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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춘포역 싱그랭이 / 윤희경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2.20|조회수9 목록 댓글 0

 

춘포역 싱그랭이

윤희경

 

 

동네병원 닥터 해리니는

몸통을 눕혀놓고 오래 진찰했다

 

바람이 할퀴고 간 곳인데,

짚어낼까?

다리 사이로 검안경을 밀어 넣고

작은 핀셋으로 벌레 먹은 살을

쥐 콩만큼 뜯어냈다

거즈로 닦고 커튼을 거두며

입꼬리에 힘을 모았다

곧, 강한 봄날이 올 것이니

며칠 후 다시 보자 했다

 

지갑을 열어 남은 겨울을 다 털어줬다

‘강한’이라는 말,

뜨끔한 쪽 아닌가

느티나무 앞에까지 걸어서 왔다

신발 한 켤레 빌어, 먼 길이나 떠나볼까

이참에 집이나 다녀올까

아니, 아니,

맨입으로 뜯어간 속살이나 돌려 달라 빌어야지

누군가 또 어디선가 간절한 봄

 

올봄이야 꾸역꾸역 돌아오겠지

한번 헤어진 몸은 아무리 닦아도 누런 얼룩이더라

 

 

 

 

 

 

아사나 교실

 

나마스테~

 

두 손을 모읍니다

눈을 감아요

진흙 같은 몸을 쓸어

들어 마시고, 내 쉬고

들어 마시고, 내 쉬고

구루를 따라

산으로 들판으로,

몸과 마음에게

숨 길, 살길을 찾아줘요

차오른 욕심은 버려요

비어내고 채우고

접고 뻗으며

우타나아사나!

혈혈단신,

몸을 구부렸다 펴 봐요

나는 나를 지우고

내가 내게 깃들도록

생기를 들고

흙덩어리 속으로,

 

어제도 그제도 속상했던 일

맨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떨굽니다

우주의 한 소리를 만납니다

내 것 아닌 것 너무 많이 가졌지요

미안합니다

빚을 갚을 시간이군요

차크라!

일곱 개의 구멍을 다 열어

빛이 되어볼까요

은은한 연꽃 한 송이로

사바아사나!

세상에게 신세 진 일 다 못 갚고

종착지로 떠납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손바닥에 잠을 고이 들고

우리 거기서 봐요.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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