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인디언의 흔적-토템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 나라 장승을 연상시키는 키 큰 나무 조각상을 종종 볼 수 있다. 북미 인디언들의 종교적 상징물이자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토템폴(totem pole)이다. 북미 전역에 퍼져 있지만 특히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서부 해안과 알래스카의 남부지방 해안에서 많이 발견된다. 불과 몇 백 년 전에 와서 주인 행세를 하는 백인들에게 이곳이 인디언들의 땅이었음을 역설하는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토템폴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19세기경에 제작되었지만 나무로 만들어 100년 정도 지나면 풍화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최근의 것만 남아 있는 것이다. 토테미즘과도 연관되어 있는 만큼 훨씬 오래 전부터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템폴은 다양한 형상을 조각한 목각상을 포개 올리고 꼭대기에 토템상을 올려놓은 형태다. 얼핏 보면 장승과 닮아서 우리에게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색깔이며 디자인이 더 화려하고, 새겨진 내용이며 형상도 장승에 비해 다채롭다. 반인반수 형상 위에 천둥새를 올렸다거나 위쪽은 물총새인데 아래쪽은 범고래나 범, 비버라거나 하는 식이다.
토템폴에 담은 내용과 제작 목적은 무척 다양했다. 부족이나 씨족을 상징하는 상징물, 친숙한 전설,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은 물론 대중의 놀림감이 되거나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던 좋지 않은 대상을 기념하기 위한 것도 있다. 관의 일부를 구성하는 부품으로 실용적인 목적게서 제작된 것도 있고,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세워진 것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토템폴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내 인류학박물관이다. 밴쿠버의 스탠리 파크 공원에도 야외 토템폴 전시장이 있다. 이외에도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곳곳에서 토템을 만날 수 있으며, 작게 만들어 기념품으로 파는 곳도 많다.
가장 큰 것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빅토리아에 있는 것으로 높이가 56.4미터나 된다고 한다. 최근에 역사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도 있다. 북미 인디언 하이슬러족이 1872년에 만든 9미터 높이 토템폴로, 1929년 반출되어 스웨덴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것을 끈질긴 반환 요청 끝에 2006년 3월 돌려받은 것이다. 훔쳐간 문화재로 박물관 대국이 된 유럽 국가의 문화재 돌려주기라는 점에서 작지만 관심을 끄는 사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