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식
- 꽃말
고찬규
볕 좋은 날이었고
사월초파일이었던가
무소유 법정 스님께서 법문 끝에
나머진 꽃에게서 들어라 하시니
이 봄날 어떤 꽃이 무슨 말을 하나
꽃 찿아 사방을 둘러보니
일찍이 피고 진 매화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부르고
가을 산 후미진 곳에 피었던 용담꽃은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고
저마다 사연으로 살아가고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다고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봄이니 꽃이 피는
이 당연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누군가 피어날 때 누군가는 져내리는데
돌아보면 꽃은 무슨 말을 했던가
꽃은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고개 떨궜던가 환하게 웃었던가
* 이육사
** 복효근
로마의 한 때
로마의 휴일의
로마의 광장의 시계탑의
시간은 어렴풋하다
더 기울어지면 안 되는
피사의 사탑
로마로 통하던 길들은 흩어지고
로마의 법은 다시 씌어지고
콜로세움의 침묵을 따라
발에 차이는
눈에 밟히는
돌멩이는 언제적
꽃은 또 언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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