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지난호 읽기

[시 두 편]경이롭다 / 오현정

작성자김명아|작성시간24.04.11|조회수7 목록 댓글 0

신작시

 

경이롭다

오현정

 

 

뱀 조심! 이란 팻말을 보고

풀숲을 피해 걷는다

나무 위에 매달린 참새가 헛발 디딜까 조마조마 하다

 

새의 날개가 몸의 둔함을 일으켜 세우고

명현들의 글귀가 뇌의 부지런함을 일깨워주는 오후

 

겉과 속이 다른 칸달로프 멜론의 속을 해부한다

거친 껍질은 소외된 사람처럼 그물망을 짜면서 단단해졌다

주홍빛 내부를 둘러싼 들러리를 떨궈내면

마녀재판으로 자신들의 죄를 덮었던 위선자들이

남은 단물을 흘린다

 

파충류를 싫어하고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도 못타고

먹거리를 저장하려 비만이 된 기억덩어리 사람도

수십 개조의 세포에 맑은 생각을 길어올린다

다시 땀 흘리며 걷는다

새로워지는 훈련과 연습은 두려움을 정복한다

고귀한 시간이 멀리서 달려온다, 환하게

 

 

 

 

 

해무리체

 

해님이 숨어서 뒤 따라온다

 

종일 하늘바라기 한 해바라기 시선

대지의 이불을 펼친다

 

노을을 타고 아득한 강을 건너간다

 

저문 달이 마중 나오려

두근거리다 웃던 소리를 토닥토닥 덮을 때

아름다운 오로라가 뜬다

 

자연의 숨을 이어주는 빗줄기의 구름초대장인가

우주의 땀을 식히는 바람이 일기를 쓴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의 기쁨을

나쁜 것은 나쁜 대로의 슬픔을 읽고

 

탄탄한 사람이 되라고

빛 무지개 뿌려준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