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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생명의 숨을 마시어 / 안정희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13|조회수20 목록 댓글 0

 

 

생명의 숨을 마시어

- 출전:구약성경 에스겔 37

안정희

 

 

저는,

산산이 부서진 마른 뼈

황량한 사막

캄캄한 밤을 헤매는

아귀餓鬼였습니다

 

당신의 피가

저를 들어 올렸을 때

저는 일만팔천날 마른 뼈

한 줌의 티끌

 

‘사방의 바람,

산 숨결이여 이리 오라

죽임당한 자에게 들어가라

네가 살리라‘

 

생명의 숨을 마시어

살아,

두려움과 기쁨으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보오니

 

: 구약성경 에스겔 37장 9절 일부 의역

 

이는 주 여호와의 말씀:

‘사방의 바람, 산 숨결이여 이리 오라

죽임당한 자에게 들어가라

그들이 살리라‘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안정희

 

 

그 노래 참 좋네요. 조금 크게 들려주세요. 옆 침대의 말을 잃었던 사내가 살며시 애원했다. 석 달 동안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한 침대는 텅 비고 아직 살아있는 다섯 중 한 사람의 부탁을 듣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 근심 무거운 짐 모두 주께 맡기세.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되고 옆 침대 사내는 수술 경과가 좋았다. 평생 전도사인 누이의 말을 안 들었다던 옆 침대의 사내*가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인다고 서원했다. 열흘 후 옆 침대 사내가 퇴원했다. 한 달 후 옆 침대의 사내가 5만 원을 가지고 문병왔다. 얼굴이 달빛처럼 환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옆 침대 사내의 부음이 침대 머리맡에 강도처럼 찾아왔다.

 

나는 안 죽고 당신이 먼저 죽다니

 

Memento mori**

 

죽음은 정녕 알 수 없는 것

 

 

 

 

*
서울대 54병동에 장기 입원하고 있던 내 침대 옆에 있었던 환자로 나를 통해 예수를 구주로 받아들이기로 서원한 마음이 착한 사내였다.

** 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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