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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

운동권 여성을 사귀어본 적 있나요?

작성자통섭인|작성시간14.07.11|조회수285 목록 댓글 0

 

운동권 여성을 사귀어본 적 있나요?

영화 'The Way We Were'

 

세상에 참 잘생긴 남녀가 많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로버트 레드포드(1936~)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로 혜성처럼 등장, <스팅(Sting)>(1973)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행운아. 일개 배우에 머물지 않고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1980) 감독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실력자. 국제적인 환경보호 운동과 평화운동에 참여한 공로로 201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la Légion d'Honneur) 훈장을 받은 명사.

 

 



같은 남자로서 부럽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레드포드이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전 세계 영화학도들의 꿈인 선댄스 영화제의 설립자로서의 면모가 가장 샘이 납니다. 부와 명예, 사회 공헌을 모두 이룬 멋진 남자이지요. 후배 미남 브래드 피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1992)에선 감독과 제작자를 겸했었지요.

미남 배우답게 그는 여복(女福)도 많습니다. <호스 위스퍼러(The Horse Whisperer)>(1998)의 스칼렛 요한슨, <업 클로즈 앤 퍼스널(Up Close & Personal)>(1996)의 미셸 파이퍼, <은밀한 유혹(Indecent Proposal)>(1993)의 데미 무어, <하바나(Havana)>(1990)의 레나 올린,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1985)의 메릴 스트립, <코드 네임 콘돌(Three Days of the Condor)>(1975)의 페이 더너웨이,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1974)의 미아 패로, <내일을 향해 쏴라>의 캐서린 로즈…. 당대 미녀는 죄다 섭렵(?)했다고 보면 틀림이 없지요.

 

 


레드포드의 역대 상대역 가운데 가장 외모가 떨어지는 배우는 아마, 틀림없이, <추억(The Way We Were)>(1973)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1942~)일 것입니다. 성(姓)과 휘어진 코만 봐도 유대인임을 알 수 있는 스트라이샌드는 이 영화에서,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바로 ‘운동권 여자’이지요.

우리는 흔히 스트라이샌드의 출세작이자 출세곡으로 <스타 탄생(A Star Is Born)>(1976)의 테마곡 <에버그린(Evergreen)>을 꼽습니다. 1977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으로, 같은 해 제49회 아카데미상에서 여성 작곡가로는 최초로 ‘최우수 오리지널 송(Best Original Song)’ 부문을 수상한 곡이니까요.

그러나 스트라이샌드의 열렬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The Way We Were>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이 영화가 받은 아카데미 영화상 2개가 모두 주제곡 관련 부문이었지요. 오늘은 바로 그 노래와 영화가 주제입니다.

우선, 제목 ‘The Way We Were’에 가장 가까운 우리말은 무엇일까요?
직역에 충실하자면 ‘우리가 있었던 그 길’일 것이고, 의역이 허용된다면(그리고 가장 멋을 부리자면) ‘우리 지난날’ 쯤 되겠네요.
이 노래의 가사는 무척 시적입니다. 암송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지요.

 

 

Memories like the colors of my mind
내 마음 속 빛깔 같은 기억들
Misty watercolor memories of the way we were
아련한 수채화 같은 우리 지난날의 추억들
Scattered pictures of the smiles we left behind
우리가 떠나보낸 미소들을 담은 흩어진 장면들
Smiles we gave to one another for the way we were
지난날 우리가 서로에게 전했던 미소들

Can it be that it was so simple then?
그땐 모든 것이 그리도 단순할 수 있었던가?
Or has time rewritten every line?
아니면 시간이 모든 문장을 다시 쓴 건가?
If we had the chance to do it all again
만약 우리가 그 모든 걸 다시 반복할 기회를 갖는다면
Tell me, would we, oh could we?
말해 봐, 우리 그렇게 할까? 아, 우리가 그럴 수 있을까?

Memories may be beautiful and yet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은 아름다운 것
What's too painful to remember / We simply choose to forget
기억하기 너무 고통스러운 건 잊기로 하면 되는 것
So it's the laughter / We will remember
그러니 결국 웃음소리야, 우리가 기억할 것은
Whenever we remember / The way we were / The way we were
지난날 우리를 기억할 때마다, 지난날 우리를


지금도 잊을 만하면 주말 TV에서 방영되긴 하지만, 40년 전 영화이니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지요. 가난한 배경을 가진 Katie(이 영화의 제작까지 맡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자신이 맨해튼의 빈촌 브루클린 출신이지요)와, 우리로 치면 ‘강남 8학군’ 출신인 금발의 미남 학생 Hubbell은 같은 대학 동급생입니다.

 

 


Katie는 여권 신장과 정치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 운동에 앞장 서는 열혈 운동권 여학생이고, Hubbell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스포츠 마니아지요. Hubbell 같은, 개인의 영달에만 매진하는 ‘있는 집 자식’을 경멸하던 Katie는, 당연히 자신의 습작이 뽑히리라 자신했던 소설 창작론 시간에 Hubbell의 작품이 극찬을 받는 일을 계기로 그를 흠모하게 됩니다.

대학 졸업 후 소설 하나를 발표한 뒤 군에 입대했던 Hubbell과 정치 운동을 계속한 Katie는 졸업 10여년 만에 운명처럼 조우하고 극심한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에까지 이릅니다. 마침 미국은 매카시 돌풍이 휘몰아치던 시기였지요. Hubbell의 상류사회 친구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던 Katie는 Hubbell이 소설 쓰기를 포기하고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로서 현실과 타협(?)하려 하자 결별을 선언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또 흐른 뒤 뉴욕 거리에서 아줌마 파마를 한 채 전단지를 돌리던 Katie는, 예정대로(?) 미국 사회 기득권층에 안착한 Hubbell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요. 주제곡 ‘The Way We Were’가 흐르는 가운데 둘은 긴 포옹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지요.

 

 


 


줄거리를 정리하다 보니, 갑자기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정치 운동도 하지 않고, 당신 친구들과 논쟁도 절대 벌이지 않겠다”며 힘든 다짐을 하고(그 이유는, 물론, 레드포드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동부에서 서부 할리우드로 이주한 스트라이샌드는 무의미한 파티와 소모적인 사교의 나날에 지친 나머지 남자에게 외칩니다.
“지쳤어. 돌아가고파. 햇빛이라면 이제 신물이 나. 뉴욕의 비가 그리워.”
얇은 셔츠 하나로 1년을 날 수 있는 캘리포니아 해변에 살아보는 게 평생의 소원인 소생이 그 꿈을 제고하게 된 계기가 바로, 몇 년 전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이 장면 덕분(?)입니다.

노랫말 중 ‘Memories may be beautiful and yet’에서 and yet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하더라도’의 뜻입니다. 따로 익히지 않으면 절대 그 뜻을 알 수 없는 표현이지요. but yet이라고도 합니다.

가령 ‘so near and yet so far’는 “아주 근접하긴 했지만 사실은 아주 동떨어진”이라는 뜻으로,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사실은 실패한 경우를 가리킬 때 자주 사용합니다.

Frank's mother is the salt of the earth. She has five children of her own and yet fosters three others.
프랭크의 어머니는 세상의 소금 같은(아주 훌륭한) 분이다. 자기가 낳은 다섯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양자를 더 키우고 있다.

He was the perfect waiter, being efficient, unobtrusive and yet attentive.
그는 유능하고 차분하면서도 세심한, 완벽한 웨이터였다.

워낙 할 얘기가 많은 영화라, 착착 감기는 통통 튀는 대사와 감독 얘기는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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