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난호 읽기

[시 두 편]꽃 심은 뒤 / 강유한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06|조회수24 목록 댓글 0

꽃 심은 뒤

강유환

 

 

있어도 없는 사람 발톱 다듬는다

예고 없이 이 사람 팔다리는 멈추었다

죽어 가는 가지에 난 새잎처럼

다리는 애써 발톱을 밀어 올린다

 

허리 능선 따라 오래된 쑥뜸 군락지

펴지지 않는 무릎에서 절정이다

 

이 무릎은 늘 다른 무릎 뒤에 있었다

죽죽 벋은 다리 아래

바짝 엎드리던 뜻 알지 못했다

 

미동 없는 발을 따뜻한 물로 씻는다

발톱 자리 말간 새순 비친다

 

오체투지 하는 것은

한없이 내려가 바닥이 되는 일

스스로 단이 되어

받아 주고 올려 주는 일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있어도 없는 사람 따라잡을 수 없다

모든 전성기는

닳은 무릎에서 비롯하였다

 

쑥뜸 흔적 모인 곳 헤적여 꽃 심는다

심었으니 이 사람 믿음처럼

어디에든 꽃은 활짝 필 것이다

 

 

 

 

 

 

가을볕

 

  모과 향 퍼지는 공원에서 고양이들과 할머니들이 섞이어 논다 벤치 건너 아가들 웃음소리 모과나무 위로 솟구친다 볕 아래 모두 습기 말라 팽팽하다 짜랑짜랑 잘 익는 소리가 난다

 

  아난다야 그러므로 나는 너다, 부처의 이 말은 보송한 햇볕 낙원에서 나와 동그래지고 여물어 떨어진 뒤 후숙이 되었으리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