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난호 읽기

[시 두 편]아무에게 / 한세정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3.02.16|조회수38 목록 댓글 0

 

 

아무에게

한세정

 

 

티끌 하나보다도 작은 내 마음이

당신의 붉은 혀 위에서

멍든 과육처럼 문드러질 때

입 안 가득 고이는

아무의 달콤함

 

흙탕물에 고인 낯익은 얼굴을

구둣발로 짓이길 때마다

먼지처럼 모래처럼

바닥에 가라앉을 수 있는

아무의 편평한 각도

 

이름도 없이

형체도 없이

혀끝에서 사라지는 자여,

눈을 질끈 감고

들끓어 오르는 눈물을 던져 버려

아무에게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회칼을 기다리는 도마 위 넙치처럼

모래사장에 뺨을 대고

허물어지는 얼굴선을

파도에 쓸려 보낸다

 

 

 

 

 

 

 

투둑,

 

허공을 가르며

장대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장미는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꽃잎을 떨구고

 

가시도 없이

붉은 꽃잎도 없이

장미다, 장미다

나의 고함이

넝쿨로 뒤엉킬 때까지

가시 돋친 혀를 날름거리며

장미꽃을 꺾는다

 

손아귀에서 구겨진

쓰다만 원고 뭉치처럼

움켜쥔 주먹 안에서

붉게 상기된 글자들이

 

당신의 세계를

물들일 순간을 기다린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