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감상 : 과 청로진(過淸虜鎭) /김희제(金希磾).화(和) /송국첨(宋國瞻).해월루 간월(海月樓看月) /석천인(釋天因).
작성자짜르르작성시간19.12.25조회수277 목록 댓글 0한국 한시감상
과 청로진(過淸虜鎭) /김희제(金希磾)
장군은 도끼를 짚고도 부끄러움을 씻지 못했거니 / 將軍杖鉞未雪恥
장차 무슨 면목으로 천궐에 조회하랴 / 將何面目朝天闕
한 번 푸른 뱀(칼)을 휘둘러 마산을 가리키매 / 一奮靑蛇指馬山
오랑캐의 군사 세력은 모두 거꾸러지려 하였다 / 胡軍勢欲皆顚蹶
호분(용사(勇士))이 날고 뛰어 다섯 강을 건너매 / 虎賁騰拏涉五江
성곽은 모두 타서 잿가루가 되었다 / 城郭爛爲煨燼末
잔을 들어 대장부의 마음은 이미 풀었지만 / 臨杯已暢丈夫心
돌아갈 면목 없으매 부끄러워 땀흐르네 / 反面無由愧汗發
화(和) /송국첨(宋國瞻)
인으로 칼등 삼고 의리로 칼날 삼으니 / 以仁爲脊義爲鋒
이것이 장군의 새로운 거궐(보검(寶劍))이었다 / 此是將軍新巨闕
한 번 휘둘러 바다로 향하면 고래가 내닫는 듯 / 一揮向海鯨鯢奔
두 번 들어 육지로 향하면 물소와 코끼리가 엎어지네 / 再擧向陸犀象蹶
하물며 저 마산의 궁한 미치광이들 쯤이야 / 況彼馬山窮猘兒
없애려 하였으면 채찍 끝의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 制之可以隨鞭末
아침에 다섯 강을 건너 저녁에 승리를 알려 / 朝涉五江暮獻捷
기쁜 기색은 가득한 봄 빛 발하리 / 喜氣萬斛春光發
화(和) /손습경(孫襲卿)
변방에는 정도 없고 종도 또한 없으니 / 塞垣無鼎又無鍾
그 공을 적으려 하나 진실로 빠뜨리기 쉽도다 / 欲記元功詩可闕
현판에 써서 뒤에 오는 이에게 알리니 / 書之板上告後來
보는 이 앞을 다투다 쓰러지고 밟고 할 것이다 / 觀者爭前僵復蹶
맹명이 강을 건너 진나라 원한을 씻었다 하지만 / 孟明濟河雪秦恥
그것도 공에 견주면 끝 자리에 앉으리라 / 若比於公當處末
이듬해에 또 천산을 평정할 때에는 / 明年又可定天山
세 화살에서 한 화살도 쏘지 않았으리라 / 三箭元無一虛發
[주D-001]정(鼎)도 …… 없으니 : 국가에 큰 공훈(功勳)이 있으면 종(鍾)과 정(鼎)에 새겨서 영원히 전한다.
[주D-002]맹명(孟明)이 …… 씻었다 : 춘추(春秋) 시대에 진(秦)나라 장수 백리 맹명(孟明)이 처음에는 효함(殽函)에서 진(晋)나라의 습격을 당하여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되어 본국에 돌아가서 3년 만에 하수(河水)를 건너 진나라를 쳐서 보복하였다.
[주D-003]천산(天山)을 평정할 때 : 당나라 장수 설인귀(薛仁貴)가 화살 세 개로 적장 세 사람을 쏘아 죽이니, 적군이 패하여 천산(天山)을 평정하였다.
치원암 주인이 내게 시를 보이고, 이내 내게 산중의 고사를 적기를 청하기에, 그 운을 따라 화답하여 /석천인(釋天因)
동남에 장한 경치 수산이 있어 / 東南壯觀有水山
옛날부터 성현들이 자취를 남기었다 / 自古聖賢留䡄躅
내가 이 산에 와서 그 노인을 찾아 / 我來此山訪其老
여러 밤을 이야기하여도 싫지 않았다 / 晤語數宵猶未足
이내 산을 말하기를 태백산에 / 因言山來自大白
문화의 기세 천하에 짝이 없다고 / 文華之勢天下獨
푸른 벼랑은 만 길이요 길은 백 굽이인데 / 蒼崖萬仞路百曲
누가 여기 와서 집 짓기를 즐겨하리 / 幽居誰肯此來卜
문창 최후가 비로소 집을 짓고 / 文昌崔侯始結廬
요생이 글씨 배운다 집을 이웃하였다 / 姚生學書仍接屋
위에는 금생의 옛 바위굴이 있어 / 上有金生古巖窟
천여 축의 패서를 써 내었나니 / 貝書寫出千餘軸
바위 뿌리에서 흐르는 먹은 언제나 벼루에 떨어졌고 / 嵌根流墨每滴硯
천제는 약을 내려 눈을 밝게 하였다 / 天帝降藥使明目
밑으로는 영랑의 몸 버린 곳에 닿았는데 / 下着永郞捨身處
원컨대 맑은 샘물을 내어 이 더위에 뿌려라 / 願出淸泉灑炎溽
짐짓 신선의 뼈를 금괴에 넣어 두고 / 故留仙骨在金匱
얼마나 오는 이로 하여금 감화 받게 하였던가 / 幾敎來者同熏浴
뒤에는 대승사가 있어 두타가 앉았나니 / 後有大乘坐頭陁
우뚝한 암자 양곡을 의지했네 / 卓庵面勢依暘谷
세 현인과 두 성인이 함께 숨어 깃들었으니 / 三賢二聖共栖遁
천재의 풍류가 다투어 향기 피운다 / 千載風流竸芬馥
지금도 끼친 자취 완연히 있건마는 / 至今遺迹宛猶在
훌륭한 일 죽백에 적는 사람 없구나 / 勝事無人書帛竹
요새 들으매 동도의 자미옹이 / 近聞東都紫微翁
신세가 영욕의 괴로움에 일찍 놀라 / 早驚身世勞榮辱
시험삼아 좋은 곳 찾아 원찰을 세웠으니 / 試尋佳處立願刹
높이 솟은 누대가 숲기슭을 비추네 / 湧出樓臺照林麓
이내 그 노인 맞아 암자에 두니 / 仍邀其老置庵中
옷은 연하에 걸고 얼굴은 칠목일세 / 衣掛煙霞形七木
번잡하고 화려함은 바다에 뜬 신기루라 / 繁華已猒浮海蜃
득실은 이미 싫어졌고 파초로 덮은 사슴 또한 잊었으며 / 得失又忘蕉覆鹿
유쾌하여라 그 옹이 이 노인 얻었으니 / 快哉此翁得此老
숭상하는 바가 어찌 속류에 떨어진 적이 있으랴 / 所尙何曾墮流俗
그 편지 글씨 몇 줄이 은구보다 고운데 / 牋緘幾道婉銀鉤
시주들은 여러 해 계옥을 공양했다 / 檀施長年供桂玉
거북은 바위 구멍에 숨어 머리와 꼬리를 감추었건만 / 龜藏巖竇沒頭尾
그래도 인간과 천상의 일에 얽매임이 있구나 / 尙有人天爭係屬
한평생 언제나 백련경을 외우나니 / 平生長誦白蓮經
그것은 영산에서 친히 부촉 받은 것이다 / 箇是靈山親受囑
또 원각경과 능엄경을 외우니 / 又持圓覺與楞嚴
세 부 경전 돌려 가며 날로 서로 계속하네 / 三部循環日相續
참선 끝에 묘한 게송 천기를 펼치니 / 禪餘妙唱發天機
그 누가 도의 운의 한 곡인들 답하랴 / 道韻何人賡一曲
두 번 와서 가르침 청하는 내 비록 미련하나 / 再來請益我雖頑
타고난 지질이 어찌 다만 구두에만 있었으랴 / 所稟豈唯分句讀
빈 것으로 갔다가 가득차서 돌아오니 참으로 기쁘지만 / 虛往實歸斯可喜
다만 큰 쥐의 배처럼 차기만 하는 것 부끄러워라 / 易滿但慙如鼴腹
[주D-001]패서(貝書) : 불경(佛經)을 말한다.
[주D-002]바위 …… 떨어졌고 : 바위 뿌리에서 먹[墨]이 흘러내렸다는 전설(傳說)이 있는 모양이다.
[주D-003]원찰(願刹) : 자기의 소원을 성취하려고 복을 비는 정성으로 절을 세우는 것이다.
[주D-004]은구(銀鉤) : 잘 쓴 글씨를 은구(銀鉤)라 한다. 진(晋)나라 색정(索靖)이 초서(草書)를 잘 썼는데 사람들이 그 글씨를, “은 갈퀴[銀鉤] 전갈의 꼬리[蠆尾]”라 칭하였다.
[주D-005]계옥(桂玉) : 옛날에, “땔나무는 계수나무보다도 얻기 어렵고 쌀이 옥(玉)보다도 얻기 어렵다.”는 말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땔나무와 식량을 말하였다.
[주D-006]영산(靈山)에서 …… 것이다 :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가리킨 것인데, 석가모니(釋迦牟尼)가 영취산(靈鷲山)에서 그 경을 설(說)하여, 모든 나한(羅漢)들에게 장래에 성불(成佛)하기를 부촉(咐囑)하였다.
[주D-007]큰 쥐의 …… 부끄러워라 : 언서(鼴鼠)는 큰 쥐인데 하수(河水)를 마시기 좋아한다. 그러므로 언서가 큰 하수[河]에 물을 마셔도 배를 채우는 데 불과하다 하는 말이 있다.
원상인이 척촉의 주장을 선사함에 사례하여[謝圓上人惠躑躅柱杖] /석천인(釋天因)
지제산은 높아 몇 천 길인가 / 支提山高幾千仞
오르고 또 올라도 그 근원 찾지 못하려니 / 上上不得尋其源
상인의 다리 힘은 늙어서도 튼튼하여 / 上人脚力老猶健
여러 날 아침 저녁 깊이 더듬어 / 冥搜數日窮朝昏
숲 속을 뚫고 가서 문득 얻은 것 있으니 / 行穿中林忽有得
한 그루의 척촉이 바위 뿌리에 나 있었다 / 一條躑躅生嵌根
꺾어서 주장을 만들려 하매 길이도 넉넉한데 / 裁爲柱杖尺度足
껍질이 모두 벗겨져 속 나무만 단단하다 / 皮膚脫盡精堅存
울릴 듯 붉은 옥이 마디 눈을 드러낼 때 / 鏗然紫玉露節目
푸르른 이끼 흔적 점점이 아직도 있다 / 尙有點點蒼苔痕
내가 행각하려는 것을 상인이 생각하고 / 上人念我欲行脚
그것을 내게 주니 어찌 이리 은근한고 / 持用惠我何殷勤
위험한 곳 올라갈 때 남은 힘이 있으니 / 登危陟險有餘力
언제나 너의 은혜 입는 것 진실로 알겠구나 / 信知造次承渠恩
너는 내 손에 떨어진 것을 한하지 말라 / 報渠莫厭落吾手
나는 호남의 마을들을 두루 다니고자 하나니 / 我行欲遍湖南村
다른 날에 화하여 용이 되면 / 雲雷他日化爲龍
한 번 들어 하늘과 땅을 머금을 수 있으리라 / 一擧尙可吞乾坤
유유히 남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데 / 那更長爲堂中物
어떻게 길이 방 안의 물건이 되겠는가 / 悠悠南北狂馳奔
[주D-001]다른 날에 …… 되면 : 신선(神仙) 호공(壺公)이 비장방(費長房)을 돌려 보내면서 죽장(竹杖)을 주어 타고 가게 하였다. 비장방이 그것을 타니 자는 듯하다가 문득 집에 도착되었는데 죽장은 칡덩굴 언덕에 던지니 변하여 용이 되었다. 또 술사(術士) 진련(陳憐)이 밤에 용을 타고 집에 왔는데 용이 변하여 청죽장(靑竹杖)이 되었다.
해월루 간월(海月樓看月) /석천인(釋天因)
서쪽 바람이 쓸쓸하여 기운이 찬데 / 西風蕭蕭天氣涼
남쪽 누각에 홀로 앉았으매 마음이 슬퍼지도다 / 南樓獨坐心悠然
문득 보니 바다 달이 아로새긴 난간에 오르니 / 忽看海月上雕檻
사방 허공이 빛나고 밝아 음침한 연기를 걷도다 / 四虛晃朗開陰煙
처음에는 내가 은빛깔 세계에 앉았나 의심하였더니 / 初疑坐我銀色界
다음에는 옥호천에 날아 올랐나 두려워했다 / 又恐飛上玉壺天
차갑고 산뜻하여 푸른 기운이 뼈속에 드니 / 泠泠沆瀣淸入骨
이 세상 백 가지 티끌 인연을 씻는다 / 一洗百慮塵勞緣
이 누대가 달을 얻은 지 얼마인지 모르지만 / 此樓得月都幾時
네 철의 달이 어찌 다르게 비치랴마는 / 四時月照何曾偏
모두 말하기를 달빛은 가을에 더욱 좋다 하는데 / 皆言月色秋更好
바람이 갈고 이슬이 씻어 더욱 맑고 고와라 / 風磨露洗添淸姸
누가 알랴 계수 넋은 원래 죽지 않아서 / 誰知桂魄元不死
비춰 오고 비춰 가기 무궁한 세월일세 / 照來照去無窮年
그대는 보라 바다 달이 천고에 오직 한 빛인 것을 / 君看海月千古唯一色
맑고 깨끗한 것은 본래 우리 집에서 전해 오는 것이다 / 淸白本是吾家傳
[주D-001]옥호천(玉壺天)에 날아 올랐나 : 비장방(費長房)이 한 노인을 따라 병 속[壺中]에 들어가니 별천지(別天地)가 있었다 하는데 여기서는 그것을 인용한 것인 듯하다.
[주D-002]맑고 …… 것이다 : 한(漢) 나라 양진(楊震)이 말하기를, “내가 자손에게 재물을 주지 않는 대신 청백리(淸白吏)의 자손이란 명예를 전하여 주리라.” 하였다. 대대로 청백한 것을 청백전가(淸白傳家)라 한다. 여기서는 달의 청백함을 사람의 청백에 비유하였다.
기 옥주서상인(寄沃洲誓上人) /석천인(釋天因)
산은 푸르고 바다는 넓은데 / 山蒼蒼海漫漫
누대는 안개 뚫고 아득히 높았더라 / 樓臺縹緲煙霞攅
그 중에 높은 사람 숨어 있나니 / 中有高人卜嘉遁
생각건대 구름 도포에 얼음눈의 얼굴이리 / 想見雲袍氷雪顔
묻노니 거기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 問渠此閒何所得
얻은 것은 다만 안한하게 살 뿐이리 / 所得祇是居安閑
아침에는 어지러이 완로 줄에 들어 놀다 / 朝遊亂入鵷鷺行
저녁에는 앉은 채로 어초꾼 돌아올 때까지 / 暮坐直到漁樵還
아침이 오고 저녁이 가는데 마음대로 따르나니 / 朝來暮去隨所適
한 가지 주장자와 한 개의 방석일세 / 一條橡栗一蒲團
가을 깊어 돌 위의 낙엽을 쓸고 / 秋深石上掃落葉
차 달이고 밤을 구어 맑은 기쁨 도모한다 / 煮茗燒栗圖淸歡
기쁜 끝에 도의 운이 더욱 맑게 절실하나니 / 歡餘道韻更淸絶
바다 하늘에 달은 희고 솔바람은 차가와라 / 海天月白松風寒
천진 즐김을 평생 귀히 여기거니 / 平生但貴樂天眞
그 밖의 시끄러움 내 관계할 것 아니로다 / 餘外紛紛非我關
공명이란 떨어뜨린 시루로 버렸거니 / 功名已謝一墮甑
조환(공놀이) 같이 빠른 일월 웃으며 보내도다 / 日月笑遣雙跳丸
언제나 돌아가서 함께 숨어 살면서 / 何時歸去共棲隱
밤마다 꾸는 꿈이 산수 속에 노니랴 / 夜夜夢繞湖山間
[주D-001]떨어뜨린 시루 : 한(漢)나라 맹명이 시루를 메고 가다가 잘못하여 땅에 떨어졌는데,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사람들이 물으니, 대답하기를, “시루는 벌써 깨어졌는데 보면 무엇하겠는가.” 하였다.
한국한시 제 권학사 법화탑(題權學士法華塔) /석천인(釋天因)
여래는 옛날 영취산에 계시면서 / 如來昔在靈鷲山
묘법연화경을 세 번 설하셨다 / 蓮華妙法三周宣
그 때에 다보탑이 땅에서 솟았나니 / 是時寶㙮從地湧
옛 부처의 찬탄이 어찌 그리 은근한가 / 古佛讃歡何殷勤
그 누가 붓삼매에 들어가서 / 何人幻入筆三昧
탑의 모양 그려내니 더욱 정묘하여라 / 寫出塔相尤精硏
금언 육만 구천 자의 그 글자마다 / 金言六萬九千字
고물고물 개미떼가 도는 것 같다 / 字字蠕蠕如蟻旋
아계 한 폭의 높이가 반 발인데 / 鵝溪一幅高半丈
아마도 수미산 꼭대기보다 높을 것이다 / 想見高出須彌巓
그에게 묻기를, 어디서 이 책을 얻어 / 問渠何處得此本
남주에 흘러 떨어진 지 지금 몇 해나 되었는가 / 流落南州今幾年
대답하되 학사가 서송에서 배워 / 答言學士學西宋
사흘 동안 알뜰히 익혀 일곱 편을 외고 / 三日專精誦七篇
옥황석 앞에서 시험으로 욀 때 / 玉皇前席試聽誦
한 번에 쏟아져 흐르는 물처럼 그 소리 냉연하였다 / 一瀉流水聲泠然
그 뜻이 다보와 같이 증득하였다 하여 / 意將多寶同證聽
이 탑을 주어 어짊을 아름다이 여기었다 / 寵賜此㙮嘉其賢
학사가 한 번 세상을 떠나 신선이 되어 가도 / 一從學士上僊去
절간에 묻혀 있어 전하는 이 없었다 / 置在僧舍無人傳
슬프다 그대가 우연히 스스로 이루었지만 / 嗟哉使君偶自致
이 일이 괴상하여 누가 가려 밝힐 것인가 / 此事荒怪誰詮詮
나무 밑에서 금가락지를 찾으니 양자를 인정하고 / 樹下探環認羊子
독 속에서 글을 찾다 영선임을 알았다 / 甕中覓畫知永禪
어떻게 아리 지금 사람이 바로 옛 사람 그인 줄을 / 那知今人是昔人
묵은 원을 이루지 못했으매 그대로 세상에 있다 / 宿願未滿猶在纏
그러므로 이 법을 더욱 독실히 믿고 / 故於此法彌篤信
연사를 만들기 원해 그 공이 뚜렷이 드리웠다 / 願創蓮社功垂圓
하늘과 용도 또한 기쁜 마음으로 / 天龍亦發歡喜心
이내 옛 물건을 가져와 신기롭게 주었다 / 靈貺仍將舊物還
원래 바깥 물건은 내 소유가 아니요 / 由來外物非我有
스스로 진재를 가져야 그 권을 오로지하나니 / 自有眞宰專其權
얻었다고 무엇이 즐거우며 잃었다고 무엇을 슬퍼하랴 / 得之何樂失何慼
눈앞을 지나는 변화는 구름이나 연기 같은 것을 / 過眼變化如雲煙
그대는 보라 이 탑은 따로 붙인 데 있어 / 君看此塔別有屬
땅이 그르고 하늘이 돌아도 일찍 변하지 않으리라 / 地轉天廻曾不遷
[주D-001]아계(鵝溪) : 중국 사천성 염정현(鹽亭縣)에 있는 지명으로, 비단 생산지로 유명하다.
[주D-002]나무 …… 인정하고 : 진(晋)나라 양호(羊祜)가 다섯 살 때에 유모(乳母)를 보고, “내가 가지고 놀던 금가락지를 가져 오라.” 하였다. 유모는, “네가 원래 그런 물건을 가진 일이 없었다.” 하니, 양호가 곧 이웃에 사는 이씨(李氏)의 동산 뽕나무 속에서 금가락지를 찾아 내었다. 주인이 놀래며, “이것은 나의 죽은 아이가 잃어버렸던 것인데 네가 왜 가져가는가.” 하니, 유모가 상세히 이야기하였다. 양호는 곧 이씨의 죽은 아이의 후신(後身)인 것이다.
[주D-003]독 속에서 …… 알았다 : 당나라 방관(房琯)이 도사(道士) 형화박(邢和璞)과 같이 어느 폐사(廢寺)에 놀러 가서 늙은 소나무 밑에 앉았더니 형화박이 사람을 시켜 땅을 파서 독 안에 들어 있는 글을 꺼내었는데, 그것은 전일에 누사덕(婁師德)이 영선사(永禪師)에게 보낸 편지였다. 방관은 자기의 전신(前身)이 영선사인 줄을 깨달았다.
[주D-004]연사(蓮社) : 여기서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공부하는 결사(結社)를 말한다.
병으로 있을 때 운주숙 대로가 내게 솔과 전나무의 그림을 보이기에[病中雲住叔大老見示松檜圖] /석천인(釋天因)
병든 지아비가 한평생 구하는 것 없어 / 病夫平生無所求
눈앞을 지나는 바깥 물건은 뜬 구름과 같았다 / 過眼外物如雲浮
스스로 남쪽나라의 거칠고 치우친 땅에 살면서 / 自居南國地荒僻
가시덤불과 우거진 숲을 괴로이 여기고 싫어하였다 / 苦厭荆棘叢林稠
오직 생각한 것은 일천 바위와 일만 구릉 사이에서 / 唯思千嵓萬壑間
푸른 안개로 장식한 큰 소나무와 늙은 전나무였다 / 長松老檜粧蒼煙
늘그막에는 수건과 지팡이로 그 밑에 살아 / 殘年巾鍚寄其下
이내 세상을 끊고 티끌 인연을 버리려 하였었다 / 便欲絶世遺塵緣
반가와라 노숙이 내 뜻을 알고 / 嗟哉老叔會吾意
나를 위해 금화전을 찾아 얻었네 / 爲吾索得金華牋
흥이 나면 장차 늙을 것 깨닫지 못하고 / 興來不覺老將至
창빛에 붓을 놀려 묵화를 내 놓으니 / 弄筆窓光呈墨戲
잠간 사이에 두 줄기가 바위 언덕에서 나오네 / 須臾雙幹出碕岸
가지 끝에는 어느 새 실바람이 일어난다 / 稍頭已有微風起
뒤얽혀 돌아간 가지는 쇠가 휘감긴 듯 / 廻柯交錯鐵輪囷
얼음에 마르고 눈에 늙어 언제나 봄이 없다 / 氷枯雪老恒無春
알겠도다 조물주가 따로 뜻이 있어 / 乃知造物別有意
나에게 손을 빌려 그 그림을 그렸구나 / 假手于我傳其神
이 노인의 가슴속을 측량하기 어렵나니 / 此老胸襟叵涯畛
온갖 모양이 모두 나타나는 것 해인과 같다 / 萬像森羅如海印
선 끝에 묘한 생각 형상 밖에 뛰어나니 / 禪餘妙思軼象外
이 그림을 그려 낸 것 진실로 그러리라 / 寫出此圖爲遠信
함을 여니 온 좌석이 얼굴빛 고치면서 / 開緘滿痤動顔色
신기하다 절품이다 모두들 찬탄하네 / 盡導神奇尤絶品
병중에서 구경하니 진실로 다행인데 / 病中對玩固已幸
하물며 옛날부터 맑은 경계를 그려했음이랴 / 況是從來戀淸境
아침마다 시원한 기운 산뜻이 와서 / 朝朝爽氣洒然來
나의 온갖 생각을 씻어 찬 재가 되게 하네 / 洗我百念俱灰冷
[주D-001]해인(海印) : 해인삼매(海印三昧)는 부처의 깨달아 얻은 삼매인데, 큰 바다 가운데 모든 물상(物象)이 비치는 것처럼 부처의 지혜 바다[智海] 가운데 일체(一切)가 나타나는 것이다.
은문 금 태위에게 연회를 감사하는 시를 올리다[上恩門琴太尉謝宴詩] /최자(崔滋)
공명과 덕업과 벼슬이 / 功名德業與仕宦
공과 같은 이 세상에 드물다 / 終始如公今古罕
네 번 형경ㆍ월계를 나누어 주니 / 四提衡鏡分月桂
도리 문 앞에 봄빛이 가득하다 / 桃李門前春色滿
일찍이 붉은 티끌이 옷에 묻는 것을 싫어해 / 早嫌衣上紅塵涴
웃으며 금장을 풀고 녹야에 놀았다 / 笑解金章遊綠野
푸른 산은 그림자를 희롱해 밝은 창에 떨어지고 / 靑山弄影墮晴窓
저녁 달 아침 안개가 자리에 와서 모신다 / 夕月朝嵐來侍座
그림 당에는 천불의 이름을 나누어 거니 / 畫堂分掛千佛名
처음과 뒤의 동년(동기급제(同期及第)이 모두 형제 되네 / 先後同年爲弟兄
못난 재주로 열을 따라 빛나는 자리에 오르니 / 不才隨列上華筵
벽돌이 옥영에 비춘 것이 도리어 부끄럽다 / 瓴甋翻慙照玉英
곤궁한 속에서 기라의 화려함을 알지 못하였더니 / 酸寒不識綺羅叢
두 눈이 봄 붉은 꽃에 놀래어 당황하게 흔들린다 / 怳驚雙眼搖春紅
여러 아들 불러내어 자리에 앉으라 명령하니 / 呼出諸郞命四座
금란과 옥수 맑은 기상 다투었다 / 金蘭玉樹爭淸雄
흥이 무르녹아 다시 거문고와 비파 번갈아 울리니 / 興酣更敎琴瑟閒
산수의 소리소리가 모두 귀에 익었더라 / 山水聲聲耳曾慣
나는 들으니 왕인유는 취대에 올라 / 吾聞仁裕上吹臺
날마다 문제자들을 데리고 잔치하며 놀았다 한다 / 日與門弟相遊宴
또 들으면 양공은 아버지와 아들이 / 又聞楊公之父子
시와 술로 두 방 합격자와 즐겼다 하네 / 詩酒同歡兩牓士
두 노인의 끼친 꽃다운 일을 누가 다시 이었나 / 二老遺芳誰復繼
풍류 상국이 선리로 탔다 / 風流相國駕仙鯉
술 기운 따라 한 번 읊으매 칠언의 연구인데 / 乘酣一唾聯七言
글자글자 구슬인 듯 만 입에 전하더라 / 箇箇明珠萬口喧
나는 어목을 잡아 십사 관을 엮나니 / 吾將魚目編作十四貫
그것을 끊지 말고 자손에게 전하라 / 却把纍纍傳子孫
[주C-001]은문 : 과거에 합격한 사람이 자기를 뽑아 준 시관(試官)을 은문이라 한다.
[주D-001]형경(衡鏡)ㆍ월계(月桂) : 형경(衡鏡)은 과거에서 인재를 뽑기를 저울과 거울처럼 평(平)하고 밝게 한다는 것이며, 월계는 과거에 오르는 것을 달 가운데 계수꽃을 꺾는 데 비한다.
[주D-002]도리(桃李) : 가르친 제자나 이끌어준 후배의 비유. 당나라 적인걸(狄仁傑)이 어진 선비를 많이 추천하여 등용되었으므로, 사람들이 말하기를, “천하의 도리(桃李)가 다 공(公)의 문에 있다.” 하였다.
[주D-003]녹야(綠野)에 놀았다 : 당나라 재상 배도(裵度)가 녹야당(綠野堂)을 짓고 원림(園林)을 만들어 문사(文士)들과 술 먹고 시 짓기를 즐기었다.
[주D-004]천불(千佛)의 이름 : 불경(佛經)에 《천불명경(千佛名經)》이 있는데 천불의 이름을 기록한 것이다. 장탁(張倬)이 자주 과거를 보았으나 급제하지 못하였는데, 등과기(登科記 합격자 성명록)를 머리 위에 이면서, “이것이 천불명경이다.” 하였다.
[주D-005]금란(金蘭)과 옥수(玉樹) : 사안(謝安)이 그의 숙부 현(玄)에게 묻기를, “부형이 왜 자제의 아름답기를 원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비유하면 지란(芝蘭)과 옥수(玉樹)를 자기 집 뜰에 났으면 하는 것이지요.” 하였다. 여기서는 주인의 아들을 가리킨 것이다.
[주D-006]양공(楊公)은 …… 하네 : 당나라 양사복(楊嗣復)이 과거에 시관(試官)이 되었을 때에, 마침 그의 아버지 양오릉(楊於陵)이 지방관(地方官)으로 입조(入朝)하였으므로, 급제한 문생(門生)들을 거느리고 나가서 영접하고 그의 집에서 잔치를 하는데, 오릉은 당상(堂上)에 앉고 사복(嗣復)은 여러 문생과 함께 양편에 앉았었다. 전일에 오릉이 절동관찰사(浙東觀察使) 이사명(李師命)을 급제시킨 일이 있었는데 이 때에 그가 같이 있었다. 사람들이 양씨(楊氏)의 상하 문생(門生)이라 칭하였다.
[주D-007]풍류(風流) …… 탔다 : 옛날에 금고(琴高)가 잉어를 타고 신선이 되어 갔는데, 여기서 주인의 성이 금씨(琴氏)이므로 인용하였다.
[주D-008]십사 관(十四貫) : 주인의 시(詩)가 일련(一聯 14자)으로 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