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한글어원

충북지명유래 : 미천리(米川里), 미내리와 매천리(梅川里)

작성자참으로|작성시간22.02.14|조회수159 목록 댓글 0

충북지명유래 : 미천리(米川里), 미내리와 매천리(梅川里)

 

◾충북지명산책 - 미천리(米川里)와 미내리

 

미천리의 어원을 찾기 위한 힌트는 다음의 지명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미천리(美川里)는 이곳의 산림(山林)이 울창하고 흐르는 계곡의 물이 너무나도 맑고 아름다워 '미래'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름다운 내(川)가 흐르는 곳이라 하여 '미내(美川)', 즉 '미천(美川)'이라 개칭했다고 한다.

'미천'이라는 말이 순우리말인 '미내', '미래'에서 온 것이라면 '미천의 '천(川)'은 '샘물이 흘러내리는 내'를 의미하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미'는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 '미'의 소리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명에서 '미'는 '뫼(山)'의 변형으로 쓰이고 있으므로 '미내, 미래'란 '산에서 흘러나오는 내'의 의미이며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작은 옹달샘이나 작은 연못을 이루어 사람들이 유용한 생활용수로 사용하게 되고, 이곳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마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명으로서 이보다 더 유연성이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미래'라는 어원을 간직하고 있는 지명이 존재하는지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충주시 엄정면에 미내리(美內里)가 있고 충남 강경읍에는 미내다리(渼奈橋)라 불리는 다리가 있는데 행정구역으로는 논산시 채운면 삼거리에 위치한다. 이 다리는 조선 영조 7년(1731)에 만든 것으로 미내천에 있어서 미내교라 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석재를 사용한 3개의 아치형 돌다리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아서 충남 유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들 지명들이 모두 물이 흐르는 내(川)과 관련이 있어서 이들의 어원을 '산에서 흘러나오는 내'의 의미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과 연관이 있다 보니 '미'가 '물'을 의미하는 '무'로 표기된 지명도 있다.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의 무내리는 문산리의 본 마을로서 물내리라고도 부르며 마을 한가운데에서 풍부한 수량의 샘물이 솟아나므로 옛날부터 샘물이 항상 넘쳐흘러 내를 이룬다하여 '물내리→무내리'라고 하였고 한자 표기로 문천리(文川里)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강원도 철원군의 무내리, 강원도 정선읍 북동리의 무내리(水出洞) 등도 샘물이 흘러내린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는 공통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경북 예천읍 대심리에 무리실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전해져오는 마을 지명 유래를 살펴보면 무리실(水谷, 茂里室)은 신라 때의 예천 이름인 수주(水酒)가 이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무리실은 옛날에는 물이술로 불리어지다가 한자로 수주(水酒)라 표기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미내'에서 '미래, 무내, 무래, 무리' 등의 음운 변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경기도 포천과 동두천의 경계를 이루는 왕방산에는 유명한 물어고개가 있는데 한자로 문례현((問禮峴)이라 표기하고 있다. '포천군지(1984)'에는 이 고개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고 한다.

고려 말엽에 해주, 충주 목사를 지내고 영의정에 해당하는 시중(侍中)을 거쳐, 창녕 부원군(昌寧府院君)에까지 봉해졌던 성여완(成汝完)이라는 분이 난세를 피하여 이곳 '왕방산(王方山)' 아래에서 우거(寓居)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등극하게 된 이성계가 이 고개를 넘어 예를 갖추어 이곳 성여완을 찾아와서 이씨 조정에 입조(入朝)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뒤부터 이 고개를 예를 갖추어 찾아온 고개라 하여 '문례현(問禮峴)'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무럭재'는 '문례현'의 와전(訛傳)이라 전해진다. 또 일설엔 근년에 '독곡'선생이란 분이 어느 날 '문례현'을 넘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후유. 이 고개가 아직도 얼마나 남았을꼬. 아니 이 고개 이름이 무슨 고개인고' 하면서 자문을 했다고 하여 이 고개를 '물어고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러한 전설이나 유래들은 다른 지명의 예와 마찬가지로 지명의 음과 유사한 말의 이미지나 한자 지명에서 한자의 훈을 가지고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지어낸 것들로 짐작된다. 여기에서 무럭재, 물어고개, 문례현 등은 모두 무리실에서 파생되어진 말들이며, 무리실은 '미내, 미래'를 어원으로 하는 지명으로서 문의의 미천리와 맥을 같이 하는 지명들임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충북지명산책 – 매천리(梅川里)

 

영동군 영동읍에는 미선나무 자생지와 배밭으로 유명한 매천리(梅川里)라는 지명이 있다. 문의의 미천리는 '미'를 '美, 米' 등 좋은 의미의 한자로 표기하여도 소리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므로 원래의 아름다운 의미를 되찾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어원을 밝혀본 바가 있다. 그에 비하여 매천리는 '매화(梅)'의 의미를 지닌 한자로 표기함으로서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 주는 훌륭한 지명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원을 밝혀보면 미천리와 매천리는 결국 같은 말에서 나온 것이고 매천리라는 지명이 미천리의 어원을 찾아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영동의 매천리는 본래 영동현 남남일면 마군천리(馬郡川里)였다가 1909년 영동군 군내면 매천리로 바뀌었고,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에 따라 매천리라 이름하고 영동면에 편입하였다. 이곳에는 자연마을인 매끄내와 밴드골(반곡동), 새심이(鳥心洞)가 있는데 밴드골은 굽지 않고 평평하며 반듯한 골짜기라 하여 불리워진 반드골이 밴드골로 변하였고 한자로는 반곡동(盤谷洞)으로 표기하였다. 여기에서 매천리는 원래 매끄내라 불리어 왔는데 매끄내란 용두봉 끝 냇가의 의미라고 한다. 즉 이를 풀이해 보면 '매'는 용두봉이라는 산을 의미하는 '뫼'가 '매'로 변이된 것이며, '끄'는 '끝'을 나타내고 '내'는 하천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자연 환경의 형태를 가지고 땅이름을 지은 전형적인 지명의 형태로 보인다.

매천(梅天)이라는 말은 여름을 달리 이르는 말인데 아름다운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한자 표기로는 다르지만 소리로는 같은 음을 가진 '매천'이 예로부터 선비들의 호로 많이 쓰였다.

매천(梅泉)은 조선 초기 명재상 황희 정승의 후손인 황현의 아호이며, 매천(梅川)은 조선 중기의 문신 신희복의 호이기도 하다.

매천(梅泉) 황현은 1910년 한일합병조약 체결 소식을 듣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가 9월 10일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하였으며 '매천야록(梅泉野錄)'을 남겼다. '매천야록(梅泉野錄)'은 6권 7책으로 된 필사본으로서 한말 위정자의 비리, 비행, 외세의 침략과정, 특히 일제의 만행, 우리 민족의 끈질긴 저항 등이 실려 있어 식민통치가 끝날 때까지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다. 저자도 죽을 때, 바깥 사람에게 보이지 말 것을 자손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본(副本) 1부가 상하이(上海)에 망명해 있던 지우(知友) 김택영(金澤榮)에게 보내져, 김택영이 '한사계'에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와같이 선비들의 호에 쓰인 매천(梅泉)과 매천(梅川)을 보면 '泉, 川'이라는 한자가 지형지물을 나타내므로 출신지나 연고지인 지명을 호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에 '매천'이라는 지명이 여러 지역에 두루 쓰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지금도 다른 지역에 남아 있는 매천리라는 지명을 찾아보면

대구광역시 북구에 매천동(梅川洞)이 있다. 조선 광해군때 송원기(宋遠器)가 폭정을 간하나 이를 듣지 않자 자신의 호를 '벙어리(언어 장애인)'이라는 뜻에서 '아헌(啞軒)'이라고 고치고 현재 매천동 지역에 내려와 매역서원(梅易書院)을 세워 후진을 양성했는데 여기에서 매남(梅南)이라는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매남, 못안'이라는 자연 지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매남이라는 지명은 일반적으로 '뫼넘이<무너미, 매남이'에서 온 말로 거꾸로 '매남'에서 '매천'으로 변이되어 온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샘'과 관련지어 '물'의 의미로 부터 파생된 '물내리, 무내리, 무리실'등의 지명이 만들어진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산에 있는 샘에서 흘러내리는 내'의 의미에서 '뫼'가 '매' 또는 '미'로 변이되어 '매천. 미천'이라는 지명으로 쓰이는 두 가지 변이 과정으로 설명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매천리와 미천리는 '산에 있는 샘에서 흘러내리는 내'의 의미에서 '뫼'가 '매' 또는 '미'로 변이되었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말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