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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원

갑골문에 등장하는 쐐기문자

작성자변강쇠|작성시간19.01.17|조회수448 목록 댓글 0


갑골문에 등장하는 쐐기문자 

 

갑골문은 중국 최초의 왕조인 하夏왕조를 멸망시키고 세운 상商왕조(BC1760∼BC1030)의 점복占卜의 기록이다. 상왕조는 반강盤康이 은殷으로 천도한 후 폭군 주왕紂王이 주나라 무왕에게 패하여 멸망하기 까지 12왕을 거치며 254년간 유지되었던 왕조이다. 이 기간 동안 왕실에서 시행했던 점사占辭의 기록이 갑골문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이 쐐기문자의 존재가 기록되어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 문자에 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쐐기문자의 존재를 기록하고 있는 이 문자는 바로 戠찰진흙시자이다.

 

 

                                    

갑골문 a                      갑골문 b                    금문                   전문

 


                                                   


                                                        

시(戠)의 갑골문(a)에서 왼쪽 부분의 역삼각형은 고대에 짐승의 뿔 등으로 만들었던 나팔을 상형한 것이다(세워진 형태). 나팔이 의미하는 것은 '소리'이다. 갑골문 b의 자형은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악기의 뜻을 보다 자세히 나타내기 위해서  口입구를 더한 형태이다. 이후 이 자형은 금문, 전문을 거치면서 言말씀언과 音소리음의 형태로 변형되었는데, 시(戠)의 현대 자형은 音소리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시(戠)의 오른쪽 부분은 창과(戈)자이다. 과(戈)는 고대 베거나 찌를 수 있도록 만든 창을 상형한 것으로, 윗부분의 가로획은 창의 날 부분이고, 연결된 직선은 손잡이이다.  그러나 여기서 戈창과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사람을 찌르는 무기로서가 아니라 쐐기문자를 새기는 도구를 의미한다. 고대 수메르의 쐐기문자는 진흙을 개어 판판하게 만든 서판위에 말뚝이나 창처럼 생긴 쐐기형태의 붓으로 문자를 새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戠진흙시에서 戈창과가 의미하는 것은 '찔러 새기다'이다.

 

결론적으로 戠진흙시는 ‘진흙서판에 音소리를 새기다(戈)'가 원래의 뜻이다. 후에 본뜻을 잃고 현재는 '진흙'이란 의미만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로부터 여러가지 오해를 낳고 있다. 갑골문이 해독된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문자의 본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시戠의 본의는 관련된 글자들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의 금문                 識의 금문                 職의 금문  



알식/적을지는 금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원래 戠진흙시와 동일한 글자였는데, 후에 시(戠)가 본뜻을 잃게 되자 다시 言말씀언을 추가한 형태이다.  그러므로 識알식의 처음 뜻은 '戠진흙서판에 새긴 문자를 알다'이다. 그래서 '지'로 읽혀 질 때는 '기록하다'는 뜻을 가지게 된다.

 

지식(知識)은 문자를 아는 것으로 부터 얻어진다. 앎은 곧, 분별이다. 그래서 知알지는 矢화살과 口입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살'의 어원은 '쪼개다, 나누다'이다. 그러므로 知안다는 것은 사물을 쪼개어서 이것과 저것의 차이를 분별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상형문자에는 고대의 현자들이 정의한 말의 개념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문자를 쪼개어서 펼쳐보면 사물의 개념에 대한 논리적 지도가 드러난다. 문자를 연구하면 지식의 근원에 나아갈 수 있는 이유이다.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 문자사용은 대중적인 것이 아니라 신전종사자나 고위관직의 소수 엘리트나 특권층에게만 허용되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려주는 글자가 職벼슬직이다.


벼슬직은 戠진흙시에 耳귀이를 더한 형태이다. 그러므로 본의는 신이나 왕의 말을 耳귀로 듣고 戠문자로 적는 사람 즉, 고대 전문직이었던 사관을 의미하고 있다. 고대의 사관史官은 그들의 고용인이자 절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왕의 옆에 머물며 왕의 말을 기록하거나, 궁중 문서를 보관하고 궁정 내의 업무를 기록하던 전문직종의 관리였기 때문에 직(職‘)은 관직, 벼슬, 다스리다’ 직분‘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다.                                                   

 


 戠진흙시를 통해 우리는 갑골문이 쐐기문자로 부터 비롯되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만약 중국문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중국문자는 오로지 중국에서 비롯되었다는 편견을 버리고 문자의 역사를 주시했다면, 갑골문자들은 보다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마치 로제타석에 기록된 문자들이 단서가 되어 이집트 상형문자가 모두 해독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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