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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한 소식 / 고찬규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06|조회수20 목록 댓글 0

 

한 소식

- 꽃말

 

고찬규

 

 

볕 좋은 날이었고

사월초파일이었던가

무소유 법정 스님께서 법문 끝에

나머진 꽃에게서 들어라 하시니

이 봄날 어떤 꽃이 무슨 말을 하나

꽃 찿아 사방을 둘러보니

일찍이 피고 진 매화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부르고

가을 산 후미진 곳에 피었던 용담꽃은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고

저마다 사연으로 살아가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다고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봄이니 꽃이 피는

이 당연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누군가 피어날 때 누군가는 져내리는데

돌아보면 꽃은 무슨 말을 했던가

꽃은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고개 떨궜던가 환하게 웃었던가

 

 

 

* 이육사

** 복효근

 

 

 

로마의 한 때

 

로마의 휴일의

로마의 광장의 시계탑의

시간은 어렴풋하다

 

더 기울어지면 안 되는

피사의 사탑

 

로마로 통하던 길들은 흩어지고

로마의 법은 다시 씌어지고

 

콜로세움의 침묵을 따라

발에 차이는

눈에 밟히는

 

돌멩이는 언제적

꽃은 또 언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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