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금석문
추존왕 환조(桓祖)의 정릉비(定陵碑)의 탁본
고종어필정릉비(高宗御筆定陵碑)
大韓
桓祖大王 定陵
桓祖淵武聖桓大王 元延祐二年乙卯 誕降 仕高麗爲
榮祿大夫判將作監事朔方道萬戶兼兵馬使 至正二十年庚子四月
甲戌 昇遐于朔方道 葬咸興東歸州洞負乙原 高麗贈門下侍中
太祖卽位 追尊爲 桓王 封 陵曰定 太宗追上
尊號曰淵武聖桓 有神道碑 光武四年庚子 用相臣奏言 命
道臣肇竪表石 親識其陰而敬書之 庸寓小子追遠之感焉
光武五年辛丑五月 日
[내용 및 특징]
조선 태조의 아버지 추존왕 환조(桓祖)의 정릉비(定陵碑)를 1901년(광무 5)에 다시 세우고 탁본하여 첩장으로 장황한 금석문이다. 탁첩의 제첨은 ‘고종어필 정릉비(高宗御筆 定陵碑)’ 이고 아래에 ‘탑(搨)’이라 써서 탁인본임을 밝혔다. 서첩의 앞부분은 표석의 전면에 해당하는데 1면에 1자씩 ‘대한환조대왕정릉(大韓桓祖大王定陵)’을 배치하였다. 대한제국기 금석문에 보이는 전형적인 소전의 형태이다. 이어서 해서로 쓴 비석의 음기가 이어져 있다. 1행에 4자씩 3행을 한 면으로 편집하였다.
음기에는 환조가 1315년(연우 2) 출생하여 고려에서 만호 겸 병마사를 역임했으며, 1360년(지정 20) 사망하여 함흥에 장례 지냈음을 기재하였다. 무덤은 임좌(壬坐)에 위치한다. 태조 즉위 후 왕으로 봉해졌으며, 태종에 의해 존호가 올려졌고, 신도비가 있다는 사실 등이 기재되어 있다. 끝부분에 1900년(광무 4) 상신의 건의로 도신에 명하여 이듬해 표석을 다시 세우게 되었으며, 국왕 자신이 직접 음기의 내용을 짓고 쓰게 되었다는 경위를 새겼다.
탁본의 대상이 된 비석에는 ‘대한’이라는 국호가 사용되었다. 1897년 고종은 황제국을 선언하면서 대한으로 국호를 개정하였고, 광무의 연호를 채택하였다. 황제로 즉위한 고종은 자신의 지위변화에 따라 선대에 대한 여러 추숭사업을 시행하였다. 삼척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고조인 목조(穆祖)의 부모 무덤은 그 실체가 조선 일대를 걸쳐 논란이 되었는데, 1899년 고종은 이를 준경(濬慶)․영경묘(永慶墓)로 공인하였다. 이어 장조(莊祖), 정조(正祖), 순조(純祖), 익조(翼祖)를 자신의 직계 4조로 인정하여 태조 이성계와 함께 황제로 추숭하였다.
이듬해인 1900년에는 추숭사업이 진행된 선대 임금 및 왕비의 비석 개수사업에 착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1900년 3월 태조 이성계의 근거지였던 영흥과 함흥의 두 본국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고종은 두 지역에 존재하는 태조의 4대조 및 그 부인이 안장된 8능을 살피고 적절히 개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1900년 8월에 함경남도관찰사 김종한(金宗漢)이 능의 수리가 종료되었다는 보고를 올렸고, 이듬해 5월에 김종한을 비롯하여 관련 작업에 참여한 관원들에 대한 관품의 승계조처가 취해졌다. 탁본의 대상이 된 정릉비는 이러한 추숭사업 일련의 결과물에 해당한다.
정릉비를 고종이 직접 쓰게 된 경위는 분명치 않다. 고종은 선대의 국왕 및 왕비에 대한 추숭사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 임금이어서 이와 관련된 어필을 많이 남겼다. 1900년 당시 태조 및 직계 4대조와 그 비를 추존하는 데 따른 표석의 개수과정에서도 고종이 직접 비석의 글을 짓고 쓰기로 결정하였다. 비슷한 시점에서 진행된 정릉의 보수작업에서도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해는 환조의 사망 54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여 정릉의 관리 및 보수에 고종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양자로서 왕위를 계승한 고종은 황실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 이처럼 선대의 추존사업에 비상한 관심과 열의를 보였다.
[자료적 가치]
대한제국기 황실의 정통성 확립을 위해 고종이 벌인 여러 추숭사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참고문헌
/ 『고종실록(高宗實錄)』 / / / 『북도능전지(北道陵殿誌)』(장서각, 2-4432) / / / 『북팔능표(北八陵表)』(규장각, 10101, 10010, 10015, 10097) / / / 『藏書閣所藏拓本資料集Ⅱ-朝鮮王室 帖裝本篇』/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4. / 『藏書閣所藏拓本資料解題Ⅱ-帖裝本』 /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2005. /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고조 목조 이안사와 삼척」/ 배재홍 / 『조선사연구』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