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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내 마음의 우기 / 조광자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13|조회수18 목록 댓글 0

내 마음의 우기

조광자

 

 

잿빛 물감을 풀어 놓는

먼 이국의 해변

우기의 회색 하늘을 받아 적는다

구름을 이고 있는 파란 유리 건물도

재빨리 회색 창으로 갈아 끼운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오늘의 기분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비는 울적하고 바람은 불안하다

 

회색 구름 사이에 떠도는 암갈색

덩달아 나에게도 피어난다

가슴에 회오리치는

내 마음의 우기는 어떤 색깔로 물들까

 

화산섬 신생의 땅

변방에 와서 나를 찾는다

야생으로 한 생을 뒹굴고 싶은

정글엔 원시의 날 것들이 살고 있다

 

몇 겹으로 기분을 포장하고

살아야 했던 지난 시간들

 

우울을 사냥하기에 좋은 원주민 족장은

번들거리는 구릿빛 근육을 가졌다

 

 

 

 

 

 

소나무 세 그루

서로의 허리에 쇠줄을 묶고

사거리 한가운데 위리안치되었다

 

녹색불이 눈을 깜빡이며 불러도

떠나온 하늘만 바라본다

 

낯선 땅에 유배된 세 그루

그대로 외딴섬이다

 

어제를 표절하는 오늘이라는 섬이

내게도 있어

그 섬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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