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심은 뒤
강유환
있어도 없는 사람 발톱 다듬는다
예고 없이 이 사람 팔다리는 멈추었다
죽어 가는 가지에 난 새잎처럼
다리는 애써 발톱을 밀어 올린다
허리 능선 따라 오래된 쑥뜸 군락지
펴지지 않는 무릎에서 절정이다
이 무릎은 늘 다른 무릎 뒤에 있었다
죽죽 벋은 다리 아래
바짝 엎드리던 뜻 알지 못했다
미동 없는 발을 따뜻한 물로 씻는다
발톱 자리 말간 새순 비친다
오체투지 하는 것은
한없이 내려가 바닥이 되는 일
스스로 단이 되어
받아 주고 올려 주는 일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있어도 없는 사람 따라잡을 수 없다
모든 전성기는
닳은 무릎에서 비롯하였다
쑥뜸 흔적 모인 곳 헤적여 꽃 심는다
심었으니 이 사람 믿음처럼
어디에든 꽃은 활짝 필 것이다
가을볕
모과 향 퍼지는 공원에서 고양이들과 할머니들이 섞이어 논다 벤치 건너 아가들 웃음소리 모과나무 위로 솟구친다 볕 아래 모두 습기 말라 팽팽하다 짜랑짜랑 잘 익는 소리가 난다
아난다야 그러므로 나는 너다, 부처의 이 말은 보송한 햇볕 낙원에서 나와 동그래지고 여물어 떨어진 뒤 후숙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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