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마선숙
살아내기가 수의처럼 느껴지면
절뚝절뚝 서편으로 간다
바다에 다다라 날 내려놓는다
뻘이 천년 만년
잠언처럼 경전처럼 누워있다
모래뭉치
칠게 굴
갯지렁이
말미잘처럼 진흙에 영욕을 넣는다
나를 질문한다
뻘은 몸에 닿는 걸 온통 품는다
헛된 욕망을 공처럼 튀어오르지 못하게 한다
호미로 쓸쓸한 생을 캐어
나의 영토 동편으로 간다
저만치 벽 속의 집이 보인다
몸빼는 가고
엄마 대신 몸빼만 남았다
항아리 바지 입으면 엄마라 안 부를래
산골 할머니 같아서 창피해
얼룩덜룩 꽃무늬 벽지 입은 것 같아
눈 흘기고 투덜거리면 엄마는 세상을 향해 웃었다
몸빼 입으면 무서운 게 없어
덤빌 테면 덤벼 하듯이
이 몸빼가 네 아버지보다 좋다아
내 마음 편하게 해준 건 이것뿐이야
날 구겨 트리지 않은 것도 몸빼 뿐이야
엄마는 펑퍼짐한 바지에 엉덩이를 넣으며 일갈했다
드라마 보는 몸빼
밭일 하는 몸빼
손주 업은 몸빼
허리춤의 꼬깃꼬깃 고무줄로 감은 지폐와
곶감 몇 개
엄마 세상 떠난 뒤
빨랫줄에 걸려 우는 몸빼
빨래를 걷어 내가 입었다
엄마처럼 구겨지지 않았다
몸빼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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