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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읽기

[시 두 편]광주인의 이야기 / 허갑순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06|조회수18 목록 댓글 0

광주인의 이야기

허갑순

 

 

로마인 이야기 8권을 읽다가

위기와 극복을 번갈아가며

역사의 톱니바퀴를 건져 올렸다

43년 전 광주에서도 광주인의 이야기가

들풀처럼 번져나갔고 광주에서는 민주화라는

꽃봉오리를 5월 18일 날 헌화하였다

아직도 못다핀 광주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습관처럼 자유를 봉헌하였고 총칼로 무자비하게

난도질당한 어두운 역사의 페이지는 다시 생면부지의

꽃봉오리가 되려한다

역사는 다시 기억 속에서 역사를 만들고

자유는 그 이름만큼이나 오만의 역사 속에서

피를 부르고 혁명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광주인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던 그날

끈끈한 주먹밥을 나누고 피묻은 광주인의 사랑을 나누면서

애써 끌어안았던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민주주의였다.

장맛비가 거칠게 지나간 뒤 5.18 민주화운동에서 곰삭은

장맛 같은 특유한 향내가 난다

기억 속에서 기억 속으로 광주인의 이야기도 그런 곰삭은 피냄새가 난다

팍스 로마나, 아우구스투스의 평화가 유효한 것은 자유의 길은 광주에서

광주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설도 로마의 시대가 끝나자 전설처럼

무디어져 갔다

어느새 광주인의 이야기가 가을 햇살처럼 투명해졌다

그 해말간 가을햇살은 43년 전 광주의 5.18민주화 운동을 아직도 부등켜안고

오직 자유와 민주주의를 꿈꾸는 꽃봉오리들은 또 다시 거칠게 봉헌된 채로

로마인 이야기 제 9권 현제賢弟의 세기를 꺼내들었다

 

 

 

 

 

 

살구

 

살구 앞에 서서 멀미를 한다

지난밤

노랗게 낙하한 살구는 멀쩡했다

멀쩡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살구였을까

밤새 장맛비는 풀밭위에 웅덩이를

만들고 나는 꿈속에서 살구로 살고

살구가 웅덩이 속에서 노랗게 웃었다

비록 떨어져버린 살구였지만 살구는

살구일 수밖에 없었다

살구나무가 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살구들을 또 한 차례 세차게 흔든다

살구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살구들은

떨어지기 전부터 즐거운 낙하를

꿈꾸고 있었을까

물웅덩이 속에 얼굴을 처박고 이미

사색이 되어 버린 살구의 꿈을 얼른

주어 들었다

까만 비닐봉지 안에서 상처투성이인

살구들이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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