하여 실용화 시킨 사람은 바로 독일의 오토였다. (오토가 4행정엔진을 발명한 이후에 보르 로샤의 특허가 먼저 고안되었다는 자료가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다. 따라서 4행정 기관의 최초의 발명자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실용화에 성공한 오토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4행정기관의 기본원리를 오토싸이클이라고 부른다)
오토는 랑겐과 합작으로 오토-랑겐 가스엔진 공장을 설립하고 1876년 최초의 4행정기관을 개발하였다. 오토의 공장에는 다임러(Gottleb Daimler)라는 기술 책임자가 있었다. 그는 동료인 메이바하(Maybachs)와 독립된 회사를 차린 후 1883년 가솔린연료를 사용하는 기화기(Carburetor)방식의 소형 고효율 엔진을 개발한다. 지금의 4행정 가솔린엔진의 기본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다임러의 최초 엔진은 462cc 의 크기에 700prm에서 1.1마력을 내였으며, 1885년에는 2륜 목재 자전거에 탑재하여 사상 최초의 모토 사이클을 만들고 이듬해 두사람은 이 엔진을 네바퀴위에 올렸다. 시속 16km를 내는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의 탄생이었으며 이는 인류에게 기동성을 선물하였다. 같은 해(1886년) 벤츠(Karl F. Benz) 역시 오토의 4행정엔진을 개량한 엔진으로 다임러와 비슷한 개념의 자동차를 동시에 발명하였다.
한 편 루롤프 디젤(Rudolf Diesel)은 1892년과 1893년에 별도의 점화장치 없이 연료의 압축착화를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내연기관으로 특허를 얻어 1987년 MAN사의 지원을 받아서 최초의 디젤엔진을 제작한다. 디젤의 엔진은 오토엔진을 포함한 동시대의 다른 엔진에 비하여 고효율의 성능이 입증되어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난 디젤은 그의 특허권에 일정한 압력에서만 작동해야 한다는 기술적인 제한을 명기하여 초기에는 저속운전의 발전기등에만 적용되었으며 자동차 엔진용으로의 개발은 디젤이 사망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디젤은 특허의 독점권 문제와 자신의 연구에 대한 독일내의 비판등으로 고심하던 끝에 1913년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던 도중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가족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디젤엔진 개발과 관련한 모종의 음모가 개입된 의문사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여 디젤과 그의 발명품에 대한 당시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동시대에 여러 발명가에 의해 2행정 내연기관, 스털링엔진, 전기모터기관(전기자동차도 180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함)등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명은 기술적인 문제와 제한된 내용으로 자동차용 동력원으로 널리 사용되지 않았으며 오토와 디젤의 4행정 피스톤왕복 내연기관이 향후 자동차용 엔진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2. 초기의 발전(1900년대말 ~ 1950년)
1800년 후반 다임러, 벤츠, 르노, 피아트 등 유럽 각국을 중심으로 자동차회사가 설립되고 1900년까지는 유럽이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게 된다.
그러나 1900년대에 이르러 미국으로 넘어간 자동차산업은 포드에서 완성한 대량생산 체계와 미국내 대규모 유전의 발견에 따른 저가 의 석유공급이 가능해 지면서 미국이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또한 1900년대 초부터 자동차의 대중화가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엔진 또한 소형화, 고출력화를 위한 성능향상이 지속되었다. 다임러와 벤츠의 가솔린 엔진은 성능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승용차, 버스, 트럭, 항공용으로 계속 적용 범위를 넓혀 갔다. 1912년에는 미국의 GM에서 전기로 작동하는 스타터를 최초로 개발, 캐딜락에 적용하였고 곧 이어 연료펌프와 같은 부가 장치가 적용되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엔진 기술에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엔진 연료의 연소 현상, 특히 노킹(Knocking)에 대한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져 1920년대 납(Lead) 성분이 노킹을 억제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Tetraethyl Lead와 같은 첨가제의 개발과 양질의 가솔린 연료가 등장 하였다. 엔진의 압축비의 증가를 통하여 성능 및 효율이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자동차의 개발과 함께 등장한 모터스포츠는 모든 엔진 기술을 집중하여 엔진 개발을 선도하였다. 단기통 엔진에서 출발한 가솔린 엔진은 유선형의 경주용차에 알맞게 소형화되고 체적당 출력은 획기적으로 증가 하였다. 또한 V형 엔진, 가솔린 인젝션 시스템, 실린더당 다밸브 적용, 슈퍼차저의 적용등 수십년 후에나 일반 승용차에 등장하게 되는 신기술들이 경주용 엔진을 통하여 이미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1906년 그랑프리 경주에 참가한 르노의 엔진은 직렬 4기통 12,986cc의 배기량으로 1200rpm에서 90마력의 출력을 냈으나 1934년 다임러-벤츠(다임러와 벤츠는 1926년 합병함)의 W25 모델은 직렬 8기통 3360cc엔진으로 5800rpm에서 354마력까지 출력이 증가하게 된다. 1938년 다일러-벤츠의 그랑프리 경주용차 W125는 히틀러가 건설한 고속도로에서 시속 432.7km를 기록하여 나치 제국의 기술을 자랑하였다. 이 기록은 일반도로에서 이루어진 기록으로 지금까지 깨어지지 않고 있다.
디젤엔진의 개발도 지속되었다. 1912년 기계식 인젝션 시스템이 개발되어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며 1924년 벤츠에서 개발된 디젤엔진이 트럭에 장착되었다. 1927년에는 로보트 보쉬에서 디젤 엔진용 연료 인젝션 펌프의 개발에 성공하여 승용차용 디젤엔진이 벤츠 및 MAN등에서 개발되기 시작하였으며 1936년에는 다임러-벤츠에서 실질적인 디젤엔진을 적용한 승용차를 생산하였다. 그러나 고객들은 무겁고 승차감이 좋지 않은 디젤엔진을 외면 하였고, 그동안 많은 기술발전이 있어온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승용차를 선호하였다. 디젤 엔진은 트럭, 버스등의 상용차 및 발전소, 선박등의 초대형 엔진에 주로 적용 되었으며 승용차용 디젤엔진의 개발은 석유 파동이 발생하는 1970년대 이후로 미루어진다.
3. 자동차 대중화 시기 (1950년 ~ 1970년)
2차례의 세계대전 후 자동차 수요가 금증하여 1950년대 과 6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에 자동차가 보급되었다. 자동차의 급속한 보금과 함께 엔진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소특성, 흡배기계의 유동 특성, 운동부의 구조역학, 소음 및 진동등 엔진에 관련된 분야 뿐만 아니라 연비, 배출가스, 소재, 엔진 부품 개발의 전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이 시작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고급차가 대형화됨에 따라 엔진도 큰 배기량과 강력한 파워를 갖는 방향으로 개발되었다. V형 대영 엔진과 OHC(Over Head Camshaft) 형식의 실린더 헤드가 일반화 되고 슈퍼차저, 터보차저등의 경주용 엔진에 적용되었던 개념이 일반엔진에도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포드의 머스탱(Mustang)과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카도 이 시기에 등장하였다. 반면에 프랑스, 이태리, 영국등 유럽의 값싼 소형차는 더욱 크기가 작아 지면서 엔진의 소형화를 요구하였다. 한편, 1957년 반켈(Felix Wankel)은 소형, 고효율의 4행정 구조 로터리 엔진을 개발하였다. 오토와 디젤의 피스톤 왕복 운동식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이었으나 고온, 기밀성, 배출가스등의 문제로 왕복운동 기관의 벽을 넘지 못한다.
1960년대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고 곧이어 미국 전역과 유럽,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법률이 통과한다. 또한 1970년대 초의 중동전쟁은 석유파동을 야기하고 엔진 기술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4. 대기 오염과 연비 (1970년 ~ 1990년)
1970년대의 석유파동으로 연료의 가격이 급등했다. 유가에 민감했던 유럽에서는 가솔린에 비해 연료비가 싸고 경제성이 뛰어난 디젤엔진이 부상했다. 소형의 간접분사식 디젤엔진이 유럽의 승용차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였으며 고속출력 증가를 위한 슈퍼차저 및 터보차저가 적용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디젤엔진 매연에 대한 거부감, 가솔린엔진보다 낮은 출력, 유럽에 비해 저가의 가솔린등의 이유로 승용차에 적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가솔린엔진도 경제성이 뛰어난 소형차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엔진의 크기도 소형화돼 소형차분야에 강세를 보이던 일본이 급부상, 미국 수입차 시장의 80% 까지 차지하면서 한때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한다. 한편, 고효율의 성능을 갖는 2행정 기관과 반켈 로터리 엔진에 대한 연구가 다시 시작되기도 하였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동차의 주동력원으로의 등장은 다시 실패하였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배출가스 규제는 모든 가능한 엔진 신기술의 적용을 가져다 주었다. 배출가스 정화를 위한 촉매가 적용 되었으며 정밀한 혼합기 제어를 위해 전자제어식 엔진이 등장하여 화학 및 전자 관련 업체가 엔진의 중요한 부품 공급원으로 부상하였다.
연비향샹 및 배출가스 저감은 엔진 성능에 역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소비자는 계속 고성능을 요구하였으며 엔진기술은 성는, 배기, 연비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다. 여기에 일본의 엔지니어들은 빠르게 대응 하였다. 경주용 엔진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을 일반승용차에 적용하고 연비향상에 필요한 신기술 도입을 서둘렀다. 전자제어 시스템, 다밸브 엔진, 가변 흡기 시스템, 가변 밸브 타이밍, 린번 엔진, 터보차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신소재등 수많은 신기술로 무장한 첨단 엔진이 계속 소개되었다. 사실 대부분의 신기술들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기술적 우휘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유럽,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일본의 빠른 기술 적용에 당황하였다. 그러나 곧 유럽과 미국의 엔진도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1990년대 초에는 삼원촉매를 적용한 전자제어식 다밸브엔진이 가솔린 엔진의 기본형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5. 새로운 전환기(1990년대 이후)
배출가스 규제는 계속 강화되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0년대에는 일정 비율의 무공해차량의 의무적인 판매를 요구하였다. 이는 전기 자동차와 대체연료 자동차의 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동차 동력원을 석권해온 내연기관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이산화탄소의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채택되었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하여 각국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2008년부터 140g/km로 규제한다고 발표하여 전세계 자동차업계를 긴장 시켰다.
이산화탄소는 엔진 연비와 직접 관계가 있으며 140g/km의 규제는 1990년대 자동차 평균연비의 25%이상 향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엔진기술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 기존의 가솔린엔진은 배출가스 규제와 연비향상을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디젤엔진에도 전자제어 방식이 도입되고 디젤용 촉매가 적용되었으나 21세기의 규제에 적합한 엔진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개념의 동력원을 도입해야 했다.
전기자동차가 100년만에 다시 등장,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내연기관은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을 시작하였다. 1996년에는 미쯔비시가, 1997년에는 도요타와 닛산이 기존 엔진보다 20%이상의 연비향상과 우세한 성능을 가지는 직접분사식 가솔린엔진(GDI엔진)을 출시하면서 일본이 차세데 내연기관을 선도하는 듯 하였다. 또한 1997년 도요타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혼합하여 27.8km/L의 연비를 실현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Prius)를 발표하여 전기 자동차의 실용화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곧 유럽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축적된 디젤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1999년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고속직접 분사식(HSDI) 디젤엔진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3리터 카(3리터 연료로 100km 주행) 루포(Lupo)를 출시, 차세대 내연기관은 전자제어식 HSDI디젤엔진이 차지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및 전기충전등의 문제로 순수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시스템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하이브리드 시스템 및 연료전지(Fuel Cell)등으로 개발방향을 선회한다. 특히 연료전지는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CNG, LPG, 메탄올, 수소, 태양열등의 대체 에너지를 이용한 동력원에 대한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21세기는 어떠한 시스템이 자동차의 주 동력원이 될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자동차동력원은 내연기관에서 연료저니 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로 전활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에서는 HSDI 디젤엔진 및 직접분사식 가솔린엔진이라고도 한다. 또한 기존의 가솔린엔진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당분간 주 동력원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연료전지등의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할 것인가.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을 밀어 내고 승용차까지 점령할 것인가. 아니면 신기술로 무장한 가솔린엔진이 계속 맹주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 21세기로 막 들어선 지금 자동차용 엔진의 개발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