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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분석

문화 유산에 담긴 우리 용어 : 주춧돌 (礎石)

작성자참으로|작성시간16.01.19|조회수930 목록 댓글 0

 

 

문화 유산에 담긴 우리 용어 : 주춧돌 (礎石)

   

역사와 전통의 문화유산 속에 담긴 '주춧돌'의 의미를 잘 계승해야

 

 

아이들이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표현하는 상징적 언어 가운데 지난번에 얘기한 동량이 되라는 말 외에도 주춧돌이 되라는 말이 있다. 주춧돌 역시 동량(棟樑, 기둥과 대들보}과 마찬가지로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부재 가운데 하나이다. 예전에는 집터를 닦을 때 땅바닥을 반석처럼 단단하고 평평하게 잘 고른다. 이것을 지경을 다진다고 하는데, 커다란 돌을 동아줄로 매고 여러 사람이 들었다 놓았다 하며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기둥을 세우게 되는데, 이때 기둥을 그냥 땅 바닥 위에 세우면 습기로 인해 쉽게 썩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기둥을 받칠 넓적한 돌을 놓게 된다. 이것을 주춧돌이라고 하는데 한자어로는 주초석(柱礎石) 혹은 그냥 초석(礎石)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주춧돌은 집을 오랫동안 튼튼하게 지탱시켜주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재가 된다. 나라를 하나의 커다란 집에 비유할 때 어린이들에게 나라의 초석이 되라는 말은 곧 나라를 받쳐줄 훌륭한 인재가 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궁궐이나 절집 혹은 서원이나 전통 한옥들을 답사하다보면 다양한 모습의 주춧돌을 만날 수 있다. 흔히는 집의 아름다움에 반해 주로 지붕과 문에 시선을 많이 주고 오는데 잠깐 눈길을 내려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을 살펴보면 그 다양함과 조선인들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에 따라 기둥을 둥글게 깎으면 주춧돌은 네모 모양이다. 또한 기둥이 네모지면 주춧돌은 둥글게 접맥시킨다. 또는 주춧돌 자체가 네모지면 위는 둥근 모양으로 다듬는다. 그 외 팔방을 의미하는 팔각 모양, 불교의 정토세계를 상징하는 연꽃 문양 등 다양한 모습의 주춧돌을 접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물가에 세운 정자나 위용을 자랑하려는 누각의 주춧돌은 마치 기둥처럼 높게 다듬어 올린 뒤 나무 기둥을 세우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주춧돌의 으뜸은 평평한 자연석을 있는 그대로 혹은 대강 다듬어 갖다 쓴 것이다. 거기에 맞춰 나무 기둥을 울퉁불퉁하게 깍아 세웠다. 그러나 우리 옛 선인들의 자연관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주춧돌 그 모양이 매우 촌스럽고 납득이 잘 안 되었다. 저깟 주춧돌 하나를 가지고 저렇게 어설프게 썼는가 하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문화의 열등적인 모습으로 비쳤었다.

 

그러나 자연을 닮으려는 선인들의 마음을 알고 난 뒤, 그리고 거기에 맞춰 그렝이 공법(그렝이 공법의 최고는 불국사 축대의 자연석과 그 위를 마감지은 장대석으로 내진성이 뛰어나다고 한다.)을 발전시켜온 문화가 지금은 자랑스럽고,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주춧돌에 더욱 정감이 간다. (요즈음) 교육개혁이란 말이 나올 때마다 기초학문의 부실화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라의 기반 산업인 농업은 이미 피폐 일로를 걷고 있다고 한다.

 

기초학문의 부실화와 농촌 사회의 피폐는 곧 국가 경쟁력의 부실화를 초래할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선진 자본국의 예속화로 치닫는 길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지원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앞날이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여기서 기반이니 기초라는 말도 터를 다지고 주춧돌을 놓는 일이다. 어린이들에게 나라의 주춧돌이 되라고 해놓고, 후에 농업이나 기초학문에 종사하는 일이 배곯는 직업이 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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