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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눈썹 주위를 긁으며 외 1편 / 이효준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19.06.21|조회수172 목록 댓글 0


 

눈썹 주위를 긁으며 외 1편


이효준

2017년 「시와산문」 등단.

    


 

 

기상청은 이번 비가 길고 지루할 것이라 했다

 

나는 병명이 없으므로 밤이면 앓지 않았지만 그건

해가 없을 때의 일 마당이 환해지면 시름시름

 

그래도 어제는 가벼운 편이어서

혼자 시소를 타도 내려가지 않았다

열기구에서 내려보듯 거긴 아득히 높았다

 

내 방 창가에는 새가 날아들어 죽은 흔적

하늘은 후하게 파랗다

다정이 이름처럼 낯설어진다

 

오 년 전 수첩에는 눌러쓴 글씨로 반복하며

내 장래는 장례가 전부이므로

살기에 살기가 생기는데

내 장래는 장례가 전부이므로…

 

희고 긴 성가복을 입은 의사는

장례가 될 박동음을 전부 듣는다

청진기도 없이 내린 처방은

 

뭉개진 그림은 오래도록 들여다보지 말 것

첫눈에는 우산을 펴고 걸을 것

현악기에 부디 귀 기울이지 말 것

머리맡에 시집을 두고 잠에 빠지지 말 것

 

끼니를 때우면

무지개의 궤도로 곡괭이질 하는 인부들

넘실넘실 올라가는 머릿속 대운하

 

하루는

방류된 댐의 이끼이고 싶었다

장례 아닌 장래에 달라붙고 싶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는가 거룩과 먼 생각을,

 

다시금, 걸음걸이 같은 한 때를 지나는

온몸으로 물기 머금은 인부들은

슬몃슬몃 노곤하게 스며드는 이승의 투명한 두 껍질을





 

죽으면 썩어질 몸뚱아리도 뒤척인다


노 시인은 나를 선생(先生)하고 불렀다

 

할멈은 채 눈 감지 못하고 사체가 된 양말 눈동자를 얌전한 짜깁기로 감겨주었다 난 죽은 몸을 신고 잘도 돌아다닌다 태어난 날보다 지낸 날들이 껍데기 같다 날것의 날을 정성껏 갉아먹어도 안수기도를 받기는 싫었다 무릎 꿇기가 고개 숙이기가 죽도록 싫었다 할멈은 그게 다 사탄이 시킨 일이라 했다 할멈은 저녁으로 콩국수를 말아주었다 옛 애인도 맛을 봤는데 슬픔이 나을 것 같이 맛있다며 웃었다 나는 한입 가득 오이를 머금으면 무당벌레 씹는 기분이 든다 분명 몸살을 이겨낸 나와 잘 아프지도 않은 할멈이 있었는데, 할멈은 접시를 부시러 저어 먼 데로 가고 안 오신다 정말 무서운 어른 같은 중얼거림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무당벌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단단하고 둥근 날개를 펴고 접고 나무는 제 어린 가지를 뻗으려다 뭉툭해진다

 

할머니는 나를 선생(先生)이라 불렀다, 비상계단에 앉아 가만히 발등을 바라본다, 턱 괸 손이 미지근해질 즈음 생각한다, 하나님의 발등과 핏줄과 작별 아닌 것들. 마술사가 사라지게 한 모든 것들, 그것들은 어느 공간에 말없이 모여있을까, 흰 비둘기와 카드와 동전과 검은 모자와 입김과 지팡이와 할머니와 여러 색깔의 우울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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