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을 마시어
- 출전:구약성경 에스겔 37장
안정희
저는,
산산이 부서진 마른 뼈
황량한 사막
캄캄한 밤을 헤매는
아귀餓鬼였습니다
당신의 피가
저를 들어 올렸을 때
저는 일만팔천날 마른 뼈
한 줌의 티끌
‘사방의 바람,
산 숨결이여 이리 오라
죽임당한 자에게 들어가라
네가 살리라‘
생명의 숨을 마시어
살아,
두려움과 기쁨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보오니
: 구약성경 에스겔 37장 9절 일부 의역
이는 주 여호와의 말씀:
‘사방의 바람, 산 숨결이여 이리 오라
죽임당한 자에게 들어가라
그들이 살리라‘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안정희
그 노래 참 좋네요. 조금 크게 들려주세요. 옆 침대의 말을 잃었던 사내가 살며시 애원했다. 석 달 동안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한 침대는 텅 비고 아직 살아있는 다섯 중 한 사람의 부탁을 듣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 근심 무거운 짐 모두 주께 맡기세.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되고 옆 침대 사내는 수술 경과가 좋았다. 평생 전도사인 누이의 말을 안 들었다던 옆 침대의 사내*가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인다고 서원했다. 열흘 후 옆 침대 사내가 퇴원했다. 한 달 후 옆 침대의 사내가 5만 원을 가지고 문병왔다. 얼굴이 달빛처럼 환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옆 침대 사내의 부음이 침대 머리맡에 강도처럼 찾아왔다.
나는 안 죽고 당신이 먼저 죽다니
Memento mori**
죽음은 정녕 알 수 없는 것
*
서울대 54병동에 장기 입원하고 있던 내 침대 옆에 있었던 환자로 나를 통해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이기로 서원한 마음이 착한 사내였다.
** 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