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임금'의 유래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초기의 임금을 이사금(尼師今)이라 했다.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한자로 씌어져 있고 한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도 쉽게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울 듯 하다.
그런데 이 말은 한자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우리말의 음을 한자를 빌려 옮겨 적은 것이다.
잘 살펴보면 이 말은 우리 말 니(이빨) + 사이 시옷 + 금(‘금을 긋다’의 금)의 한자 표기였던 것이다.
즉 요즘 말로 하면 '이빨금'쯤 되는 것이다. 지금은 이, 이빨처럼 이가 되었지만, 원래 이빨이란 뜻의 우리말은 '�'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여기서 받침이 떨어져 '니'가 됐다가 맨 앞의 'ㄴ'도 떨어져서 '이'로 변한 것이다.
이런 흔적은 '송곳니', '어금니' 등에 화석처럼 남아있다. 삼국유사를 살펴 보면 신라 2대왕 유리왕이 죽고 노례왕과 석탈해가 차기 대권을 다투면서 이빨의 금이 많은 사람이 지혜로우니 이빨 문양을 찍어서 더 많은 사람이 먼저 임금이 되자는 약속을 하였고, 떡에 잇금을 찍어 보니 노례가 더 많아서 먼저 왕위에 올랐다는 고사가 있다.
이사금은 결국 '닛금'이란 고유어의 한자 표기였던 것이다. 여기서 또 재밌는 것은 우리말 '임금'이 바로 '닛금'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닛금'이란 말을 쓰던 대중들은 어느 새 이 말의 원래 뜻을 잊고 'ㅅ'을 뒷쪽에 있는 'ㅁ'과 동화해서 '님금'이라 쓰기 시작했다. 이런 흔적은 중세 문헌에 나타나 있다. 용비어천가엔 '님금하, 산행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잇가'란 구절이 있다. 여기서 '님금'이 바로 '닛금'이 변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근거가 뭔데?”라며 따질 분들도 있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근거를 조금 보충해
보겠다.
거서간(居西干)>이사금(尼師今)=이질금(尼叱今)>치질금(齒叱今)>마립간(麻立干). 신라 초기의 임금을 지칭하던
용어들의 변천사이다.
우선 주목할 점은 바로 이사금 혹은 이질금이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이 3대 노례왕때부터라는 것이다. 다시 이사금부터 치질금까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尼는 지금은 ‘이’로 읽지만 이는 두음법칙 때문이고 원래음은 ‘니’였고, ‘치아’의 옛말이 ‘니’이며 ‘齒’라는 글자가 똑 같은 곳에 등장한다. 신라 초기에 고유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자를 빌어다 쓴 이두나 향찰 등에서 흔히 쓰던 수법이다.
다음이 ‘師’와 ‘叱’이다. 이 두 글자는 모두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초성으로 ‘사이 ㅅ’을 표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금(今)은 ‘벽에 금이 가다’에서 쓰이듯 어금니 안쪽에 생기는 금을 말하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닛금이 님금으로 변했다가 임금으로 변했으며, 닛금을 표기하기 위해 이사금(尼師今)이라고 적었던 것이다.
이설이 하나 있다. 닛을 '잇'으로 보는 것이다. 원래 우리말의 '잇다'는 '닛다'였고 이빨에서 나온 것이다. 이 '닛'과 '검' 또는 '금'(통치자)가 붙은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설도 정통 사학자들의 견해로, 무시할 수 없는 설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후자는 조어법상 조금 어색하다. 이은 임금을 닛금이라 했을까? 잇는다는 뜻으로 이빨이란 뜻의 '닛'을 써서 조어한 단어가 현재는 남아있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다.
야사인 삼국유사를 믿을 것인가, 정통 사학자를 믿을 것인가? 둘, 모두 강력해서 좀 더 살펴야 할 주제임엔 틀림없지만, 이빨과 밀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