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묵
김성신
매일매일 벗겨지는 생
무시로 떨어져 나가는 생이 있다
질긴 시간의 등에
위에서 아래로 그어지는 칼자국
몸과 껍질 사이
비, 바람, 파도, 낱낱의 비늘과
아가미에 들러붙던 기침 소리
흔적 없는 계절의 비린내처럼 풀어진다
껍질과 살로 나뉘는 감정은
가까운 듯 멀다
마치 관습으로 친밀한 우리처럼
숨어 있는 파도
거품으로 떠다니는
언제든 포말로 부서져 뒤엉킬 나와 너
내뱉지 못하고 돌아서던 말
뜨겁게 고아져 녹아내린다
흐물흐물해진 벽
갈매기 소리가 부풀어 오르는 민무늬
혀의 장력을 따라 밀려갔다 밀려오는
검은 내 두 눈 혹은 민낯의 갱생
참기름 간장에 찍는
칼날에 잘린 길 위로 모서리들이 피어난다
옹기를 옹호하다
옹기 속에는 돌아오지 못한 메아리가 산다
매년 국화주 빚는 날은 한지 창 위로 향기가 배곤했다
안마당의 적막은 오래 묵은 손님이었고
된장독은 당신의 혼잣말을 가두기에 좋았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이 빠진 뚜껑이 달그락거렸다
볕 좋은 날이면 장맛이 골고루 빛가루처럼 퍼지고
장아찌를 담은 독은 연신 부글거렸다
효모는 참 예쁜 말이지
당신은 적막해짐으로 나를 부풀렸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장맛은 순해졌지
작고 여린 반딧불이 야광층으로 빛나는 저녁을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
장마는 양철지붕 녹슨 구멍 속으로 서신을 보냈고
땅거미 진 황토 위로 공벌레가 이슬처럼 굴렀다
나는 이따금 독 속을 열어 두었고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면
낯선 그림자가 내 등을 감싸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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